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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MDJAI Nov 17. 2019

주관적으로 바라본 미국 내 인종갈등

미국에서 인종갈등이 최소화된 곳은 어디? 

     미국 문화에 적응되기 전, 인종차별이라는 것은 나에게 꽤나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이미 오랜 시간 동안 건너 들으면서 생성된 인종차별에 대한 선입견이 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아시아인은 백인에게 그리고 흑인에게도 차별받을 수 있다는 꽤나 위험한 일반화의 오류였지만, 고등학교를 막 졸업했던 나에게는 상당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한국인인 내가 완전한 영어 구사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미국의 구성원들과 어울리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가장 걱정이 되었던 부분은 한국에서 살던 내가 인종차별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공격에 대한 면역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애당초에 인종차별이라는 것은 한국에서 살았던 한국인에게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사전적인 단어였을 뿐이었다. 

     이러한 근심과 걱정을 안고 미국 입국심사장에 도착했을 때, 입국 심사관은 미국에 와서 영어로 긴 대화를 나누게 된 첫 미국인이었다. 비록 입국 심사관이 질문을 하는 일방통행 대화에 가까웠지만, 웃음기 없는 심사관의 말투와 표정에서 행여나 차별적인 발언이 한 번이라도 나올까, 나의 귀는 온통 그의 발언에 집중되었다. 내가 단답형 대신에 계속 긴 문장으로 답을 하자, 심사관이 ‘Yes’나 ‘No’로 답하라고 핀잔을 준 것 외에는 별 다를 것이 없었다. 입국 심사장을 나와 공항을 나서면서 느낀 것은, 온 나라의 사람들이 다 모여 있는 듯한 이 장소에서, 인종차별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얼토당토않은 얘기라는 것이었다. 

      대놓고 특정 인종을 찬양하거나 원색적으로 비하하고 꺼려하는 특이한 사람을 만나지 않는 이상, 내가 우연히 누군가의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행위에 의해 어느 날 기분이 상할 확률은 상당히 낮다. 미국의 법이 정한 바에 의하면 인종차별은 금지되어 있고, 미국의 어느 지역을 가도 단일민족이 사는 지역은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미 모든 인종이 어울려 사는 미국에서 긴 시간 동안 피할 수 없었던 다양화의 흐름을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내 인종 갈등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종교적인 원인을 배제한 채로 이야기를 한다면, 다양한 인종과의 교류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다른 인종에 대한 어색함이 한 가지 이유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시골의 한 백화점에서 마실 것을 찾던 나는 주변에 어떤 카페가 있는지 알고 싶었다. 옷가게에 있는 점원에게 평소에 잘 쓰던 영어 문장으로 음료수를 살 수 있는 카페가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점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내가 한 말을 이해할 수 없으니, 한 번 더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다시 한번 말했으나 점원은 여전히 주변에 카페가 어디 있냐고 묻는 그 단순한 문장을 못 알아들은 듯이 보였다. 답답한 마음에 문장 대신에 ‘카페 (café)’라는 단어를 한 번 짧게 반복했다. 점원은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카페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처음에는 상황적으로 내가 실수한 부분이 있나 생각해보았지만, 점원과의 대화에서 있었던 혼란은 나의 영어 문장에 있었다. 얼마 후에, 다른 대학원 동료들과 얘기하면서 알게 된 것은, 다른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과 대화한 경험이 적은 미국인일수록 다른 나라의 억양에 대한 정보량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표준 영어와 억양에서 차이가 있는 외국인이 영어 문장을 갑자기 말하게 되면, 경험이 적은 미국인은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었다. 외국인들을 자주 만날 경험이 많은 미국인과 적은 미국인은 다른 인종에 대한 생각이 경향적으로 다를 수도 있다고 느꼈다.  

        이 주장은 나에게 주관적으로 인종갈등이 일어날 확률이 높은 곳과 낮은 곳을 가늠하는 가설을 세우게 했다. 미국에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서는 인종갈등의 빈도수가 낮을 것이다. 예를 들어, 국제학생을 포함한 대학생들이 매일 돌아다니는 대학교 캠퍼스에서 인종차별이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대학교 캠퍼스 자체가 인종차별의 위험에서 철저하게 보호되고 있기도 하지만, 대학 캠퍼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매일 같이 접하기 때문에 인종갈등과 훨씬 거리를 두고 살고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나의 가설은 여러 다른 지역의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몇 가지 오류를 마주했다. 어떤 사람들은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영어 대신에 자신의 모국어로 큰 소리로 대화하는 아시아인들을 자주 봐서 더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농장 지역에 거주하다가 대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은 아시아 국가에서 바로 미국에 도착한 친구들을 볼 일도 거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첫인상이 공공장소에서 삼삼오오 아시아인들끼리 모여서 떠드는 모습일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이었다. 

     나의 다음 가설은 만약에 대학교가 도시에 있다면 인종갈등의 가능성이 확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대학교의 구성원들이 대학교에 오기 전부터 다양한 인종과 교류한 상태로 대학교에 왔다면, 언어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어느 정도 각 인종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는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미국의 많은 도시들은 서쪽 끝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주의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이 있고, 동부 끝에 위치한 보스턴, 뉴욕, 필라델피아 등이 있다. 주관적이고 성급한 일반화일 수 있지만, 미국 내 도시로 가면 인종갈등의 스트레스로부터 멀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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