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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탐가 Nov 04. 2022

우리 집 김종국

아버님은 휴지 한 장으로 입을 닦고 다시 쓰시기 위해 고이 접어 주머니에 넣으신다. 그때마다 나는 기함을 하며


"아버지, 휴지는  한 번 쓰시면 그냥 버리세요."


라고 잔소리를 한다.


김종국이 휴지 세 칸(맞나?)으로 큰 볼일 후 처리를 한다고 해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데, 우리 집 김종국이 바로 우리 아버님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근육 김종국 같지 않다는 것이다.


아버님은  젊은 시절에 동네 씨름대회에서 1등 해서 쌀가마니를 타 오실 정도로 건강하셨다.

어쩌면 젊은 시절의 아버님은 김종국처럼 멋진 근육을 갖고 계셨을 것이다.


그런 아버님이 많이 신장이 안 좋으셔서 혈액 투석을 하신다.

이제는 신장이 심장에 무리를 주어 두 개의 심실이 동시에 뛰지 않고 간격을 두고 뛰어서 호흡도 가쁘시다.


걸음걸음 내디딪으실때마다 숨이 차니 참 사는 게 고역이라는 말을 자주 하신다.


이번에 호흡이 가쁜 아버님이 CRT시술을 하셨다.

CRT는 심장 재동기화 치료와 급작스러운 심정지를 방지하는 제세동기 기능을 할 수 있는 시술이다.

의사가 써 준 메모

다행히 시술이 잘 마쳐지고 회복이 돼서

글을 쓰는 이 시간 퇴원수속을 위해 병원에 대기 중에 글을 쓴다.


근육이 다 빠져 53 킬로그램밖에 안 나가는 아버님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에 이 글을 쓴다.


휴지 한 장도 아까워 쓰고 또 쓰시면서 살아온 아버님의 인생이 젊은 날의 근육을 다 소진하며 이제 앙상한 뼈만 남은 채 마지막 때를 보내시는 모습이랑 겹쳐지니 애틋하다.


젊은 날 청춘,

그리고 남은 노년의 때,

진정 우리가 아껴야 하는 것은 시간의 때인 거 같다.


우린 모두 늙는다.

그리고 우린 모두 죽는다.

그런 우리에게 동일하게 주어진 24시간!

, 그 시간들의 삶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우리 집 김종국,  퇴원을 앞둔 아버님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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