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되지만 흥미 없는 일, 돈은 안되지만 흥미로운 일

어떤 직업을 선택할까?

by 희원다움
소설을 지속적으로 써낸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자, 그런 자질이 있는지 없는지, 그걸 분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답은 단 한 가지, 실제로 물에 뛰어들어 과연 떠오르는지 가라앉는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소설 같은 건 쓰지 않아도 (혹은 쓰지 않는 편이) 인생은 얼마든지 총명하고 유효하게 잘 살 수 있습니다. '그래도 쓰고 싶다, 쓰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라는 사람이 소설을 씁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중


다시는 여름에 강의를 나가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또 보따리를 바리바리 짊어졌다. 몇 차례 언급한 적이 있는데, 종종 고등학교 진로체험 강의를 나간다. 요즘은 학교들은 대학 진학 전 학생들에게 진로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 체험학습 시간을 마련한다. 진로체험, 직업인 특강의 날을 만들어, 해당 직업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기회를 주는 것이다.


한두 시간의 강의만으로 진로를 확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힌지만 이 기회가 자신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면 그걸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회마저 없으면, 그저 수능 점수를 잘 맞기 위해 입시준비만 하던, 과거의 나 같은 친구들이 많아질 테니 말이다.


학생들을 만나는 시간이 참 좋다. 강의료만 생각한다면 발품과 차비대비, '굳이 할 필요가 없다'. 아니, 안 하는 게 심신이 훨씬 편할 것이다. 집 근처보다는 최소 왕복 4시간 걸리는 경기도에 가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엎드려 자는 학생이 있어도 내가 전하는 메시지가 단 한 명의 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근데 한 여름에 나가는 건 참...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을 제외하면 고역스럽다. 내비게이션에 의지해 운전할 수 있는 실력이 아니기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지역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예전에 시간강사를 '보따리장사'라고 칭하기도 했는데, 노트북을 등에 매고 실습 재료를 양팔에 걸고 지하철, 버스, 도보를 이용해 다니는 행색이 영락없이 보따리 장사다. '생존 게임도 아닌데 한 여름은 피하자' 다짐하면서도 다음 강의 제안을 수락하는 건,

그냥, 하고 싶으니까


그러면 오늘처럼 최고의 집중력을 보여준 귀여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강의는 50명 중 자는 친구들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오늘을 계기로 더 열정이 불탔기 때문에 앞으로는 한 여름, 한 겨울 강의도 마다하지 않을 예정이다.


물론 난 생계형 강사는 아니다. 본업이 있기에 몸이 고생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돈은 되지만 흥미 없는 일 vs 돈은 안되지만 흥미로운 일', 두 가지 선택지 밖에 없다면 연히 돈은 안되지만 흥미로운 일을 택할 것이다(사실 베스트는 우선, 돈은 되지만 흥미 없는 일을 본업으로 잡고 후자는 사이드로 진행시키며 돈이 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 안되지만 흥미로운 일을 택하는 이유는 지금 유망한 직업이 향후 5, 10년 후에도 유효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직접 경험해 봐서 알지만 돈이 안 돼도 좋아하는 일은 어떻게든 상황을 개선해보려 한다.


하지만 흥미가 없는 일을 꾸역꾸역 버티는 건 세상 어렵다. 결국 흥미가 1도 없는 컴퓨터 업계에서는 못 버텼으니까,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럴 이유도 없었고.



참, 오늘 한 학생이 코로나에 걸려 학교를 못 왔다. 대신 집에서 줌으로 강의를 들어도 되냐며 양해를 구하는데, 찐하게 감동을 받았다. 이거다! 진짜 하고 싶 일은, 코로나도 못 막는 '간절함'이라는 힘이 생긴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 최선을 다해보자.
분명 힘든 시기가 올 것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라면
그 일을 지켜내기 위해
뭐라도 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