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5 댓글 5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신입FP는 퇴사 지옥?

입사만 자유?

by 정미정 Mar 20. 2025
아래로

내가 보험회사 FP로 일하고자 마음먹고 교육을 듣기 시작했을 때~ 이력서도 따로 챙겨 갖고 가지도 않았고, 증명사진도 따로 찍어 내지도 않았다. (교육을 받던 중간... 어느 날인가 핸드폰에 있는 사진 중 하나를 교육담당 과장님께 전송했던 기억이 있다.)

자기소개서는 물론 졸업증명서도 필요 없었다.


뭐, 대충대충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것처럼 지점장이 내민 태블릿에다 이름 몇 번 적고 싸인만 한 기억뿐이다.


입사할 땐 언제든 원할 때 그만둘 수 있는 것처럼 설명한 그들.


언제든 그만둘 수는 있지만, 처음 1년 동안은 신입FP에 대한 지원금이 많기 때문에 그것을 포기하고 그만두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였다.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다.

신입FP들에 대한 지원금이 꽤나 크고, 첫 3개월은 특히나 본사나 지점 차원에서도 지원이나 시상이 많았다.


그렇지만 그것은 계속 다닐 경우에 나 필요한 이야기이고.


내 입장에서는 전~혀 관심 밖의 일이다.

수당도, 지원도, 시상도, 실적도, 환산도.

내게는 의미 없는 메아리일 뿐.



나는 퇴사를 요청했다.


처음엔, 3월 3일, 매니저님께 사정을 설명했고, 퇴사 수순을 밟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3월 4일에  만나자고 하셨다.

그 자리에 소장님이 나오셔서 두세 시간을 한 번 더 생각해 보라고 붙잡았다.


일이 싫어서 나가는 것이 아니었고 같은 사무실에서 얼굴을 보고 일할 사람 때문에  나가는 것이었으므로 재고의 여지가 없었으나 이토록 부탁을 하시니 한번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결론은 같았고 3월 14일, 다시 소장님께 면담 요청을 했다.

그 자리에 소장님이 지점장님을 모시고 나오셔서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라고, 정 힘들면 원하는 만큼 쉬다가 오라고 세시간 가까이 말씀하신다.

주말 동안 생각해 보고 답해달라고 하셨고, 주말 내내 열심히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결론은 같았다.  


생각해 보니 정말 진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두 분은 어떤 이유로 나를 붙잡으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저번에 들었던 것과 같은 말을 두 번째... 합하면 거의 6시간 가까이 들어야만 했다. 도대체, 왜? 무엇때문에?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무엇보다 가장 아까운 것이 나의 시간이었다.

결론을 지어야만 했다.


'평생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과 한 사무실에서 매일 1초라도... 얼굴 보고 일하고 싶지 않다. 따라서 내가 나가는 게 맞다. '


지점장님과 소장님께 분명하게 의사전달을 하고 답변을 기다렸다.



그 후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다.



퇴사처리는 여전히 되지 않고 있다. 입사할 땐 언제든 나갈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보험회사.


실상은 지점장의 실적과 신입FP의 근무개월수가 연동되어 있는 구조란다.


나는 한시도 같은 회사 사람으로 이름이 들먹여지는 것도 역겨운데.

어쩌면 좋을지 고민이다.


이것이 신입 퇴사지옥인 보험회사 FP의 실상 고민이야기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눈물 그리고 눈화장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