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고전이다. 고전이 가치 있는 건, 시대가 어떻게 변하든 항상 통할 수 있는 본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태어난 이상 일을 해야만 한다. 이는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쉽게 변할 수 없는 진실이다. 그렇다면 똑같이 일을 하더라도 왜 일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 즉 일에 대한 목표의식이 뚜렷한 사람이 더 좋은 인생을 살 수 있다.
일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책에는 이 질문에 대한 일본의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의 대답이 담겨있다. 그는 교세라를 창업해 이끌며 세계 100대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렇게 되기까지 그는 수많은 시련과 고통들을 극복해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스스로 치열하게 '왜 일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하는 일 때문에 삶이 괴롭게 느껴진다면, 일의 본질에 대해 다시 고민해 봐야만 한다. 일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를 알고 싶다면, 이나모리 가즈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What & How to
1. 일은 내적 완성을 위한 과정이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일하는 것,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고통을 이겨내는 만병통치약이며, 고난을 이겨내고 인생을 새롭게 바꿔주는 마이더스의 손이라고 확신한다. 그에게, 일은 스스로를 단련하고, 마음을 갈고닦으며, 삶의 가치를 발견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행위이다.
탐욕, 분노, 불만. 이 세 가지는 삶을 좀먹는 삼독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살면서 이 세 가지 독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대신 이 나쁜 기운들을 희석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주어진 일에 집중하고 누구보다 성실히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세 가지 독을 해독할 수 있다.
자신의 일에 전념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결국에는 인격을 닦는 수행이 되고, 인경을 수양함으로써 인생을 깊고 넓게 성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 사랑받고 싶다면 먼저 사랑하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능률이 오르고 집중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우연히 어떤 한 분야에서 출발했지만, 일에 누구보다 더 집중하여 계속 더 발전하고 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일에 재미를 느끼게 되고 더 큰 성과를 거둔다.
무언가에 능숙해지기 전까지 재미를 느낄 수는 없다. 적성이란 무언가를 적어도 2~3년 정도 혼신의 노력을 다해서 능력이 제법 쌓였을 때 확인 가능한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추구하기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을 좋아하기 위해서는 그 일을 잘해야 한다. 그리고 잘하려면 최소한의 인고의 시간이 있어야만 한다. 이러한 과정도 없이 일을 좋아한다는 건 도리에 맞지 않는다.
3. 완벽주의 - 유의주의 & 사소한 것일수록 더 신중하기
이나모리 가즈오는 베스트(Best) 보다 퍼펙트(Perfect)를 추구한다. 베스트라는 말은 다른 대상과 비교했을 때 가장 좋다는 의미로 상대적이다. 반면에 퍼펙트는 절대적이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생각하는 완벽주의는 '보다 좋은 것'이 아닌, '이 이상은 없는 것'이다. 그는 베스트 인간이기보다 퍼펙트한 인간이 되기 위한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그의 완벽주의에는 핵심적인 2가지 요소가 있다. '유의주의'와 '세심한 부분까지 정성스럽게 대하는 것'이다. 유의주의(有意注意)란 뜻을 가지고 뜻을 기울이라는 의미로, 목적을 가지고 진지하게 의식과 신경을 대상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유의주의는 어떤 상황에서건 사소한 사건이나 현상에 자신의 주의를 의도적으로 집중시키는 것을 말한다. 일을 성취하고자 할 때는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왜 하는지, 어떻게 하려는지, 얼마만큼 강하게 품고 오래 지속시키며 그 일에 얼마나 몰두하는지에 따라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난다. 유의주의를 항상 의식하고 모든 일을 유의주의로 하려는 습관을 들인다면 고도의 집중력을 키울 수 있고, 실수가 줄어들며, 어떤 문제가 일어나도 곧바로 무제의 핵심을 파악해 해결할 수 있다.
"신은 세심한 부분에 머문다"는 독일 격언처럼 일의 본질은 세심한 부분에 있다. 좋은 결과는 세심함을 잊지 않는 자세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100퍼센트의 힘을 지속적으로 쏟아붓지 않으면 안 된다.
매일 완벽을 추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일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일에서 삶의 가치를 깨닫고 싶다면 그 일에 완벽을 기하는 길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4. 의미 있는 목표에 헌신하라
이나모리 가즈오는 말한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라고, 그리고 순수하고 강렬해야 뜻을 이룰 수 있다고.
오늘은 어제와 같을 수 없다. 세상은 매 순간 변한다. 포장되어 있는 길은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고, 실제로 지나가기에도 편한 상식적인 길이다. 하지만 포장이 잘 된 길을 다른 사람의 뒤를 따라 걷는다면 그 길을 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앞선 사람을 따라가는 것일 뿐 결코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는 없다.
새로운 계획의 실현을 바란다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강한 의지로 끝까지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아무리 어려운 목표일지라도 분명히 달성할 수 있다. 사람의 의지에는 모든 것을 성취하는 힘이 있다. 그 의지가 강렬하고 아름다우며 순수하고 한결같을수록 더 큰 힘을 발휘한다.
20세기 초 영국의 계몽사상가인 제임스 알렌은 책 『원인과 결과의 법칙』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상처받은 인간이 패배를 겁내고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순수한 사람은 편하게 발걸음을 내디뎌 너무나 쉽게 승리를 손에 쥐는 일이 적지 않다. 왜 그럴까? 순수한 사람은 항상 자신의 에너지를 더 온화한 마음으로, 더 명확하게, 더 강력한 목적의식에 의해 사용하며 자신의 길을 밟아나가기 때문이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생각을 잊지 않고,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노력을 경주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어려운 목표도 반드시 실현할 수 있다. 순수하고 강렬한 생각이 있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
총평
요즘에 '워라밸(Work-Life Balance)', '파이어족(FIRE : Financial Independence & Retire Early)'과 같은 단어가 요즘 이슈다. 그 근간에는 일은 줄일 수 있으면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나 역시 잠시나마 그런 시대적 흐름에 끌렸었다. 그러나 머지않아 그것을 내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일로부터 완전한 독립은 지극히 제한적인 상황과 조건에서만 가능하다. 다이아몬드 수저로 태어났거나, 창업한 회사를 매각하거나, 로또가 당첨된 이후에 재테크 공부를 열심히 해서 순자산을 까먹지 않는 선에서만 지출을 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내가 존경하고 멋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나모리 가즈오처럼 일로써 자신을 증명하고, 일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들이었다.
본래 일의 기본적인 구조가 타인의 도와 그 대가를 받는 것이다. 일을 통해 타인들을 감동시키면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 그리고 일로써 타인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그들로부터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는 것만큼 삶에서 보람되는 건 없다. 이러한 일의 본질을 모른 체, 막연히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일이 재미없는 것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워라밸이나 파이어족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공허한 이상에 가깝다. 나는 대신에 '워라하(Work-Life Harmony)'라는 단어가 더 적절한 목표지점이라 생각한다.
일 안에 삶이 있고, 삶 안에 일이 있다. 일과 삶을 분리하기보다 서로 조화를 이루는 방안을 모색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