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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관 Jul 20. 2024

맨발의 여전사들

호주해변에서 맨발 걷기



맨발의 여전사들
                               호선자

  "어제 나  행복했어!"
라는 언니의 말이 계속 내 귓가에 맴돌며 미소가 지어진다.

  골드코스트에 사는 지인분들로부터 카톡이 왔다.
"요즘 해변에서 맨발 걷기 하는데 너무 좋아. 더 건강이 좋아지는 것 같아. 모임도 만들었어. 언제 꼭 와!"

  '한국에서 유행한다는 맨발 걷기를 여기에서도 하는구나'생각하며 한번 가야지 생각했지만 거리가 멀어 금방 가지는 못했다. 그러다 어느 날 마음을 다잡고 새벽 5시에 출발해 골드코스트 메인비치에 도착해 회원들을 만났다. 주차 후 차에서 내려 양말을 벗고 맨발로 땅을 밟는 순간 겨울새벽 찬 바닥의 냉기가 온몸으로 퍼졌다. '이렇게 추운데 비치를 어떻게 걷나'라는 생각을 하며 바닷가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바닷물에 가까워질수록 그 차가운 느낌이 없어지더니 바닷물에 발을 담그니 물이 미지근하게 데워진 것처럼 따스했다. 한동안 해변을 걷다 보니 구름 사이로 해가 떠올라 따뜻한 햇살이 우리를 반기듯 얼굴을 비치는데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해돋이가 장관이어서 내 마음에 희망에 차오르고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 맨발걷기운동본부 박동창 회장에 따르면 바닷가 모래밭은 염분이 있어 해변에서 맨발걷기를 할 때 우리 몸에 남아도는 활성산소를 빠르게 중화시켜 황톳길에서 하는 맨발걷기보다 더 좋은 효과가 난다고 한다. 그래서 해변에 살면서 자주 맨발로 해변을 걷는 사람들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것으로 오래전부터 알려졌다고 한다.

  해변 맨발 걷기를 한 시간 반을 하고 나니 몸에는 열이 나고 아침 햇살에 마음도 아주 업이 되었다.

  며칠 후에 직장 동료였던 60대 언니를 만났다. 남편은 암 투병 중이고 본인도 당뇨로 고생하고 있는데   
  “요즘 그냥 별일이 아닌데도 짜증이 나.”
  “저녁 먹고 나면 혼자 그냥 우울해져.”라고 해서
  “언니 골드코스트 비치에서 하는 맨발걷기 모임이 있는데 같이 가실래요? 내가 갔다 왔는데 너무 좋았어요. 언니 건강에도 좋고 기분도 전환될 거예요.”라고 말했더니
  “그래! 언제 갈 건지 알려줘봐 봐.”라고 했다.

  다음날 시간 맞는 날을 잡아 함께 가기로 약속했다. 출발하는 날 남편도 같이 가겠다고 해서 남편이 운전해 아침 일찍 골드코스트로 향했다.

  골드코스트 메인비치에 거의 도착해서 회원들에게 연락하고 우리는 맨발로 비치를 향해 걸어갔다.
먼저 걷고 있던 회원들을 만났는데 마침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반갑게 인사했다.
  "반갑고만 반가워요"하며 춤을 추듯 서로 크게 반기며 웃고 떠들면서 함께 해변을 걷기 시작했다. 바닷물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고 아침해도 우리를 반기듯 따스한 기운으로 우리 다섯 명의 여인들을 비춰주었다. 십 년 만에 만난 친구처럼 처음 본 언니의 손을 잡아주고 어깨동무도 하면서 다정한 말들로 언니를 대해주는 골드코스트 회원들이 너무 고마웠다.

  이쁜 돌과 조개도 주워 가면서 걷다 보니 한 시간 반의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걷기를 마치고 나니 우리가 멀리서 왔다고 아침밥으로 음식을 한상 챙겨 왔는데 회원 중에 감기로 못 온 분이 맛있는 김치도 보내주었다. 밥솥까지 챙겨 와 떡에 과일에 커피까지 해변 테이블에 펼쳐놓고 함께 먹은 따뜻한 아침밥은 최고의 만찬이었고 마음까지 푸근하게 해 주었다.

  다음날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 운동을 해서 몸에 무리가 안 갔는지 물었더니 다리가 좀 뻐근할 뿐 괜찮다고 하면서 그날 행복했었다고 했다. 언니를 데려가길 잘했단 생각에 마음이 흐뭇해 남편이 찍어 준 사진을 다시 찾아보았다.


  떠오르는 아침햇살에 반사되어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골드코스트의 화려한 고층 건물들을 배경으로 다섯 명의 여인들이 맨발로 당당하게 해변을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흡사 황금 도시를 정복하고 나온 맨발의 여전사들처럼 위풍당당하게 보여 나 또한 이 모든 것이 감사해 저절로 행복한 미소가 입가에 피어났다.


호주 골드코스트 메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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