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맨모삼천지교 Feb 07. 2024

넌 나의 데미갓

Third Culture Kids 제3문화 아이들

기존 발행일은 매 주 금요일입니다만,
 2/9 이번주 금요일은 설 연휴의 시작이라 다들 좀 더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실 듯 하여, 미리 발행합니다:)  즐거운 설 명절 되시어요!


얼마 전, 아이와 집에서 주말을 맞아 영화를 보려고 OTT 플랫폼 안을 돌아다니다가, 마침 아이가 최근에 읽고 있던 [퍼시 잭슨과 올림포스의 신들]이 디즈니 플러스에서 새롭게 8부작 드라마로 올라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영국에 해리포터가 있다면, 미국에는 텍사스 출신 릭 라이어던이 쓴 퍼시잭슨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해리포터 Harry Porter', '트왈라이트 Twilight'와 함께 3대 판타지 소설로 불리는 시리즈이기도 한 이 책이 상상 속의 신들의 모습과 파워를 그대로 전하는 막강한 CG와 함께 돌아왔으니, 너무 반가웠죠!

본 글은 디즈니 플러스의 협찬을 받... 고 싶네요?? 하하.

뭔데 이리 신이 났나 싶으신 분들을 위해!!

잠시 1분 줄거리 요약을 해보겠습니다.

퍼시 잭슨과 올림포스의 신들 시리즈는, 퍼시 잭슨이라는 소년이 그리스 신화의 세계에 끌려가며 겪는 모험을 다루고 있습니다. 난독증과 산만함으로 학교에서 문제아 취급을 받던 퍼시잭슨.

어느 날 자신이 그리스 신들과 몬스터들이 싸우는 세계의 일원인 데미갓(Demi god -반인반신) 임을 알게 됩니다.

퍼시는 자신의 아버지가 포세이돈(바다의 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운명이 특별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몬스터들과 신들의 공간으로 끌려가며 다양한 모험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신화적인 생물들과 전투하고, 세계의 운명을 건 대결에 도전하며 성장해 나갑니다. 시리즈는 퍼시의 모험과 성장, 그리고 그리스 신화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마침, 또 극 중 주인공 '퍼시잭슨'이라는 소년이 살고 있는 장소가 "뉴욕"이라, 저희는 두 배로 재미있게 보기도 했습니다. "쩌~기 우리 옛날 집이 나온다!!"며 신이 난 아이 곁에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 존재하는 신들의 올림포스 같은 기발한 상상은 어디서 나올까 생각하며 저도 함께 즐겼습니다.

반은 인간, 반은 신인 퍼시잭

하지만 그 모든 설정과 이야기의 재미와 눈길을 끄는 특수효과 보다 제 마음을 끌던 것은.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퍼시잭슨이 꼭 우리 집에 살고 있는 아이 같이 느껴져서였던 듯합니다. (남편이 포세이돈처럼 식스팩이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해금지!) 완벽히 다른 신과 인간의 세계 사이에서 태어난 데미갓으로, 혼란스러운 성장기를 보내는 퍼시의 모습이 꼭, 2가지 문화 사이에서 좌충우돌 중인 우리 집 꼬마와 비슷하게 느껴졌거든요.

(비슷하게 산만한 학교생활도요... 또로로록 )


이 퍼시 잭슨 시리즈의 중심인 주인공퍼시잭슨을 포함한 “데미갓(반신반인)“들은 그리스 신화와 인간 세계의 혼합된 배경에서 자라나며 신들과 인간들 사이에 위치한 자신의 신분과 소속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다양한 신들과 친구와 같은 관계를 쌓아가며( 물론, 좋은 친구와 나쁜 친구 함께요.) 다양한 신화적인 상황 속에서 경험을 쌓으며 성장합니다.


바로 이 부분이.

꼭 우리 아이를 보는 것 같았던 부분이었어요.

