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건축가에서 테크니컬 건축가로
디자이너로서의 5년 정도의 시간 속에 작은 프로젝을 이끌어 보기도 했지만 영어에 한계가 있는 외국인으로서의 장벽을 느끼게 되었다. 한국말로도 말주변이 좋지 않았던 내게 영어로 사람들에게 나의 생각을 설득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고, 밑에서 한없이 치고 올라오는 원어민들과 경쟁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예전 사장(Adrian)은 자신이 점찍은 소수의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그 사람들의 입을 통해 밑에 사람들에게 전달되면서 그 소수의 사람이 권력이 되고 나머지의 의견은 소수의 사람을 통해서 전달되던 방식에서 새로 온 사장(Brian)은 모든 사람들에게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경력직이나 인턴이나 한자리에서 토론하게끔 만들었다. 이는 아랫사람에게는 좋은 기회였지만 경력자들에게는 무한경쟁으로 만들어 힘든 상황이 되었다. 좀 경력자인, 외국인인 나는 부족한 영어 표현력을 랜더링으로 표현하고 있었지만 이러한 작업은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작업이었고, 두 번째 아이가 세상에 나오면서 점점 한계로 갔던 것 같다. 더욱 2009년에 있었던 전체 인원의 1/3의 감원(10차례정도로 나뉘었다)을 살아남은 후 디자이너로서의 수명이 길지 않음을 인지하고 테크니컬 쪽으로 방향을 정하던 시기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고갈되는 느낌의 디자인과 다르게 테크니컬 쪽은 시간이 지나면서 쌓여가는 느낌이 들었다. 더욱이 파사드 쪽은 디자인과 테크니컬을 동시에 요구하기에 내게 장점이 있는 분야라 생각하고 그쪽으로 집중했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 중국의 엄청난 건축붐으로 프로젝트 들이 넘쳐났고, 다양한 형태의 건물들이 계획되었다. 닝보에 은행본사를 짓는 프로젝트 컴페티션에서 선택되었고. 이 형태는 디자인파트너가 중간에 약간의 변형을 시도했으니 클라이언트가 강하게 주장해 컴페티션에서부터 완공까지 유지되었다.
기본적으로 코너가 둥근 삼각형의 형태가 면적이 약간씩 줄어들면서 매 층 1도의 앵글로 돌아가는 평면이었다.
그리고 각층을 같은 크기의 모듈로 나눠 건물 외벽을 수직으로 세웠다. 이로 인해 각각의 층별로 다른 글라스 모듈이 생기지만 대신에 각각의 층 안에서는 같은 모듈을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삼각형 평면을 돌리는 작업으로 인해 매 층 일부에서는 위층 바닥라인이 아래층 기준으로, 들어가거나 나오는 컨디션이 만들어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매 층 리빌(Reveal)을 주어 해결하였다.
로비월 디자인은 내가 초기 디자인부터 참여했다. 높은 층고의 로비월에서 매 층 돌아가는 표현을 유지하기 위해 네 개로 분절하고 두 개의 케이블로 수평 메탈 핀을 지지하고, 수평메달핀이 유리를 지지하는 구조를 디자인해 시공까지 갈 수 있었다. 당시에 나는 디자인 과정이 끝나고 시공과정을 볼 수 없어서 안타깝게도 처음 디자인한 것과 다른 결과물이 나왔지만, 기본 콘셉트는 유지되었다. 보통 디자인 단계가 끝나면 대부분 다른 프로젝트로 옮겨가고 1-2명만이 시공이 끝날 때까지 프로젝트에 남아 관리를 한다.
타워 아래에는 직원들 식당과 외부인들이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은행지점이 있는 포디엄 건물이 있었는데 이 형태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옵션들이 스터디되었다. 여러 사람이 많은 옵션을 만들었지만 결국 내가 만든 (비슷한) 형태로 최종안이 결정되었다.
