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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골드 Nov 02. 2023

다 썼다더니, 또 써?

책쓰기의 끝, 그 애매모호한 경계에 대하여

"주말에 책 쓰러 좀 나갔다 올게. 애들 좀 봐줘."

"다 썼다더니, 또 써?"

"..."


다 썼다고 한 것도 사실이고, 또 쓰는 것도 사실이다. 나도 궁금하다. 책을 '다 썼다!'라고 언제 말할 수 있는지. 내 손에서 원고가 완전히 떠나고 출판사로 넘어가서 더 이상 손댈 수 없는 상태가 되면 다 썼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때는 다음 책을 쓰고 있을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편집 & 퇴고 작업 중이라, 다 쓴 것도 맞지만, 더 써야 하는 것도 맞다.


이번 책을 쓰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준비가 되어서 쓰는 게 아니라, 쓰면서 준비가 되어지는 구나'다. 글쓰기에 대한 책을 쓸 자격이 되어서, 완벽한 세팅이 갖추어져서 쓰는 게 아니었다. 나의 경험과 경력과 실력이 쌓인 영역이고, 고객들의 반응도 가장 뜨거운 영역이라 '엄마의 글쓰기'에 대해 책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을 쓰면서 글쓰기라는 분야에 전문성이 쌓임은 물론, '내 인생 영점조절'을 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내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며,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고 있다.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놓고 중요한 것만 남기는 시간이다. 책을 쓰며 정말 많은 책을 읽었고 연구했고 성장했다. 작가로서도 인간으로서도 폭풍성장의 시간이었다.


전업작가가 되고 싶은 건 아니지만, 내 평생에 계속 책을 쓰고 싶긴 하다. 글 쓰는 일 말고도 이 세상에 재밌는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글만 쓰고 싶지는 않지만, 글도 쓰고 싶다. 내가 성장하는 만큼 글도 성장하기에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이야기를 책으로 남기는 일은 인간으로 살면서 할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귀한 일이 아닐까.


"다 썼다더니, 또 써?"

혹은

"그놈의 책쓰기는 언제 끝나?"

혹은

"이번 책은 언제 나와?"

라는 말을 언제쯤 안들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마 계속 듣지 않을까. '달리는 작가, 글 쓰는 사업가, 책 만드는 선생' 뭐 이런 수식어들을 달고 싶으니까. 다만 내가 글을 쓰고 가르치고 책을 만들면서 바라는 것은, '나의 글대로 나의 삶이 운영되기를, 그리고 나의 삶이 나의 글 덕분에 더 풍요로워지기를'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여보, 미안해. 계속 써야 할 것 같아.
우리 같이 쓰자,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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