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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탐가 Nov 15. 2022

누군가에게 우산이 되어주는 것


병원에 입원해 계신 아버님을 간병하기 위해 함께 병동에 들어가신 어머니를 뒤로 한 채

돌아오는 길은 쓸쓸한 마음과 걱정스러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고, 아버님이 병원에 계셔야 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질 거 같았다.


"빨리 간병인을 구하자! 저러다가 어머니까지 병나시겠어."


그렇게 남편과 나는 간병인을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두드렸다.

하지만... 간병인은 구하기 어려웠다.


간병인을 처음 구해보는 우리는 서툴렀다.


"의식이 있으시고요, 거동도 하세요."


우리는 아버님을 간병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테니 제발 와달라는 말이었는데,


"선생님! 그럼 간병인 구하기 힘들어요. 간병인들은 돈 벌러 온 거예요. 아픈 사람을 길게 간호하기를 원해요."


아~ 그렇구나!

우리 입장에서만 생각했구나!

결국 다섯 군데, 간병인 센터에 전화를 다 두드렸지만

간병인은 구해지지 않았다.


남편과 나는 아무 말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 시간이 지나 있어서 우리는 집 근처에 있는 코다리 찜을 먹으러 갔다.

남편은 코다리 찜과 함께 소주 한 병을 마셨고

나는 말없이 밥을 먹었다.


그리고 나오는 길, 비가 내렸다.

오늘, 비가 예고되어 있었다.


"요즘 일기 예보가 정확해!"


정확한 일기예보처럼... 모든 인생의 죽음도 예견돼 있다.

아버님이 아프신 이 시간들을 통해 우리는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믿는 자들에게는 천국이 약속된 준비요, 믿지 않는 자들에게는 이별의 슬픔이 준비된 시간들이다.


우산을 가지고 오지 않아, 오랜만에 처마 밑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본다.

처연한 느낌이 드는데, 남편이 잠깐만 기다려하며 빗속을 뚫고 뛰어간다.

그리고 잠시 후, 우산을 쓰고 걸어오는 남편이 눈에 띈다.

누군가에게 우산이 되어주는 것.

누군가에게 우산을 씌어줄 수 있다는 것.


그 사랑 덕분에 저물어가는 인생을 맞이할 수 있는 거 같다.


다시 하루가 지나고, 나는 어머니가 부탁한 김치와 물을 싸들고 다시 병원을 방문했다.


"어쩐다니? 내가 봐도, 간병인 구하기가 애매한 상황이야."


"씻는 건 괜찮으세요?"


"응. 그건 괜찮아. 먹는 게 힘들어. 반찬이 입맛에 안 맞아서."


그렇게, 밥 얘기, 자는 얘기, 씻는 얘기로 어머니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 후

어머니가 다시 병동으로 올라가시는 모습을 지켜봤다.

사는 게... 이런 거지 뭐!

그렇게 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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