신과 인간 사이에서 헤매는 존재가 반신반인 데미갓이라면, 부모와 다른 문화 사이에서 유년을 보내며 그 사이에서 헤매는 “Third Culture Kids 제3문화 아이들 “. 그중 하나가 우리 아이였으니까요.


제3문화 아이들
(Third Culture Kids - 이하 TCKs)이란,
부모의 문화나 국적이 아닌 다른 환경에서
유년 시절의 상당 기간을 보내며 자란 아이들을 일컫는 단어
- 위키피디아 -


처음 이 용어 TCKs가 등장했던 1950년대 초반만 해도, 해외 선교를 다니는 "미국 신부의 자녀"를 지칭하는 용도로 사용이 되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다양한 문화에서 자란 모든 사람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이 됩니다. 한국의 여행 자유화가 이루어진 시기와도 비슷하죠?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이동이 많아지면서 TCKs의 의미도 포괄적으로 변화합니자. 한국의 경우 해외에 주재원으로 나가는 경우 주재원의 자녀, 또는 유학을 가는 엄마아빠를 따라가 현지에서 자란 아이들의 경우가 여기 해당이 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해외 주둔지가 많은 미국에서는 군인의 자녀들도 상당수가 TCK에 포함이 된다고 해요.

또한, 국제결혼을 한 가정의 어린이부모의 국적과 같은 곳에서 자라는 어린이라고 하더라도 국제학교에 다니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하니....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이 정의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집에 있는 꼬마 역시, 부모인 저희의 일 때문에 살게 된 뉴욕에서의 시간들 이후 한국에 귀국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TCKs로 성장하였습니다. 가장 잘 알려져 있는 TCK 바람직한 예로는... 인도네시아에서 어린 시절 일부를 보낸 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 단!! 모든 외국인 또는 다른 국가에서 자란 사람들이 기술적으로 제3문화 아동은 아니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옮겨가서 살게 된 나라에서 그 나라의 문화가 아니라 "원래 살던 곳과 거의 동일한 문화 환경"에서 자라는 경우... 그러니까, 동일 민족 커뮤니티 내에서 자라며 언어를 배우지 않거나 현지 문화에 노출되지 않는 경우라고 할까요. 이런 경우는 전형적으로 알려진 TCK의 유형과는 다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해외에 살더라도, 한인 커뮤니티 안에서 생활하면서 한국의 문화적인 바운더리 내에서 자란다면 언어적인 성장은 물론 문화적인 차이를 경험할 이유도 줄어드니까요.


하지만 이런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정의를 기준으로 보자면….

TCKs들은 [자신의 부모의 문화]와 [아이가 자라는 현지 문화]를 혼합한 환경에서 자라게 됩니다. 바로 이 모습이 제 눈에 데미갓이었던 퍼시 잭슨과 참 많이 닮아 있다 싶습니다.

반신반인인 퍼시가 본인이 인간인지 신인지 고민스러워한 것처럼... TCKs들 역시 자신의 국적과 문화적 소속에 대한 정체성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두 개 이상의 문화에서 성장하면서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성장하게 되죠. 그 과정에서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교류하며 친분을 쌓게 되며 다양한 언어를 구사한다는 좋은 점과 함께 이에 따른 새로운 문화에 대한 혼란과 적응을 위한 시간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퍼시 잭슨이 거쳐간 여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까요.


다양한 언어, 혼란과 적응


나라를 오가며 유소년 기를 보낸 아이들의 특성상, 부모님이 사용하는 언어 외의 다른 언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2가지가 아닌 3가지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나타나지요.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능력이긴 하지만, 세상은 참으로 공평하여 그만큼의 혼란과 적응의 어려움과 외로움이 함께 합니다.

출처 Patricia A. L. Ong / CLESOL 2018 논문 중.


우리 집 꼬마가 7-8살 언저리 즈음이었을까요.

