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이제는 제 꿈을 가져가주세요

꿈의 권리

by soominC

나는 꿈을 꾼다. 그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는 형언할 수 없는, 설명하기 힘든, 안개 같은 어떤 모노톤의 기쁜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우리의 만남이 깊어져 그가 내게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 잡을 수 없던 꿈은 선명한 컬러의 현실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고, 마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이미 겪은 과거처럼 소유하게 되었다.


너무 구체적이고, 과도한 상상들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었다.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나와 잘 차려입은 예복을 입은 그의 팔짱을 끼고 행진하는 장면, 그가 좋아하는 요리를 해서 그를 기다리고, 그가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며 행복해하는 장면, 밤잠을 설치며 우는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 줄 몰라 ChatGPT에 물어보는 곤란한 장면, 어쩌다 시험을 잘 보고 온 우리 아이를 자랑스러워하는 장면, 그러다 세월이 지나 황혼의 나이에도 손을 잡고 떨어진 가을 낙엽을 밟으며 함께 살아왔음에 또는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장면까지.


그러나 꿈의 비극은 그런 꿈들이 절대적이어서 그 안에 ‘부정’의 장면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가 떠날 수 있다는 가정은 나의 견고한 왕국에 존재하지 않았다. 무정하게도 달콤한 꿈을 꾸던 나를 뒤로한 채, 그가 내뱉었던 사랑의 배신은 나를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차가운 현실로 내몰았다. 이제 나의 꿈에 그의 얼굴은 없다. 오직 그의 부재만이 가득하다.


오지 않을 그를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꿈의 잔해 때문에 그를기다린다. 다시 사랑하리라는 기대 따위는 없다. 다만 그가 돌아와, 아직도 이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나를, 나의 일그러진 꿈을 이제는 제발 가져가 주길 바랄 뿐이다. 꿈속에서 나는 여전히 길을 잃은 채 서성인다. 오직 그만이 이 지독한 몽상에서 나를 깨울 수 있다.


그가 나를 아주 잠깐 사랑했을 뿐이라 해도, 그는 나에게 환상을 심어주었다. 비록 그의 자리는 비워 있지만, 내 꿈에 책임은 그에게 있다. 오직 그만이 이 일그러진 꿈을 가져갈 권리가 있다. 순간일지라도 좋다, 그가 내게 돌아와 이 꿈들을 가져가 주는 역설적인 꿈을 오늘도 더해 본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