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되는 소유
나는 그의 손길을 느끼며 그의 품안에서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안락함을 느낍니다. 그의 눈에 내 모습이 담길 때는 세상의 위안을, 의식의 확장을, 감정의 사치를, 육체의 황홀이 내 안에 새겨집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나 자신조차 몰랐던 깊이를 깨닫게 됩니다. 마치 내 존재 전체가 그의 시선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듯합니다.
한편 그는 나에게서 무엇을 느낄까요? 내 눈에 비친 자신을 보면 어떤 공명이 피어날까요? 그를 향한 나의 속삭임은 그의 기억 속에 어떤 여운을 남길까요? 그에게서 나는 어떤 의미일까요?
사랑하는 자는 항상 상상하는 자입니다. 나는 그의 침묵 속에서도 숨결을 붙잡으려 하고, 그의 무심한 몸짓에서도 숨겨진 진실을 읽으려 합니다. 때로는 그의 미소 속에서 끝없는 이야기를 그려내며, 아직 보지 못한 그의 시간들마저 내 품에서 미리 꿈꾸곤 합니다.
하지만 사랑은 욕망을 ‘소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소유한다는 것은 불안과 의심을 낳으며 자기파괴적입니다. 반면 사랑을 ‘존재’로서 받아들이게 된다면, 그는 내가 소유할 대상이 아닌 함께 성장할 존재가 됩니다. 진정한 자유가 보장될 때 창조적 행위자로서 상투적이지 않은, 독창적이고 경험해본 적 없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바르트가 말하는 ‘독창적 관계’에서의 사랑은 단순한 감정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사랑은 능력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수련과 성숙을 통해 익혀가는 것입니다.
나는 배려하며 상대의 성장을 돕고, 책임지며 진심으로 응답하고, 존경하며 그의 선택을 기꺼이 환영하며, 지식으로 깊이 이해하려 노력할 것입니다. 나는 소유하지 않고 함께 존재하는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나는 그에게 소유되기를 바랍니다. 그의 시선 속에서, 그의 가슴속에서 잊을 수 없는 인상으로 남고 싶습니다. 나는 향기 없는 꽃이 아닌, 그가 내게 새겨놓은 것처럼 지워지지 않는 손끝의 촉감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