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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MDJAI Nov 17. 2019

이력서를 처음 작성했을 때

이력서는 첫인상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했을 때  

     영문 이력서는 미국에 있는 회사나 대학원에 지원할 때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이다. 가끔씩 대학원 지원자들 중에서 원서를 제출할 때 이력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심사과정에서 어떤 심사관들은 지원자의 이력서가 없는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원 입학 심사과정에서 이력서는 각 지원자들의 긴 원서를 읽기 전, 지원자의 학력과 경력에 대한 요약서이다. 대학원 원서에도 자체적으로 개인 정보를 입력하기 때문에, 이력서에 적는 내용 중 일부가 반복된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어떤 심사관들은 지원자의 이력서 포맷을 보고, 이 지원자가 형식적인 이력서를 쓸 수 있는지 혹은 회사를 지원해본 경험이 있는지를 판단하기도 한다.

      간단하게, 영문 이력서의 형식에 대해 설명하자면, 가장 처음에 나와야 할 것은 본인의 연락처이다. 휴대폰 번호와 개인 혹은 현재 직장에서 쓰는 이메일 주소를 적고, 우편을 수령할 수 있는 주소를 적으면, 연락처와 관련된 정보는 다 집어넣은 셈이다. 생년월일, 출생지, 국적 등을 적는 지원자들을 본 적이 있는데, 우편 주소와 헷갈릴 경우가 있어서 너무 많은 정보를 적어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그다음에 학력 관련된 사항으로 가장 최근 학력부터 출신 학부 혹은 고등학교까지 적으면 된다. 학교 이름, 전공, 재학기간, 졸업 논문 그리고 졸업하면서 받은 상에 대해서 기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연구, 혹은 재직 경력 등을 학력 사항 다음에 나열한다. 각 경력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제목, 활동 기간, 같이 일한 책임자, 그리고 1-2 줄 정도의 설명으로 구성하면 된다. 이 부분에서 주의할 점은 이력서에서 어떠한 업적을 성취했는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업무를 했는지에 대해 프로젝트에서 본인이 맡은 부분에 대한 간단하고 명료한 설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의 경력은 더욱 간추려서, 강사나 조교 등의 맡은 직책을 쓰고, 과목 이름과 그 과목이 강의되었던 학기를 짧게 보여주면 된다. 

     개인적으로 요즘 이력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본인이 어떤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21세기의 언어는 사람의 언어와 프로그래밍 언어로 분류된다고 생각한다. 겹치지 않는다면, 본인의 국적과 공부하려는 나라의 언어를 따로 명시하고, 어느 정도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면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어는 모국어이기 때문에 ‘native’이고, 영어는 긴 시간 동안 학습했기 때문에, 유창하거나 (fluent) 읽기와 쓰기 부분에서 중급 이상의 수준 (Reading/writing intermediate proficiency)이라고 표현하면 될 것이다. 사람의 언어 외에도 프로그래밍 언어를 쓰는 것이 중요한데, 학교의 연구실이나 수업마다 쓰는 프로그래밍 언어가 정해진 경우가 많아서, 사용할 수 있는 언어를 한정하기보다, 가장 자신 있는 언어를 2-3개 정도 명시하고, 경험이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나 소프트웨어 등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그 외에도, 학문적인 수상 경력이나, 제출하거나 출판된 논문, 대외적인 동아리나 봉사활동 등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명시해 주면 된다. 이력서는 처음에 쓰기 힘들 수도 있지만, 한 번 쓰고 나면 간단한 업데이트만 해주면 된다는 점에서 편리한 문서이다. 

     내가 대학원을 처음 지원하던 때, 여러 교수에게 대학원 지원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중이었다. 재학 중인 대학교의 교수 중에서 이력서를 보내라는 교수가 있었다. 그 당시에, 이력서를 써 본 적이 없던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경력에 대해 시간별로 차근차근 써서 작성했고, 나만의 방식으로 작성한 이력서를 받은 교수는 나와 미팅 시간을 정했다. 그 교수의 사무실을 방문했고, 교수의 첫 반응은 ‘회사에서 일해 본 적이 없지?’라는 약간 걱정스러운 질문이었다. 그 당시 내가 어떻게 이력서를 작성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회사에서 일했던 경력도 없고, 몇 번의 조교 활동과 얼마 안 되는 연구 경력이 전부였기 때문에, 나의 이력서는 한 페이지 분량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이력서의 형식과 한참 거리가 먼, 메모 형태의 이력서를 받은 교수 입장에서 대학원을 지원한다고 말하는 내가 이상해 보였을지도 모른다. 교수는 미팅 약속은 잡았지만 잠시 동안 어떤 식으로 조언을 주어야 할지 난감했던 것 같다. 나에게 직접적으로 나의 경력에 대해 설명하게 했고, 좋은 점수를 받았던 과목이 컴퓨터 과학 이론, 이산수학, 전반적인 통계 과목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보고, 내가 지원하면 좋을 것 같은 전공 분야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교수와의 미팅을 마친 후에 느낀 것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형식도 어느 정도 갖춰진 후에 대화를 위한 제안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형식도 갖추지 못한 이력서만 보냈을 때, 그 교수에게 나는 준비가 되지 않은, 아무런 경력이 없는 상태에서 쫓기듯이 대학원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대화를 한 후에, 그 교수는 내가 진심으로 대학원을 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았고, 잘 다듬어진다면,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가능성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력서의 중요성에 대해 강하게 깨달았던 첫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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