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간호사 첫 한 달 버티기

신규 간호사 동생에게 해준 3가지 조언

by 희원다움

운전 중 걱정스러운 목소리의 엄마한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희원아, 동생한테 전화 좀 해봐. 공부도 머리에 안 들어오고 잠도 안온 덴다. 그래도 겪어본 네가 얘기하는 게 낫지"


"에휴... 알았어요."


동생의 마음.. 그 누구보다 잘 알죠, 그래서 누가 어떤 말을 해도 위로가 되지 않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남동생이 걱정되는 엄마는 수시로 전화를 통해 근황을 체크하세요. 당연히 좋은 소리가 들려올 리 없죠. 지금 동생 마음은 스모그 가득한 잿빛이거든요.


"많이 힘들어?"


"......."


동생은 별 말도 없었습니다. 훌쩍이기도 하고.


아무리 똑똑한 신규라도 시간이 흘러야 해결될 일, 누가 대신해줄 수 없는 일,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다는 걸 알지만 저는 동생에게 3가지 조언을 해줬습니다.



1. 프리셉터가 묻는 모든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라.


동생이 절규하듯 말했습니다.


"시간이 없다고! 오늘 배운 거 복습하는 것도 벅찬데 예습도 해야 되니 공부도 안되고 잠도 안 온다고..."


매일 밤을 새워 다 복습하고 숙제를 해간다고 다음날 모든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까요?


학교 시험은 정해진 범위만 완벽히 공부하면 A+학점을 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실제로 환자에게 발생하는 상황이 내가 공부한 것처럼 일어날까요?


미처 예습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고, 교과서에 나와있지 않은 간호수행을 훨씬 많이 해야 합니다. 신규 간호사가 모르는 일들만 발생하니 정답을 말할 수 없는 게 당연합니다.


신규가 대답 못할 것이라는 걸 모든 프셉들은 알고 있습니다. 본인도 똑같이 겪었으니까요.


알면서도 혼내는 건 환자의 생명이 달려 있는 의료현장이기에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긴장 풀려 실수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러는 거니까 너무 서운해 마세요.


24시간 영어를 듣는다고 갑자기 귀가 뚫리지 않는 것처럼 공부하고, 혼나는 과정을 되풀이해야 혼자 독립해서 일을 할 수 있어요.


신규 간호사 누구나 겪고 지나가야 하는 일임을, 시간이 지나면 점점 상황 파악이 되고 눈치도 생겨 지금처럼 힘들지 않게 될 것임을 기억하세요.


2. 첫 달은 버틸 놈인지 나갈 놈인지 테스트하는 기간이다.


1년 미만 간호사 이직률이 2013년 29%에서 2017년 42.7%로 나타났습니다. 신규 간호사가 들어와서 간호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1년 여가 걸린다고 해요. 바쁜 와중에 힘들게 교육을 시켜놨더니 신규 간호사가 갑자기 무단결근을 하고 사직을 합니다. 이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처음엔 병동 간호사들이 신규들한테 정을 주지 않습니다.


독하게 말해보고 핀잔을 주는데도 주눅 들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이면 그제야 내 사람이구나 하고 애정 어린 가르침을 주기 시작합니다.


공부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당당히 말하세요.

당당하다는 말은 '남 앞에 내세울 만큼 모습이나 태도가 떳떳하다'라는 뜻이에요.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노력했으면 당당하게 모른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 모습은 버릇없는 것과 다르기 때문에 보면 알거든요. 진짜 노력을 했는데 모르는 건지 안 해서 모르는 건지.


3. D-day를 정하고 간단하게 기록을 해라.


나만의 마음속 퇴사 날짜를 D-day로 정합니다.


정확한 날짜를 계산하고 간단하게 하루를 기록하면서 퇴사 후 계획을 세워보세요. 날짜가 정해지고, 퇴사 후 계획이 세워지면 병원 생활에 대한 부담이 줄어듭니다. 오히려 긴장을 덜해서 실수를 줄일 수 있어요.


또한 생각을 기록하다 보면 정말 퇴사를 원하는 건지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D-day까지 버티면 시간이 흐르고 일이 익숙해져 '어라, 해볼 만한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더 해보자는 생각이 들면 D-day를 늘리고, '아니다'싶으면 퇴사 후 계획을 실행하면 되니까 손해 볼 게 없어요.


제가 주한미군 병원에 들어갔을 때 의외로 한국 간호사가 저를 힘들게 했었어요. 우리나라 병원으로 말하면 저의 프셉이었죠.


제가 교육받는 1달 동안 의사 앞에서 등짝을 때리고 환자 앞에서 소리를 지르기도 했어요.


미국 병원은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첫 1달은 울면서 다녔습니다.


그때 6개월 후를 D-day로 정했어요. 1달이 지나자 이미 일이 익숙해졌고 6개월이 지났을 때는 제 프셉만큼 날아다니다 보니 벌써 3년 차가 되었습니다.




열악한 근무환경에 본인 환자를 돌보면서 신규를 교육하는 것은 프리셉터에게도 버거운 숙제입니다. 자기가 맡은 환자를 돌보는 것도 바빠 죽겠는데, 신규를 데리고 다니며 친절하게 가르쳐 줄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신규들은 오늘 가르쳐 준걸 내일 기억하지 못한다'는 진리를 그들도 다 알고 있습니다.


우리 우선 1달만 버텨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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