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함과 인내를 열정이라 착각하지 말자
도전적 스트레스와 방해 스트레스
제조업 창업을 꿈꾸며 조경 시설물 공장에서 바닥부터 일을 배우기 시작한 남자친구에게, 나는 무심한 위로를 건네버렸다.
"원래 새로 일을 배울 땐 다 그런 거야. 참고 견디다 보면 당신 실력이 되지 않겠어?"
나는 체계 없는 현장의 분위기나 사장님의 모호한 지시조차, 그가 성공적인 사업가가 되기 위해 기꺼이 통과해야 할 관문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밑바닥부터 탄탄히 배워 제 사업을 해보겠다던 그의 원대한 포부와 달리, 늘 긍정적이던 남자친구의 얼굴은 점점 표정을 잃어갔다. 사장님은 업무의 범위를 명확히 정해주지 않은 채 이 일 저 일을 시켰고, 처우에 대해서도 늘 말끝을 흐리며 애매하게 넘어가곤 했다. 그가 마주한 것은 미래를 향한 성취감이 아니라, 자신의 기대를 갉아먹는 막막함이었던 것이다.
무조건적인 노력과 인내는 '성장을 위한 필수'라고 굳게 믿었지만, 나의 그 믿음은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미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 '잡 크래프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고, 직장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도전으로 인한 긍정적 스트레스와 방해로 인한 부정적 스트레스를 구분해 대처하라. 직장생활을 하면서 불편한 상호작용을 피하고 원치 않는 일을 맡지 않는 것도 능력이다.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 느끼는 적당한 스트레스는 성장의 밑거름이 되지만, 역할의 모호함이나 불투명한 보상 같은 환경적 요인은 그저 사람을 지치게 하고 결국 일을 포기하게 만드는 '방해 스트레스'일뿐이다. 명확하지 못한 환경을 무작정 견디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그가 억지로 버티다 모든 것을 포기하게끔 등을 떠미는 일과 다름없었다.
망막박리가 남긴 경고
내 위로가 상대에게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깨닫자, 잊고 있던 첫 직장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나는 대학 졸업 후 전공을 살려 한 중견기업에 입사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로서의 첫발은 희망찼으나 실상, 회사는 신입을 교육할 시스템조차 없었다.
게다가 타 부서 소속이었던 사수는 자기 업무만으로도 이미 과부하 상태였다. 도움을 구할 곳 없던 나는 신입임에도 불구하고 자동화 프로그램 전체를 홀로 책임져야 하는 가혹한 상황에 내몰렸다.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열심히'뿐이었다. 하지만 미련하게 버티던 나는, 입사 한 달 만에 극도의 스트레스로 망막박리를 앓았고, 결국 2년 반 만에 회사를 퇴사했다. 시스템이 없는 곳에서 개인의 의지만으로 버티는 건 열정이 아니라 자학이라는 사실을, 몸이 무너지고 나서야 배웠다.
나를 지키는 진짜 실력
목표를 성취해 내는 사람은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역량이 발휘될 수 있도록 먼저 일의 구조를 세팅한다. 책에서는 ‘전략적 무능력’이라는 개념을 설명한다.
이것은 모든 일을 다 잘 해내려고 애쓰는 대신, 원치 않거나 부가가치가 없는 일에는 의도적으로 서툰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고 내 에너지를 지켜내는 기술이다. 즉,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갈 수 없음을 인정하고, 나를 갉아먹는 방해 요인에는 명확히 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나는 남자친구에게 사장님의 모호함을 답답해하지만 말고 업무의 범위와 보상에 대해 명확히 이야기해 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타인의 무능이나 비합리성까지 내 짐으로 짊어질 필요는 없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 에너지를 쏟기보다, 내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분명한 경계를 그어야 한다.
무조건적인 인내는 미덕이 아니다. 나를 성장시키는 도전은 기꺼이 마주하되, 나를 소모하기만 하는 방해 요소(스트레스)는 과감히 쳐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지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진짜 실력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실험
지금 내가 겪는 고통이 나를 성장시키는 '약'인지, 나를 갉아먹는 '독'인지 구분한다.
스트레스 리스트 작성: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요인 3가지를 적는다.
성분 구분하기: 해결 시 실력이 될 것 같으면 '도전적 스트레스', 시스템 부재나 모호함 때문이라면 '방해 스트레스'로 분류한다.
전략적 무능력 실행: '방해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를 골라, 오늘 딱 한 번만 '거절'하거나 '모른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에너지의 방어선을 긋는 연습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