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하는 건가, 아닌가?

시간은 생각보다 천천히 흐른다

by 울림

벌써 4개월째 근무하고 있는 신입이다. 처음 출근했던 4월에는 계약 기간인 11월이 금방 다가올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시간은 더디게 흘러갔다. 천천히 가는 시간이 나쁘진 않지만, 회사에 있는 동안만큼은 하루라도 빨리 퇴근하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가득 차곤 했다. 백수로 지내던 시절에는 왜 직장인들이 퇴근만 기다릴까 싶었는데, 이제는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4개월. 업무환경에도 조금씩 적응해 나가고 있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기분이 남아 있다. 공공기관이라는 특성상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맡는 일이 조금씩 달라지고, 매번 새로운 경험이 쌓여간다. 덕분에 지루할 틈은 없지만, 늘 새로운 상황에 맞춰 나 자신을 조정해야 했다.

사실 이곳에 들어올 때만 해도 ‘경력만 쌓고 나가야지’라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막상 일을 하다 보니 단순히 경력만이 아니라, 사회생활의 기본을 배우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법을 익히는 과정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여기서의 경험은 언젠가 다른 회사에 지원할 때, 그리고 더 큰 무대에서 나를 성장시킬 때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도전 아닌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을 지켜보는 것도 나에게는 중요한 배움의 시간이다. 어떤 사람은 업무를 대하는 태도에서, 또 어떤 사람은 인간관계를 풀어가는 방식에서 배울 점이 보였다. 내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사회인의 모습들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왔고, 그 속에서 나도 점점 사회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문득 10대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는 어른들을 보며 "왜 저렇게 살아갈까, 뭔가 불쌍하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어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그저 살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 길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

아직은 서툴다. 적응하는 건지 아닌지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의 경험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 천천히 경력을 쌓고, 사회생활을 배우며, 어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적응이라는 건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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