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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영 Mar 08. 2022

부탁은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할까?

부탁을 할 때에는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비폭력대화> 마셜B.로젠버그



버지니아 대학 대니얼 베그너(Daniel Wegner)박사의 심리학 연구팀이 실시한 실험에 의하면 '슬퍼할 필요 없다' 라고 지시한 뒤 슬픈 추억을 써내려 가게 하자, 대상자들은 그런 지시를 내리지 않은 그룹에 비해 더 슬퍼했다고 한다. 또 베그너 박사는 '마음을 편히 가져도 좋다' 라고 말한 뒤 시험을 하자 오히려 사람들이 긴장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와 같은 현상을 '백곰 효과' 또는 '아이러니 효과'라고 한다. 모순적이게도, 긴장하지 말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더욱 긴장을 하고, '백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더욱 백곰에 대한 생각이 거세게 떠오르고 마는 것을 말한다.



아이들에게 '하지마'라고 이야기하면 그 행동을 멈추지 않고 더욱 열심히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부정적인 표현으로 부탁을 하게 되면 두가지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첫째, 실제로 무엇을 부탁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둘째, 저항감을 불러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내가 남편에게 "주말에는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부탁한다면 첫째, 실제로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것을 부탁하기 위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둘째, 앞서 이야기한 '백곰효과'처럼 하지 말라고 하면 더욱 하고 싶은 저항감이 생기게 된다. 긍정의 표현으로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주면 좋겠어."라고 말한다면 가족과 시간을 보내달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고, 저항감 또한 불러오지 않는다.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것 외에도, 막연하고 추상적이고 모호한 표현을 피하고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폭력대화> 마셜B.로젠버그



호수에 빠진 한 남자를 그린 만화가 있었다. 이 남자는 물에서 나오려고 발버둥치면서 물가에 있는 자신의 개에게 소리친다. "래시, 가서 도움(help)을 청해!" 그런데 다음 그림에는 개가 긴 의자에 누워서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help)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래시가 주인의 명령대로 도움(help)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 남자는 자신의 개 래시에게 어떤 도움(help)을 부탁한 것일까? 호수에 빠져있으니 구해줄 사람을 데리고 오라는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래시는 자신에게 필요한 도움(help)을 받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 것일까. 아마도 "래시, 가서 물에 빠진 나를 구해줄 사람을 데리고 와줘!"라고 하면 다음 그림은 남자의 의도대로 호수 밖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지 않았을까?


이처럼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의미는 다르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같은 말을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나의 정확한 의도와 요구하고자 하는 것을 말해야 한다. 우리는 이렇게 불특정한 요구를 하면서 상대방이 자신의 의도대로 행동해주기를 바란다.



분명한 부탁을 하기 어려울 수 있지요.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자기 자신조차 분명치 않은 것을 다른 사람이 알아서 해주기는 얼마나 어려울까요?  <비폭력대화> 마셜B.로젠버그


어떤 때에는 명확하게 말하지 않아도 그 의미를 알아듣기도 한다. 아이가 엄마를 향해 '목마르다'고 말한다면 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물을 마시고 싶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나의 부탁속에 숨어 있는 의도까지 알아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퇴근한 남편이 옷을 벗어 아무데나 둔다면 아내는 "옷은 벗어서 바로 세탁바구니에 넣어달라고 했는데, 왜 아직도 여기에 있는 거에요?"라고 한다면 세탁물이 그곳에 있는 이유를 묻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의미로 말을 했을까? 벗어놓은 옷을 세탁바구니에 넣어달라는 뜻 아닐까?



우리가
무엇인가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결국 어떤 반응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는다


상대방이 도움을 주든 주지 않든, 문제를 해결해 주든 해결해 주지 않든간에 우리가 상대방에게 이야기 한다는 것은 듣는 것 이상의 반응을 기대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들어주기만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 이야기를 듣고 '네~'라는 짧은 대답이라도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더 나아가 나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내 말의 의도를 알아준다면 더욱 즐거운 대화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나의 의도를 알아줄 수 있도록 명확하게 나의 욕구를 전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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