다시 배우는 자세

빠른 것보다 중요한 건 '정확함과 책임감'

by 울림

처음엔 매일이 불안했습니다.
일이 없어 책상에 앉아만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걸까?',
'이러면 왜 날 뽑은 걸까?'
스스로를 의심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흘러가면서
조심스럽게 일이 제게도 주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처음으로 제 전공 분야와 맞닿은 카드뉴스 제작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디자인 전공자인 제가 드디어 할 수 있는 일이 생긴 거죠.

긴장 속에 밤을 새우듯 만들었던 첫 카드뉴스, 그 결과물을 본 동료가 말했습니다.


“이거 네가 했어? 왜 이렇게 빨라?
진짜 잘했는데?”


그 말이 제 마음을 두드렸습니다.
그동안 “일을 못 하는 사람” 같다는 시선 속에 스스로를 가뒀는데,
처음으로 긍정의 말이 저를 향해 왔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작은 말 한마디들이 하나둘씩 쌓였습니다.


“이거 예쁘다.”

“센스 있다.”
“다음엔 이것도 같이 해볼래?”


그렇게 저는 조금씩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나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구나 싶은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감이 너무 넘쳤던 탓일까요.
카드뉴스에 실린 문장 하나 때문에 상사에게 크게 혼이 났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쓰기엔 너무 개인적인 말투였고,
그게 그대로 실린 채로 나간 겁니다.


“왜 이렇게 써?”

그 말 한마디에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그날은 참 많이도 자책했습니다.

습관처럼 나왔던 말투,
제 감각을 너무 믿었던 순간,
‘내가 뭘 실수했는지’ 다시 하나하나 떠올리며 메모장에 적어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앞으로는 내 방식대로 쓰지 말고, 천천히, 여러 번 확인하자.”


그렇게 실수 하나가 저를 다시 단단하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빠른 것도 좋지만, 더 중요한 건 정확함과 책임감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요즘엔 처음과는 다르게
직장에서도 제게 일을 믿고 맡겨주는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예전처럼 눈치 보며 앉아 있기보다는
스스로 움직이고 제안하고, 때로는 질문도 합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걸 느낍니다.
그리고 저 역시, 저 자신을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이제야 조금, 사회생활이란 걸 배워가고 있는 중입니다.
부족하지만, 분명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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