당시 같은 학교 친한 친구들(모두 전형적인 미국인 가정)이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를 공유하며 유난히 스타워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아마도, 아이들이 줄거리를 이해하고 장편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기가 되자 부모들이 가장 먼저 같이 보자고 제안했던 영화 중에는 압도적으로 스타워즈가 많았었던 듯합니다. 부모들이 어린 시절 보고 자란 시리즈 중 오랜 히스토리와 부가적인 콘텐츠가 많은 시리즈 중 하나니 그럴 법 하죠? (수많은 덕후들을 양산하기도 했으니... 아이들의 부모님들 중에도 분명 스타워즈 덕후가 계셨다 싶습니다)

칼싸움, 총싸움에 관심이 많은 것은 온 세계 남자아이들이 모두 공통인지라 남자아이들이 압도적으로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여자 아이들 역시 안 본 아이는 없었습니다. 다들 재미있다며 수업 시간중에도 이야기하며 한 마디씩 거드니 없던 관심도 생긴 아이는 "나도 스타워즈 볼래!!" 라며 조르기 시작하더니, 그 후 스타워즈 시리즈 영화 하나하나를 열렬히 시청하고 그로부터 한동안 레고도 스타워즈, 만들기도 스타워즈, 인형을 사면 스타워즈 캐릭터들인 시기가 도래했었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저도 스타워즈는 물론 어릴 적에 이미 보았고 남편 역시 잘 알고 있는 영화였지만. 한국에서 자란 저와 남편이 '외국 영화 중 하나'로 스타워즈를 받아들이는 것과 달리 , 일종의 '가족 모두 대대손손 함께 즐기는 콘텐츠'로 이 영화를 대하는 뉴욕 주변 친구 들의 영향을 받아 요다 인형이 귀엽다며 사달라 조르는 아이를 보며 '나와는 다른 문화의 결을 갖고 살아가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바라본 것이 기억납니다.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 그토록 아끼던 스타워즈 굿즈와 레고들에 먼지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좋아하는 아이의 마음은 변함이 없었지만, 이야기해도 함께 맞장구를 쳐주는 친구들이 없으니 아이의 흥미도 사라지고 관심도 줄어든 것이죠. 그리고, 아이에게 스타워즈만 떠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유년기를 보내며 볼 꼴, 못 볼 꼴을 함께 나누며 서로의 아이들이 어떤 말썽을 부려도 그. 러. 려. 니. 하던 육아동지들을 두고 떠나오며 저도, 아이도 함께 마음을 터놓고 놀 친구들을 두고 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말썽꾸러기 시절을 서로 같이 본 육아동지 사이의 끈끈함과 순도 100000%의 이해심을 그리워하는 제 곁에, 이미 대륙 저편에 있는 친구들과의 추억을 그리워하며 새로 만들어나가야 하는 우정 앞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외로움"은 이 TCKs들을 자라는 내내 따라다니는 정서의 일부분을 형성하게 된다고 하는데, 이 말이었구나 싶었습니다.


새로운 문화를 익히고, 새로운 친구와 이해받을 친구들을 만든다는 것이 마냥 즐겁지만 않은 과정이기도 합니다.  어른인 저 역시도 경험했던 예상 못한 당황스러운 경험을, 훨씬 덜 성숙한 아이가 한다고 생각하면 아찔한 경우들이 부지기수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 문화권에서는 '예의 바르고, 겸손하다, 분위기를 잘 맞춘다.' 칭찬받는 모습들이 '진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가식이 있는 사람처럼 받아들여지는 문화'인 상황을 생각해 볼까요. 한 사람에 대한 이런 상반된 평가를 경험하게 되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적절한 선인지" 그 미묘한 선을 찾기 힘들어 감정표현과 의사표현에 있어서 과함과 부족함의 사이를 수도 없이 오가며 그 사이에 생기는 오해들 역시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인지력이 성인 같지 않은 아이라면, 그 시행착오는 더 클 것입니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의외로 제3문 화권의 아이들에게는 "모국"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새로운 외국으로 이주하는 것이 더 쉬운 경우가 많다고도 합니다. 호주와 한국에서 수년간 살다가 10대 때 터키로 돌아간 레일라(Leyla, 25세)의 이야기가 어떤 경우인지를 설명해 줍니다.**

