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만 자유?
내가 보험회사 FP로 일하고자 마음먹고 교육을 듣기 시작했을 때~ 이력서도 따로 챙겨 갖고 가지도 않았고, 증명사진도 따로 찍어 내지도 않았다. (교육을 받던 중간... 어느 날인가 핸드폰에 있는 사진 중 하나를 교육담당 과장님께 전송했던 기억이 있다.)
자기소개서는 물론 졸업증명서도 필요 없었다.
뭐, 대충대충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것처럼 지점장이 내민 태블릿에다 이름 몇 번 적고 싸인만 한 기억뿐이다.
입사할 땐 언제든 원할 때 그만둘 수 있는 것처럼 설명한 그들.
언제든 그만둘 수는 있지만, 처음 1년 동안은 신입FP에 대한 지원금이 많기 때문에 그것을 포기하고 그만두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였다.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다.
신입FP들에 대한 지원금이 꽤나 크고, 첫 3개월은 특히나 본사나 지점 차원에서도 지원이나 시상이 많았다.
그렇지만 그것은 계속 다닐 경우에 나 필요한 이야기이고.
내 입장에서는 전~혀 관심 밖의 일이다.
수당도, 지원도, 시상도, 실적도, 환산도.
내게는 의미 없는 메아리일 뿐.
나는 퇴사를 요청했다.
처음엔, 3월 3일, 매니저님께 사정을 설명했고, 퇴사 수순을 밟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3월 4일에 만나자고 하셨다.
그 자리에 소장님이 나오셔서 두세 시간을 한 번 더 생각해 보라고 붙잡았다.
일이 싫어서 나가는 것이 아니었고 같은 사무실에서 얼굴을 보고 일할 사람 때문에 나가는 것이었으므로 재고의 여지가 없었으나 이토록 부탁을 하시니 한번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결론은 같았고 3월 14일, 다시 소장님께 면담 요청을 했다.
그 자리에 소장님이 지점장님을 모시고 나오셔서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라고, 정 힘들면 원하는 만큼 쉬다가 오라고 세시간 가까이 말씀하신다.
주말 동안 생각해 보고 답해달라고 하셨고, 주말 내내 열심히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결론은 같았다.
생각해 보니 정말 진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두 분은 어떤 이유로 나를 붙잡으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저번에 들었던 것과 같은 말을 두 번째... 합하면 거의 6시간 가까이 들어야만 했다. 도대체, 왜? 무엇때문에?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무엇보다 가장 아까운 것이 나의 시간이었다.
결론을 지어야만 했다.
'평생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과 한 사무실에서 매일 1초라도... 얼굴 보고 일하고 싶지 않다. 따라서 내가 나가는 게 맞다. '
지점장님과 소장님께 분명하게 의사전달을 하고 답변을 기다렸다.
그 후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다.
퇴사처리는 여전히 되지 않고 있다. 입사할 땐 언제든 나갈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보험회사.
실상은 지점장의 실적과 신입FP의 근무개월수가 연동되어 있는 구조란다.
나는 한시도 같은 회사 사람으로 이름이 들먹여지는 것도 역겨운데.
어쩌면 좋을지 고민이다.
이것이 신입 퇴사지옥인 보험회사 FP의 실상 고민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