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교/대학원 입시: 출신학교의 중요성? 인터뷰의 중요성?
주변 사람들로부터 혹은 인터넷 상에서 미국 입학 심사와 관련된 질문을 받다 보면, 원서에 기입한 출신학교가 대학원 합격여부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답을 주어야 할 때가 많다. 입학심사는 각 지원자의 능력, 적성 그리고 경험 등을 종합해서 이 지원자가 지원한 학교와 학과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와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판단한다. 모든 입학심사 과정은 종합적인 평가이지만, 심사관들이 지원자의 원서를 열어 본 순간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단연 이 지원자의 출신 학교다. 출신학교와 학과가 중요하며, 입학심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간략하게 의료센터 박사과정 입학심사 과정에 대해 얘기하자면, 수개월 동안 서류 심사, 면접 요청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심사 단계, 그리고 2박 3일 일정의 현장 면접으로 구성된다. 다시 출신 학교 이야기로 돌아가면, 각 지원자들에게 "면접 요청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심사 단계"에서, 어떤 지원자가 준수하지 않은 학점을 가지고 있을 때, 이 지원자가 잘 알려지지 않은 학교 출신이면, 몇몇 심사위원들은 급속도로 이 지원자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 물론, 이 지원자의 원서 속 다른 요소들이 큰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심사위원회 내에 이 지원자를 다음 심사단계로 추천하는 심사위원들이 분명 존재한다. 반면에, 어떤 지원자가 이름만 들어도 아는 명성 있는 학교 출신이라면, 지원자의 학점이 아주 우수하지 않아도 이 지원자가 출신학교의 다른 우수한 학생들과 경쟁하며 점수 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해하려는 동정 여론이 생긴다.
그렇다면 출신학교의 영향력은 계속 강하게 작용할까? 아니다. 출신학교가 지원자의 전체적인 이미지에 계속 영향을 주겠지만, 문서 상으로 알게 된 지원자들이 2박 3일간의 현장면접을 오는 순간, 각 지원자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전달되는 생생한 이미지가 심사위원들의 지원자들을 향한 마음속 순위를 뒤죽박죽 변화시킨다. 좀 더 이해가 쉬운 설명을 위해 같은 연구 분야를 지원한 두 지원자를 예로 들면, 두 지원자 모두 미국 시민권이 없는 국제학생 지원자였고, 한 지원자는 본인의 출신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학부 출신이며, 미국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대학원의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이었다. 다른 지원자는 출신 학부와 대학원 석사과정 모두 미국 내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주립대에서 완료했다. 면접 전 심사단계에서 전자의 지원자는 최상위권에 속하는 점수를 받았고, 후자의 지원자는 아슬아슬하게 면접요청을 받았다. 이어서, 최종 합격 여부까지 말하자면, 전자의 지원자는 중간 순위의 대기자 명단으로 내려갔고, 후자의 지원자가 첫 합격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이 결과에 대해 단정적인 분석을 할 수 없지만, 이렇게 큰 순위의 변화에 지원자들의 2박 3일간 현장 면접이 큰 영향을 준 것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면접기간 동안 전자의 지원자는 학문에 대한 열정과 지원한 프로그램에 대한 다방면적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과한 것은 덜한 것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듯이, 교수들과의 일대일 면접이나 학생들과의 대화 속에서 이 지원자의 열정과 관심은 과한 궁금증으로 점차 옮겨가더니 현장 면접 이튿날부터 추궁과 비슷한 형태로 바뀌어 버렸다. 지원자가 가지고 있는 정리된 학문적 견해와 다른 사람들과 일상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자리에서, 면접관 교수들이나 재학생들에게 관련이 없는 다수의 질문일지라도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한 번에 물어보니, 이 지원자와 다른 구성원들 간의 긴 대화가 지속되는 것을 보기 힘들었다. 어떤 면접관 교수는 지원자의 영어 말하기 실력에 대해 우려하기도 했다. 반면에 담당 면접관 교수들의 평에 의하면, 첫 합격자 명단에 뽑힌 그 지원자는 면접 과정 동안 자신의 연구 관심사에 대해서 명료하고 담담하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 지원자에 대한 담당 면접관들의 고른 분포의 평가 점수는 이 지원자를 합격시켰을 때 감당해야 할 잠재적인 불안요소들을 최소화시킨 점도 있었다. 현장 면접요청을 받은 지원자들은 이미 몇 단계의 심사를 거쳐서 능력은 어느 정도 검증된 상태이기 때문에 현장 면접 단계에서 지원자들은 자신의 지적능력을 보여주기에 치중하기보다, 구성원들과 학문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이 외에도 방문 인터뷰 기간 동안 지원한 대학원을 방문할 수 없을 경우에 Skype나 Webex 같은 화상회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인터뷰가 진행되기도 한다. 방문 인터뷰를 한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철저히 한 후에 이러한 인터뷰에 임한다면 무난하게 인터뷰를 마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가능성으로 전화 인터뷰를 하는 경우가 있다. 전화 인터뷰는 방문 인터뷰의 전 단계로 진행되거나, 방문 인터뷰 없이 진행되는 대학원 입학 심사과정에서 합격 발표 전 최종단계이기도 하다. 방문 인터뷰나 화상 인터뷰와 달리, 전화 인터뷰는 지원자와 인터뷰를 담당하는 사람 사이에서 말을 제외하고 다른 의사소통수단이 없다. 오로지 대화를 통해 인터뷰가 진행되기 때문에, 지원자가 본인이 말하는 속도를 조절하여 전하고자 하는 바를 명료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명료하게 전달한다는 것의 의미는 문장을 구성하는 영어 단어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보다, 인터뷰 담당자의 질문에 대해 적절한 답을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내가 어떤 학생의 전화 인터뷰를 담당했을 때, 그 학생은 스포츠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머신러닝의 적용에 대해 자신 있게 설명했다. 단지 약간 긴장한 탓인지, 대상을 어떤 카테고리로 분류한다는 뜻의 ‘Categorize’라는 단어의 발음에서 반복적으로 실수를 했고, 그 단어에서 발음 실수를 할 때마다 수화기 너머에서 그 지원자의 미안한다는 말과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정작, 나를 포함한 인터뷰 담당자들은 인터뷰 직후, 그 지원자의 원서를 평가할 때, 발음 실수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인터뷰 내내 자신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며 질문에 대해 성심성의껏 적절하게 답해 준 지원자에 대한 찬사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