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만 즐거운 수학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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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어렴풋이 느꼈던 건 등호(=)의 의미는 그때그때 달랐던 것 같다.
숫자와 숫자 사이에 있을 때는 비교 관점으로 크기가 '같은가'에 관한 등호로.
48 < 112 , 55 = 11*5
뭔가 수식처럼 보이는 것이 등호의 왼편에, 숫자처럼 보이는 것이 등호의 오른편에 있으면 문제 의 '답'을 표시하기 위해 쓴 등호로서 '~는~이다'라는 서술적 의미의 등호로.
X^2 + 2x + 1 = 0 x=1
사실 단어 자체의 의미로 보면 다 '같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수식에서 답을 쓰는 등호이든 양쪽을 비교하기 위한 등호이든 결국 '같다'라는 단일 의미를 갖고 있는데. 나에게는 이게 양쪽이 같다는 통일된 의미로 다가왔던 건 등호(=) 기호를 처음 접한 지 한참이 지나서였던 것 같다.
얼마 전에 아들에게 문제 풀잇법을 알려주다가. 아래와 유사한 수식이 있었다.
2/3 = ☐*3 +2 (2/3 = 분수 3분의 2)
아빠, 이 네모 어떻게 구하는지 까먹었어요.
"아들아, 이런 경우에는 2를 왼쪽으로 넘기고 네모수에 곱했던 3도 왼쪽으로 보내면 돼. 다른 쪽으로 보낼 때 반대가 되는 거 알지?"
"???"
"음... 반대라기보다는 +는 -로, *는 ÷로 바뀌잖아. 안 배웠어?"
"..."
"전에도 이런 네모 숫자 나왔던 거 푼 적 있잖아."
"그때는 분수가 없었고..."
"자 그럼 처음부터 가보자. ^^ 시작해볼까?"
"ㅠㅠ"
"양쪽으로 서로 숫자를 보내는 개념이 어려우면 이렇게 생각해 보자. 보낸다고 생각하지 말고. 똑같은 연산을 양쪽에 해주는 거야. 예를 들면 왼쪽에 3을 곱하고 오른쪽에도 3을 곱하고"
"왼쪽 오른쪽이요?"
"응 등호를 기준으로 왼쪽 오른쪽"
"그렇게 막 곱하고 해도 돼요?"
"응 물론이지. 이 등호는 왼쪽 오른쪽이 서로 '같다'는 뜻이야. 그렇기 때문에 양쪽에 똑같은 수를 곱하거나, 더하거나, 혹은 양쪽에 같은 수를 빼거나 나누어도 양쪽은 같은 거지. 마치 저울과 같아. 왼쪽에 2Kg짜리 아령을 두고 오른쪽에 500g짜리 네가 좋아하는 닭고기 4개가 있다고 하면 양쪽에 무게가 같지?"
"네"
"그런데 왼쪽에 아령을 하나 더 올리고, 오른쪽에 같은 무게의 닭고기 4개를 더 올리면. 무게가 같을까?"
"네"
"그래 맞아. 똑같지. 그렇기 때문에 '등호(=)'를 기준으로 사이에 두고 양쪽에 같은 연산을 하면 여전히 같아야 하는 거야. 물론 더하기냐 곱하기냐, 빼기냐 나누기냐에 따라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원리는 그거야. 등호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같은 짓(?)을 하면 여전히 양쪽의 값은 같아야 한다. 이거지."
"더 많이 얘기하면 머리에 쥐 나니까. 아빠는 읽어야 할 책도 있고.... 오늘 얘기한 등호(=)를 사이에 둔 양쪽은 항상 같다는 개념 잘 생각해봐. 모든 수학 풀이의 기본은 바로 이 같은 걸 찾아내는 데서 출발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