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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MDJAI Mar 19. 2019

나는 인종차별을 당한 걸까?

미국 일상 속 한국인: 인종차별과 인종 호기심의 미묘한 경계

     10년이 넘는 미국 생활에서 연구나 학업과 별개로 가끔씩 신경 쓰이는 부분은 언제 어디서 당할지 모르는 인종차별이다. 물론 미국 동부에서 10년이 넘게 생활했기 때문에 인종차별의 위험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편이지만(이 부분에 대한 이유는 다른 글에서 설명할 계획이다) 인종차별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보면, 내가 아시아인이기 때문에 경험한 몇 가지 일화들이 바로 떠오른다. 몇 가지 짤막한 일화들 중에서, 어떤 일화는 확실하게 인종차별에 관한 것이지만, 어떤 일화들은 인종차별과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 사이의 미묘한 경계에 놓여 있다.

     첫 번째 일화는 미국 시골에 위치한 대학원에서 처음 버스를 탔을 때 있었던 일이다. 버스는 배차간격이 길고, 시골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주로 이용한다. 버스에 올라타고 기사에게 짧은 인사를 건넨 후 자리를 찾으려고 고개를 돌려서 좌석 쪽을 바라보았는데, 순간 버스에 탄 몇 사람들이 고개를 창가로 훽 돌리는 것을 목격했다. 빈자리로 걸어가자 한 노인은 고개는 정면으로 향한 채 곁눈질로 나를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 겪는 일이라 내가 예민한가 싶어서 그 당시에는 별다른 생각 없이 자리에 앉았다.

     두 번째 일화는 한 지역 식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미국 시골 지역에서 식당을 가면, 우리 일행을 제외한 모든 손님들이 백인인 식당에 가는 경우가 있다. 식당에서 자리를 배정받기 전에 안내를 받기 위해 종업원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어떤 테이블에서 한 손님이 우리 일행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 손님이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마음속으로 추측하는 동안 종업원이 우리에게 다가왔고, 우리 일행은 안내받은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메뉴판을 읽다가 종업원이 물을 가지고 오는 것을 기다리며 고개를 드는 찰나, 아까 우리 일행 쪽을 바라보던 그 손님과 눈이 마주쳤다. 식사를 마친 후 일행과 그 손님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내린 결론은, 미국 시골에 백인이 아닌 인종이 오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겨서 쳐다본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그 전의 경험에 대한 기억이 맞물리며 인종차별이라고 말하기 애매모호한 이 일들이 인종 호기심이라는 주제로 머릿속에 새겨지기 시작했다.

     앞의 두 일화와 달리 도시에서 머물 때는, 훨씬 더 판단 내리기 쉬운 인종차별 경험들이 있다. 한밤중에 집 앞 사거리에서 어떤 차의 창문이 열리면서 '너의 나라로 돌아가!'라고 외치고 신호등이 바뀌자 줄행랑치는 사람들이나 도심지에서 어디론가 달려가며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 사람도 있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사람은 본인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않아 보였다. 인종적 다양성이 만연한 나라에서 인구가 밀집된 도시는 더 높은 비율의 인종차별주의자들을 포함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이런 직접적인 인종차별 외에도, 미국인이 가지고 있는 동양인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대학교에서 수학 시험을 볼 때 일어나는 일이다. 어떤 수학 과목은 한 학기에 중간고사가 3번 있고 기말고사도 한 번 있었다. 한 학기에 중간고사가 3번 있는 것은 많다면 많을 수도 있는 횟수인데, 수학 과목을 비전공 필수로 듣는 학생들 중에서 답을 몰래 베끼는 것을 작정하고 시험장에 오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이 학생들은 동양인은 수학을 잘한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나의 한국인 친구의 양 옆과 사선 뒤로 자리를 잡고 앉더니 그 상태로 시험을 보았다. 안타깝게도 나의 한국인 친구는 수학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친구였다. 아마도 본인들의 원래 실력대로 보았다면 더 나은 점수를 얻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외에도, 동양인들의 목소리가 작고 말을 웅얼거린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카페에 가서 커피를 주문하려고 하는데, 내가 말을 하기도 전에, 어떤 종업원이 자신의 귀에 손을 대며 목소리를 키우라는 듯한 행동을 취했다. 

     미국에서 국제학생으로 지내다 보면, 인종 차별인지 애매한 경우도 있고, 인종차별의 정도를 뛰어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라고 해도 중요한 것은 인종차별에서 나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의도가 인종차별을 하려는 것이 아니었을지라도, 내가 모욕감을 느꼈다면 상황을 수습하고 애매한 행동을 정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이 모여 있는 도시나 대학교 캠퍼스에서 활동한다면 대놓고 인종차별을 겪을 일은 거의 없지만, 어떤 백인이 나에게 니하오라고 인사했을 때, 이것을 조롱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니면 나는 중국인이 아니라고 정정을 해줘야 할지는 그 순간의 상황과 나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다. 한국의 문화가 미국 내에 점점 더 퍼져 나갈수록, 한국인을 알게 되는 사람이 많아지겠지만, 그만큼 이유 없이 반감을 가지는 소수의 사람도 있다. 세계에 한국인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밝고 긍정적인 ‘선입견’을 만들어 놓는 것도 앞으로의 세계화에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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