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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Mar 01. 2024

직장을 바꿔도 우리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

언제까지 직장만 탓하고 있을 것인가?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나는 주저 없이 '주도성'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주도적인 삶이란 타인이나 환경의 영향이 아닌 '자기 스스로의 선택'으로 이끌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 주도성이라는 가치는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했다. 지금하고 있는 간호사의 업무에서는 주도성을 전혀 발휘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의사의 오더대로 환자를 케어하는 간호사가 주도성을 발휘한다?' 이 대목에서 늘 물음표가 생겼고 진로에 고민이 생겼다.

뭐야, 또 바꿔야 해?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 따르면 그들의 습관 첫 번째로 주도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주도성은 자신의 선택으로 솔선해 사는 것 이상을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 빅터 프랭클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는 나치 독일의 수용소에 갇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참한 일들을 경험했다. 어느 날 그는 작은 감방에 발가벗겨진 채로 있을 때 인간이 가진 가장 마지막 자유를 자각했다.

치욕적인 현실이었지만 자신이 강제수용소에서 풀려난 후 제자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상상해 본 것이다. 나치들은 그의 주변 환경을 통제하고 그의 육체를 다룰 수는 있지만 그의 자아의식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아의식이란 우리가 자신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자신의 상태를 관찰자 입장에서 보는 방식이다. 그것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자극과 반응사이에서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권한을 가졌음을 의미한다.


유명한 파블로의 개 실험은 종이라는 자극에 저절로 침을 흘리는 자극 반응의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주도성에는 자극과 반응 사이에 자아의식, 상상력, 양심, 의지를 통한 '선택의 자유'라는 인간의 권한이 있다. 

따라서 주도적인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주변의 영향, 분위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지 않는다. 자신의 행동은 본인의 가치관에 기초를 둔 선택이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반응도 자신이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 본 환자 중, 오전 마지막에 예약시간에 태어난 지 2주 된 아이가 있었다. 2주 된 아이에게는 그때 꼭 해야 하는 필수 검사가 있다. 그런데 30분이 지나도 아이와 부모가 나타나지 않았다. 아이의 엄마에게 전화를 했더니 약속을 까먹었다고 다. 상황을 설명한 후 진료가 끝난 시간에 병원에 오게 했고 필요한 검사를 했다.


그런데 아이 부모의 태도가 무척 거슬렸다. 진료시간이 끝났음에도 자기 아이를 위해 시간을 내준 의료진에게 고맙다는 말은커녕 묻는 말에는  건성건성 대답하고 마는 것이다. 솔직히 존중받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이 발 끝에서부터 서서히 올라왔다.

친절함을 버리고 '맞대응할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었다. 하지만 엄마를 오게 한 건 가치판단에 의한 나의 선택이었다. '아이가 아무 문제 없이 자랄 수 있도록 적당한 시기에 필요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간호사로서의 양심이자  중요한 가치이다. 부모의 무례한 태도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지만, 그들의 태도로 인해 불쾌한 감정에 휩싸일지 말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었다.


나는 업무에서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깨달았다. 의사의 오더와 상관없이 내가 간호사로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따라 선택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

환자들이 간호사에게 기대하는 것 이상의 역량을 발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니 할 수 있는 것이 보였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보지 못하고 환경과 역할을 탓하고 있었다니...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문제에 집중하고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자신의 힘으로 변화시킬 수 없는 것들은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 이것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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