해외에 있을 때는
항상 외국인으로 여겨졌지만,
사람들은 갑자기 내가 자기들과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은 것을 알기를 기대했다


귀국할 때 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려야 했지만, 모국은 이전에 만났던 그 어떤 것보다 더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죠. 특히, 교우관계까 중요한 시기에 본국으로 돌아가게 된 경우 이 아이들이 마주하는 또래 집단의 문화에 이질감을 느끼며 그들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들도 존재합니다. 아직 나이가 어려 또래문화에 대한 직접 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우리 집 꼬마가 또래 친구들이라면 다들 좋아한다는 '흔한 남매' 유튜브를 보며 웃음 포인트를 찾지 못하거나, K-POP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친구들 사이에 끼고 싶어 앨범도 포토카드도 모아보지만 얼마 못 가 "엄마 사실 난 K-POP 별로 재미없어.''라며 고백한 것도 이런 모습이 아니었나 싶더군요.


사람들 사이의 관계적인 혼란의 이면에는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대한 이슈도 존재합니다.

지금 우리 아이가 다니고 있는 외국인 학교 내의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아이들이 각자 스스로 내리는 정체성이 모두 상이한 것을 볼 수 있었어요.

'미국' 국적을 가지고 미국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한국으로 왔지만 학교 외에서도 한국 말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미국을 '우리나라'라고 부르는 어린이 A

부모님의 국적을 따라 법적으로 '미국인'이기는 하지만 해외 거주 경험은 없는, K-POP을 무척 사랑하고 영어보다는 한국어가 훨씬 더 편한 어린이 B

동유럽 국가에서 태어났지만 3년마다 다양한 나라를 돌아다녀 문화적 민족적인 특성이 모호한 어린이 C

한국에서 태어나 국적은 한국인이지만 해외 체류기간이 길어 식성과 즐기는 문화가 모두 한국과는 거리가 먼 어린이 D

인종적으로 한국인이 아니고, 한국에 살지만 한국 문화에도 전혀 관심이 없고 언어적 교류도 하지 않는 어린이 E

그럼 이 꼬마들은 스스로를 어떻게, 어느 나라 사람이라고 정의할까요? 어른들처럼 국적이 그 기준일까요?


의외로 서류상의 국적과는 별게로 "어디에서 태어났는지"를 기준으로 ''나는 한국 사람이야/ 나는 미국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신기하죠? 아이들 나름의 기준을 들여다보니, 이렇게 판단하면 적어도 "경험한 문화"와 "주로 사용하는 언어"가 일치하는 확률이 높을 수 있겠다 싶더군요.

물론, 이 부분 역시 성장하면서 사춘기를 지나는 과정에서 또 변화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쭉 태어나 자랐친구라고 하더라도, 외국인 학교나 국제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의 경우 '나는 한국인인가? 미국인인가? 어느 나라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방황하는 시기가 한번 즈음은 다 도래한다는 이야기를 이미 다 성장하여 Third Culture Aduts (제3문화 어른)이 된 사람들을 통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는 내내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했다는 근본적인 외로움을 가지고 자란다는 TCK 제3문화 아이들.


그런 아이를 자녀로 둔 입장에서, 어떻게 이 아이의 성장을 도와주어야 할까 고민하며 여러 가지 자료를 읽으며 공부하는 부모로 살고 있습니다. 내 나라에서 내 문화를 동일하게 가지고 자라는 아이도, 세대의 차이로 인해 키우며 접하는 난관이 여럿인 것이 당연한데……이것 참. 또 다른 난이도다 싶습니다.