아래 왼쪽이 내가 처음 제안했던 랜더링이었고 오른쪽이 최종 완공된 사진이다. 처음 디자인이 시공까지 가는 데에는 많은 시련과 변형이 생기게 된다. 때로는 공사 금액의 문제 혹은 기술적인 문제로 클라이언트가 하려 해도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클라이언트 쪽 사람이 바뀌면서 새로운 사람의 취향에 따라 바뀌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디자인을 한 사람으로서 처음 했던 그림이 세워지는 기쁨과 성취감으로 시간을 갈아 넣으며 일하고 있었고, 그나마 이 정도 비슷하게 지어진 것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타워와 포디엄을 감싸는 형태의 디자인을 최종 시공 도면까지 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앞에서 따로 이야기했던 나의 애증(?)의 프로젝트. 다른 프로젝트에서 제안했던 나의 타워 형태를 결국 이 프로젝트에 적용해서 완공까지 된 530미터 초고층 타워였고, DD단계에서부터 참여해서 CA과정에 참여해서 완공까지 볼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의 파사드 모듈이 어려운 작업이었다. 디테일에 대해서는 한 시간도 말할 수 있지만 간단히 말해 각층 중간에서부터 1.5m 모듈로 나누고 커브로 된 코너 모듈이 모두 다른 형태로 만들어 최대한 옵티마이즈를 하려 했다.
내가 처음 디자인했던 17m 캔틸레버 캐노피, 구조와 많은 이야기 끝에 아래위에서 케이블이 지지하는 구조. 바깥 부분(우리는 '입술'이라 불렀다)이 유리로 디자인했지만 시공과정 중에 메탈 페널로 바뀌었는데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건물에 비해 덜 아려졌지만 건물과 연결된 대규모의 쇼핑몰이 있었다. 지붕에는 180m짜리 유리로 된 천창을 계획했다.
처음 내가 이쪽으로 투입되었을 때 디자인 단계는 끝났고 도면작업을 하고 있었다. 순수한 기하학을 이용해 아크로 라인을 만들고 축을 두고 리볼빙(회전)을 시켜 형태를 만들었다. 하지만 디자인을 발전시키면서 높이에 제한이 있었고 형태는 유지한 채로 회전축을 기울여 높이에 대한 문제를 해결했다.
문제는 패널 모듈을 만들면서 바닥과 수직인 방향으로 나누어 패널을 나누었다는 것이다. 순수한 기하학을 이용한 형태를 만드는 이유는 패널 모듈을 최적화시킬 수 있어서인데 기하학적 형태와 상관없는 방법으로 형태를 분할하는 순간, 순수한 형태를 만든 베네핏이 사라지게 된다. 결국 이로 인해 1000개가 넘는 모든 패널들은 서로 다른 형태를 갖게 된다.
많은 고민 끝에 내가 제한한 방법은 형태에 따른 모듈의 분할이었다. 순수한 형태를 만들고 기울였다면 기울 이 축에 수직인 방향으로 모듈을 나누자는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160개의 패널 형태로 대부분을 커버할 수 있었다.
대신 이로 인해 생기는 바닥층과 만나는 부분에서 복잡한 형태가 되는 것은 유리대신에 메탈 패널을 사용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건물을 유지, 관리하는 사람 말고 모든 사람은 내부에서 밑에서 위로 보기 때문에 디테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한 다이어그램들.
또한 비슷한 패널들은 건축 시공 시 고려하는 톨러런스를 이용하여 하나의 패널을 여러 곳에 쓸 수도 있다고 했다.
천창이 바닥과 만나는 디테일과 글라스와 스트럭쳐와의 관계를 보여주는 도면. 회사 내 블랙박스라는 팀이 있었는데 도움을 받아 스트럭쳐와 함께 작업했다.
구조와 파사드에 대한 많은 디테일에 대한 스터디가 있었다.
최종안이 만들어졌고. 랜더링으로 보여줬고. 이것과 매우 유사하게 시공되었다.
공사의 효율을 위해 구조체를 모듈화 해서 쉽고 정확하게 시공하도록 제안했다.
완공 사진. 아직 가보진 못했다. 이곳을 이용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천창을 보고 내가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좋은 건축이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이렇게 SOM 경력의 2번째 단계를 지나 마지막 3번째 단계, 프로젝 아키텍트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