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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키드 Mar 22. 2021

멀티태스킹의 신화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지금까지 시간 관리 방법을 언급하면서 내가 자주 ‘성과’, ‘효율’이란 단어에 집착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단어는 어떤 조직이나 회사와 같은 집단이 강조하는 단어 아니던가. 오해하지는 말자. 나는 저 단어를 당신이 속한 집단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쓸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기계의 부속품마냥 조직에 충성하는 일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맹목이 낳은 복종이야말로 가장 위험하다. 생각하지 않은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조종당하기 쉬운 사람들이다. 누군가 무조건적인 충성을 강요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다. ‘그 충성의 대가가 있는가?’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맹목에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그럼 여기서 시간 관리를 할 때 반드시 피해야 할 대표적 악습 하나를 말하고 싶다. 바로 멀티태스킹의 신화다.



‘멀티태스킹’, 익숙한 단어다. 한 마디로 멀티태스킹이란 동시에(?) 또는 단시간에 여러 과제를 처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컴퓨터의 일처리 방식이다. 이것은 인간에게 적합하지 않은 방식이다. 물론 우리는 운전을 하면서 음악을 듣고 네비를 보고 옆 사람과 말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자. 공부나 일을 그렇게 한다면 성과가 날까? 누구도 자신있게 ‘네’라고 답변하지 못할 것이다. 단시간에 이쪽저쪽을 왔다갔다하면서 집중을 유지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일과 일 사이 전환을 위해서 우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일과 중에 우리가 왜 휴식 시간을 배치하겠는가? 전환 스위치를 켜 다음 일에 들어가기 위한 예비단계를 거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동시에 여러 일을 처리하는 습관을 버려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멀티태스킹의 신화에서 벗어나 모노태스킹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번에 하나의 일을 처리한다.



멀티태스킹의 오류


멀티태스킹의 신화는 나만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 관리를 다루는 많은 책에서 멀티태스킹의 문제점을 언급한다. 그러면 왜 이토록 많은 문헌에서 멀티태스킹이 지니는 문제를 지적할까? 단순히 멀티태스킹이 인간에게 적합하지 않은 일의 방식이라는 비판을 넘어서 여기에는 근본적 오류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오류가 ‘범주착오의 오류’다. 이미 앞서 말했듯이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컴퓨터와 같은 기계가 할 일이 있고, 인간이 할 일이 따로 있다. 아무리 뛰어난 AI가 나온다고해서 인간의 고유 영역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물론 과거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라고 생각했던 어떤 부분을 대신할지언정. 단순 작업은 기계에게 넘기고 우리는 좀 더 ‘창의적’인 일에 몰두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간의 양에 급급해 시간을 늘리려고 하는 시도는 어리석기 그지 없다.



앞선 오류와 함께 지적하고 싶은 오류가 바로 시간을 양으로만 환원하는 태도이다. 나는 이런 오류를 ‘양적 신화의 오류’라고 이름 붙이겠다. 그리고 이런 오류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아침형 인간’을 무작정 찬양하는 책들이다. 다른 장에서 언급했듯이 각자의 시간 리듬은 각양각색이다. 물론 학교를 다니고 회사에 출근해야 하니 공통의 시간 리듬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작정 새벽 4시나 5시에 일어나 하루를 살라고 모든 이에게 권유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다.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을 다른 이에게 무조건 따르라고 말하는 꼴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의 양이 아니다. 깨어있을 때만이라도 열심히 일하고 결과를 얻는 것이 더 낫다.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전시하는 그런 책이나 영상을 볼 때면 나는 그 맹목에 놀란다. 자신이 속한 조직의 정체성에 갇혀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어떻게 느끼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로봇이 아니다. 로봇이야 적당히 기름치고 고장나면 부품을 교체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인간은 피와 살을 지닌 존재로서 생각하고 느끼는 피조물이다. 나는 멀티태스킹의 강요가 기계의 힘에 도취된 몇몇 사람의 망상에서 비롯된 거 아닐까라고 의심한다. 기계의 능력에 놀란 나머지 인간도 그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하는 거다. 인간에게 멀티태스킹은 오히려 일의 집중을 떨어뜨려 산만한 상태로 떨어뜨린다. 커피숍의 백색소음이야 공부의 능률을 올린다고 하지만 다중의 업무는 오히려 일의 능률을 떨어뜨린다. 혹시라도 하나의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다른 업무에 매달리고 있다면 냉정하게 자신의 일을 평가해보기를 권한다. 단순 작업에 너무 신경쓴 나머지 정작 진지한 일을 외면하는 것을 아닐까. 그리고 그런 단순 반복 업무 속에서 자신이 성취해야 할 일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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