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P (자기소개서)와 관련된 전체적인 이야기
대학원 입학원서를 내는 과정에서, SOP (Statement of Purpose)가 가장 신경 쓰이는 요소 중 하나일 수 있다. 학교 성적이나 GRE 점수는 이미 수치화되어 있고, 학교나 회사에서 만난 멘토의 추천서는 지원자가 내용에 직접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SOP는 지원자가 원서를 마무리하고 접수하는 순간까지 본인의 의지대로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점수로 수치화하기 힘든 SOP를 심사관들이 평가하는 방법과 더불어 지원자들이 어떻게 SOP 내용을 채워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이해하면 대학원 원서를 완성시키는 것이 더 수월할 것이다.
대학원 SOP의 목적은 지원자의 연구와 관련된 구체적인 방향, 과정, 역량, 잠재력 등을 보는 것이고 추가적으로 지원자의 학문적 관심사나 사회성을 검토하며 지원한 프로그램과 얼마나 맞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이번 해에 일어났던 모든 석사와 박사 대학원 심사과정을 통틀어 봤을 때, 대부분의 심사관들은 지원자들의 SOP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심사관마다 각 지원자의 SOP에 관심이 가는 문장이나 구절이 다 다르겠지만, 가끔씩 심사관들의 이목을 끄는 대목이 일치하기도 한다.
입학 심사관들이 기대하는 내용에서 대학원 입시에서 요구하는 SOP는 대학교 입시 SOP와 큰 차이가 있다. SOP는 개인적인 관심사, 학문적인 관심사, 그리고 자신의 목표 등이 포함되는데, 대학입시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뚜렷한 학문적 관심사나 구체적인 장기 목표를 보여주는데 한계가 있다. 대학교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개인적인 관심사를 자신의 개성이 부각되도록 표현하는 것이 대학교 입학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대학원 SOP는 학문적 관심사나 자신의 전공분야 속 장기 목표가 명료하고 특정적으로 드러나야 하고, 개인적인 관심사는 부록처럼 더해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SOP의 구성 외에도 형식에서 꼭 지켜야 할 사항이 있다. 각 학교에서 요구하는 SOP 분량이 있는데, 2 페이지가 제한 분량이면 최대한 많이 써도 2페이지 반을 넘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몇몇 지원자들은 2페이지 제한 분량의 SOP를 5페이지가 넘어가게 써서 제출하기도 하는데, 여러 가지 면에서 점수를 잃는 상황이 발생한다. 제한 분량을 지키지 못한 SOP는 지원자가 학교가 제시한 기준을 지키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요약하는 능력도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기가 쉽고, 실제 심사관들에게 한 지원자가 제출한 너무 많은 양의 SOP는 그 지원자에 대한 관심도와 집중도를 떨어뜨리게 만든다.
나의 경험으로 미루어 봤을 때, 대학교와 대학원의 SOP는 상당히 다르다. 대학교의 SOP 경우에는 고등학교를 곧 졸업하는, 전문적인 경험은 없지만, 사회생활을 하기 전 고등학생의 자아, 고등학교 생활, 대외활동, 봉사활동 등에 관련된 이야기를 서술하게 된다. 전문적인 경험이 많지 않은 고등학생의 자아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실제로 SOP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의 폭은 무지막지하게 넓다. 나의 경우에는 고등학교 생활과 북한 탈북자를 위한 수업을 했던 봉사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서술하기도 했지만, 어떤 SOP를 작성할 때는, 삼국지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간 하룻밤 꿈에 대한 이야기를 액자식 구성으로 서술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원 SOP를 대학교 SOP처럼 작성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대학원 때는 이미 세부전공과 하고 싶은 연구분야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본인의 연구 경력에 관련하여 수강한 상위 전공과목을 곁들인 심도 있는 설명이 요구된다. 본인의 연구에 대한 심도 있는 묘사라고 표현했지만, 최소 몇 달 이상 한 분야에 빠져서 연구했기 때문에, 연구하고 발견한 내용만 조리 있게 설명한다면, 본인의 연구 관련된 문단을 작성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자신의 연구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지만, 글의 구성 또한 중요하다. 대학원에서 SOP를 보는 이유 중 하나는 대학원에서 글을 쓸 일이 많기 때문이다. 수업을 듣거나 연구 관련 논문을 작성할 때, 전체적인 구조를 잘 구성하고 내용을 알맞게 채워야, 본인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내 협력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하는 것이 쉬워진다. 그렇다면 대학원 SOP는 어떻게 구성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생각을 해봐야 한다. 나의 시각에서 가장 무난한 방식은 본인이 지원하는 연구 분야의 전체적인 방향이나 경향과, 대학원 프로그램에 지원한 동기를 서술하면서 시작한다. 넓게 보았을 때, 본인의 연구 분야가 어떻게 관련 분야에 학문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지, 또 그렇게 하기 위해서 어떤 전공과목을 듣거나 학문적인 활동에 참여했는지 설명한다. 세부적으로, 어떤 연구실에서 어떠한 흥미로운 주제를 가지고 연구를 이끌어 나갔는지 서술하면서, 본인의 학문적인 깨달음과 연구 업적 성취 과정, 및 기여도에 대해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SOP를 마무리하면서 학문적인 것뿐만 아니라 대외활동이나 개인적인 성향으로 봤을 때, 왜 지원한 학교와 프로그램이 잘 맞는지에 대해 서술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대학원 SOP는 대학교 SOP에 비해 연구활동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써야 할 내용이 정해져 있는 부분도 있지만, 대학원의 입장에서 보고 싶은 것은 지원자의 연구자로서 가능성과 학생으로서 지원한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적합성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학원이 본인에 대해 더 알았으면 좋을 것 같은 부분을 더하는 것도 심사관들이 결정을 내리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대학원 SOP를 통해 심사관들은 지원자의 작가로서 문체나 기교를 보는 것이 아니다. 문학적인 표현은 최대한 줄이는 반면에, 구체적이고 솔직한 서술이 훨씬 의미가 있다. 많은 지원자들의 SOP를 보느라 지쳐버린 심사관들을 위해, 서론이나 결말 부분에서 한 번씩 본인의 개성에 대해 상기시키는 용도로 문학적 비유를 사용하는 것은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