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진로상담이 필요한 이유

선생님 말고 으른을 만났더라면

by 희원다움

형제들 중에서도 첫 째이지만 장남, 장녀이신 부모님 덕에 태어나보니, 나는 진정한 K 장녀였다. 귀한 큰오빠의 자식이 태어나자 고모들은 조카인 나를 당신의 자식보다 더 애지중지 대하셨다.


특히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던 막내고모는 방학 때마다 나를 불러 공부를 시켰고, 참고서며 문제집을 잔뜩 가져다주셨다. 어린 마음에 감사했지만 그 이상의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게 자리 잡았다.


라떼(내가 어렸을 때), 지방 고등학교는 추첨이 아니었기 때문에 학교마다 서열이 있었고 중학교 성적에 따라 원서를 쓰고 시험을 봤다. 나는 엉덩이 무겁게 앉아 노력한 끝에 거주하던 지역에서는 최고였던 고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입학당시만 해도 나의 목표는 연세대 의대였다. 물론 의대는 아무나 가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1년도 걸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의대를 못 간다면 실험실 연구원이 되어서라도 가운을 입고자 했으니, 어쩌면 나는 흰가운에 대한 환상이 있었나 보다. 생명공학과를 지원하려 했지만 '선생님, 어른'이라는 타이틀을 가졌던 고모의 반대로 결국은 취업에 유망하다는 컴퓨터과에 진학하였다.



물론 나를 위한 일이었지만, 타인의 선택으로 결정된 4년은 마치 내 시간이 아닌 것처럼, 무기력하게 흘러갔다. 그럼에도 그저 그런 학점으로 좋은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던걸 보면 '역시 고모 말대로 하길 잘했어!'라는 결말이어야 하지만, 2년 반도 안 돼 나는 회사를 퇴사해 버렸다.


이후부터 지금까지 나의 관심은 사람들의 진로에 관함이다. 100번의 이력서를 넣어야 1번 면접의 기회가 오는, 냉정한 현실 속에서 수없이 꺾이고 넘어졌지만, 스스로 선택에는 후회도 원망도 없었다.


때로는 이런 생각이 든다. 진로를 선택할 때, 취업이 잘되는 전공을 찾아주는 대신, 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질문을 던져줬더라면 그 사람은 내 인생 최고의 으른이었을 텐데.


내가 그런 사람이 되자!
성공하는 지름길을 알려주는 세상이지만
구불구불한 길을 걸어도 괜찮다고.

그 길에서 만난 돌부리에 넘어지면
잠시 쉬었다 다시 일어서면 된다고.

나는 너를 응원한다고.


성공하는 방법대신 그들이 단단하고 견고해질 수 있도록 함께 성장하는 으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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