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는 엄마의 24시
책은 언제 쓰세요?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아이 둘 키우며 집안살림하고 수업하고 코칭하고 운동하고 콘텐츠 만들고...
그걸 다 어떻게 하세요? 선생님의 24시간이 궁금해요!"
질문을 받고 생각해 봤다.
'그러게. 나 잠도 많이 자고, 어제까지는 돌싱글즈도 봤고, 오늘부터는 솔로지옥도 보는데? 나 어떻게 그걸 다 하고 살지?'
뭔가 멋진 하루 일과표라도 내밀어야 할 것 같지만 사실 나에게 그런 건 없다. 할 수 있는 답변은 "그냥 하는데요. 닥치는 대로.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생각해 보면 나의 하루하루는 정말 바쁘기도 하지만 또 의외로 단순하다. 나의 하루는 보통 5부로 구성된다. "아침 - 오전 - 오후 - 저녁 - 밤"
책 쓰는 엄마의 하루 일과
1부. 아침_애들 챙겨 보내기
새벽 수업이 있는 날은 보통 5:40쯤 일어나서 준비하지만, 평소에는 7시쯤 일어난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들 챙겨 학교를 보낸다. 첫째와 둘째 등교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첫째를 먼저 챙겨서 보내고, 둘째를 깨우고 챙겨 등교시킨다.
2부. 오전_수업 혹은 글쓰기
독서모임이나 대학원 수업이 있는 날은 집에서 Zoom으로 하고, 없는 날은 달빛책방으로 출근한다. 오전 10시 전후로 엄마의 포트폴리오 글감을 올린다. 매일 1편씩 글감과 질문을 올리면 참여자들이 그걸 보고 자기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프로젝트다. 매일 글감을 배달해야 하는 덕분에 나는 매일 글을 쓰거나 쓴 글을 다시 본다. 그리고 엄마성장연구소 카페에 올라온 글을 읽으며 댓글을 달거나, 필요한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3부. 오후_코칭 혹은 글쓰기
점심을 먹고 오후에 1-2시간 정도 주로 글을 쓰는 시간을 갖는데 그마저도 규칙적이진 않다. 멘토링이나 코칭을 하기도 하고, 회의나 나눔으로 시간을 보낼 때도 많다. 4시쯤 되면 집으로 돌아간다. 방과 후와 학원을 갔다가 온 아이들이 4시쯤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늦어도 5시까지는 집에 가서 아이들을 만난다. 머리를 식히면서 오늘 어떤 콘텐츠를 올릴지 고민하고 결정한다.
4부. 저녁_애들이랑 놀고 저녁 챙기기 & 집안일
아이들 하교 후에는 주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을 준비한다. 이때 집안 정리와 바닥 청소를 하고, 밀린 설거지나 빨래도 한다. 엄마이자 아내로 가장 바쁜 시간이다. 저녁까지 먹고 나면 아이들이 잘 놀 때 나만의 시간을 잠시 가진다. 이때는 주로 콘텐츠를 만든다. (철저한 계획 하에 만들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고민하고 생각하다가 빠르게 결정하고 즉흥적으로 만들 때가 더 많다.)
5부. 밤_수업 혹은 글쓰기 혹은 책 읽기
매주 화요일 밤 10시에는 '엄마의 글쓰기특강' 정규수업이 있는 날이라 9시쯤부터 서재로 들어간다. 그 외에는 보통 아이들을 씻기고 같이 논다. 어쩌다 여유가 생기면 책도 보고 글도 좀 쓴다. 여유가 생기지 않아도 꼭 필요한 때(원고를 마무리해야 하거나 데드라인이 다가온 일이거나 마무리하지 못한 콘텐츠가 있을 때)는 남편에게 이야기해서 아이들을 봐달라 하고 1-2시간 정도 일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보통 11-12시쯤 잠이 들고, 때때로 1-2시까지 글을 쓰거나 일을 할 때도 있다.
2-3부 전체, 그리고 부분적인 4-5부에 글을 쓰고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엄마나 아내의 역할을 더 많이 한다. 아내이자 엄마이자 나로 살면서 글 쓸 소재와 수업 때 소개할 에피소드를 쌓는다. 콘텐츠 구성도 수업 설계도 틈날 때마다 머릿속으로 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려고 앉았을 때는 빠르게 치고 빠진다. 그래서 내 다이어리와 아이폰 메모장은 그때그때 떠오른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로 가득 채워져 있다.
선생님은 고민을 잘 안 하시는 것 같아요.
그냥 즉각 실행!
맞다. 나는 고민을 오래 안 하는 편이다. 고민을 할 줄 몰라서가 아니다. 고민이 의미가 없어서는 더더욱 아니다. 고민할 시간이 없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없는 시간에 실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나의 일과를 주체적으로 정하고, 행동하는 1인기업가라서 시간이 자유롭다. 반면 자칫 잘못하면 허송세월 보내다 끝날 수도 있다. 고민을 오래 하다가는 하고 싶은 건 하나도 못하고 아이들을 만나게 되면, 만족스럽지 않은 성과 때문에 아이들에게 성질부리게 된다. 이런 걸 몇 번 반복하다 보니 고민할 시간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떻게든 하는' 것이 나의 루틴이 되었다. 아이들 덕분에 키워진 실행력이다.
그 많은 일을 어떻게 다 하냐고 다시 묻는다면, '완벽'보다 '완결'에 의미를 두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 말하겠다. '나는 매일 성장하고 있으니까. 오늘 글이 100% 마음에 들지 않아도 진심이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콘텐츠를 만든다. 이 일(읽고 쓰고 만들고)을 하루 이틀 할 거 아니고, 지금까지 6년 해온 것 이상으로 앞으로 10년 이상 아니 어쩌면 평생 할 거라서 매 순간 힘을 주지는 않는다. 오늘 나의 시간과 에너지가 가능한 만큼,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만큼 한다. 그래야 꾸준히 오래 할 수 있다.
원고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요즘, 온 신경이 원고에 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쓰고 있는 책 속이 아닌 현실에 발 붙이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내가 쓰는 글'과 '내가 사는 삶'이 일치할 수 있도록 오늘도 의식적으로 깨어있으려고 한다. 그러지 않으면 책 쓰기 외의 모든 상황과 관계가 다 내 인생의 장애물로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의 모든 것을 버리고 완벽한 하나의 작품을 완성시키기보다, 나의 모든 것과 조화롭게 유연하게 관계 맺으면서 작품이 되어지면 좋겠다.
결혼하고 애 키우는 아줌마도 할 수 있다는 걸 내 삶으로 보여주고 싶다. '하루하루 나의 성장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되고 빛이 될 수도 있겠지.' 그런 마음으로 새롭게 연재를 시작한다. 책 쓰는 엄마의 리얼라이프, 눈물 나게 지질하고 생생한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내 안에 묵히지 말고 글로 써보려 한다. 나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책 쓰는 엄마의 리얼라이프'에 궁금한 점이나 사연 있으면 보내주세요.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갈게요:) 감사합니다!
(글쓰기에 도움 되는 콘텐츠와 글쓰기 수업에 대한 정보는 인스타그램에서 보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