그래서, 이 제3문화 아이들이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되는 강점들을 더 들여다보며, 어떤 부분을 더 응원해 줄 수 있을지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이미 지나온 시간의 경험을 통해 장소보다 사람에 근거한 정체성을 형성한다고 합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든 곳에 속하는' 듯한 독특한 문화적 중간지대에서 이 아이들은 편안함을 느낀다고 하네요. 그래서,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과 유연성 면에서 같은 또래의 친구들보다 더 나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세계 시민이 될 수 있는 자질이고, 반대로 보자면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운 측면이지만 요즘은 일부러라도 '노매드의 삶'을 지양하는 MZ 친구들이 많은 것을 보며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약점보다는 강점이 더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 아이들이 가진 독특한 시선과 가치관들이 '고정된 위치'의 집이나 고향이 아닌, 세계 속 많은 사람들과의 연결 속에서 더 활짝 필 것이라 믿으면서 말이죠.


아마, 이 글을 읽으시면서 TCKs(제3문화 아이들)라는 정의 자체가 낯선 분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새로운 개념인 만큼, 사실 이들을 정의하는 범위와 연구 등도 계속 빠르게 유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개념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전 세계에 흩어져 있다는 지리적인 다양성의 측면 때문에 간단히 광범위한 관찰결과 등을 도출해 내기도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어떤 공통적인 면은 찾아낼 수 있지만, 전체 표본의 크기를 감안하면 개별 아이들의 사례는 일화에 불과한 측면도 분명 있겠죠. 그래서 그만큼.. 사실 이 아이들의 성장을 어떤 식으로 도와주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방안을 찾아내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한 개인의 서사에는 다양한 환경적인 요인들이 개입되니까요. 하지만, 최근 이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연구와 이야기들이 드러나고 있어 온라인으로도 다양한 TCKs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저는 지금 자라고 있는 제 아이를 통해서 또 하나의 TCKs의 서사를 지켜보는 중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과거 일하며 많이 마주했던 이미 성인이 된 TCKs들과 보낸 경험들을 요즘 하나씩 다시 꺼내보는 중입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알고 있는 이미 성인인 TCKs분들 중에는,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에 살고 싶어 했지만 결국 지금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는 분들이 더 많았습니다. '결혼'을 기점으로 마음이 향한 사람이 한국인이 아닌 경우(또는 배우자가 한국인이지만 한국이 아닌 곳이 더 편안한 경우) 결국 가정이라는 근원적인 둥지를 해외에 틀게 되기도 하고, 한국사람과 결혼을 해 한국에 머물다가도 일을 하며 해외 관련 업무들에 자연스럽게 더 노출되어 자신이 그러했듯 또 어린아이를 데리고 해외에서 살고 계신 분들의 경우가 여기 해당될 것 같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통계기도 하지만, 이 친구들을 보며 지금 제 품 안의 아이 역시,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 가족 모두의 의지와 상관없이 스스로에게 편안한 곳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멀리 떨어져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는 합니다. 그래서 마음의 고향이 모호할 아이에게 제가 고향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에 아이를 한번 더 들여다보고, 아이를 이해하는 부모가 되고 싶어 애써봅니다.


데미갓으로 살더라도,

늘 모험이 끝나면 엄마가 있는 집으로 돌아오던

퍼시 잭슨처럼.

아이가 절 찾아주길 바라면서 말이죠:)






[참고자료]


Third culture kid - Wikipedia


The Difficulty of Life as a Third-Culture Kid | InterNations


The benefits of being a third culture kid | Aetna International


- Help Your Kids Make Connections By Helping Them Find Groups Of Peers With Shared Interests.

- Help Your Kids Strengthen Their Sense Of Identity By Keeping Cultural And Family Connections Alive.

- Be Aware That Being A Third Culture Kid Can Be Challenging.



이전 05화 모두 함께 [끼리끼리]가 걱정이랍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