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변화시켜 준 덕질

대가 없이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본 경험

by 희원다움

어릴 적부터 나의 덕질은 티브이에 나오는 유명인이었다. 나는 유치원 꼬마 때부터 '바람바람바람'을 불렀던 김범룡 아저씨를 좋아했다. 아저씨가 티브이에 나오면 가족들은 '희원이 남자친구 나왔다'하며 나를 찾았고, 나는 부끄러워 이불속으로 숨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 후에 나의 덕질은 '아이돌'로 바뀌었다. 물론 몇 년 주기로 대상은 바뀌었지만..'HOT→태사자→ 인피니트 & 틴탑'


이들을 좋아하는 것은 나에게 꽤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고3시절 여수에 살던 나는 꼭 인서울 해서 태사자 김영민을 만나겠다고 다짐했다. 문제집을 풀며 푸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상단에는 그를 의미했던 바람풍을 쓰고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문제집에 새겨진 '풍'이라는 한문을 보면 꼭 오빠(?)가 나와 함께하고 있는 것 같아 더 열심히, 집중해서 풀 수 있었다. 틀리면 그에게 쪽팔리니까(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그땐 진심이었다:)), 비록 원하는 대학은 가지 못했지만 인서울의 목표를 이뤘고, 진짜 연애를 시작하며 덕질은 한동안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그 후 다시 아이돌 덕질이 시작된 건 31살 간호대학교에 편입을 한 후였다. 회사 다니는 친구들이 '대리다', '과장이다' 하며 승진소식을 날려주니. 흔들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공부에 집중시켜 줄 아이돌 필요했다.


내가 편입 생활을 했던 2011~2014년, 아이돌계의 양대산맥은 '틴탑과 인피니트'였다. 하루종일 공부하느라 밥도 못 먹었던 하루의 유일한 숨구멍은, 누나들의 마음을 녹이는 그들의 현란한 춤사위였다.


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는 예민함의 극치를 보였던 시절이었지만 자기 전 그들의 영상을 빨리 보고 싶어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아침 9시부터 저녁 5~6시에 수업이 끝나면 지하 독서실로 내려가 9~10시까지 복습했다. 조용한 독서실에서 내 배꼽시계가 우렁차게 울리면 '아, 나 배고픈가 보네?' 했지만 한시라도 빨리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배를 움켜쥐었다.


그렇게 나와 3년을 동고동락(?) 해준 덕분에 무사히 국시에 합격해서 간호사로 살아가고 있다. '아이돌'은 각박하게 돌아가는 나의 인생에, 중요한 분기점에서 마다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준 초석 같은 존재들이다.


지금은 인기가요를 보면 누가 누구인지 구분도 못하지만, 언젠가 내 인생의 3막을 시작한다면 또 다른 아이돌이 소환될 것이다. 그때의 핫한 아이돌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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