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하는 자만이 흔들린다.
마음의 평화를 아무런 동요가 없는 상태로 정의하는 순간, 인간은 영원한 불행에 빠진다. 감정은 고정된 웅덩이가 아니라 흐르는 강물과 같아서, 날씨와 지형에 따라 끊임없이 출렁이는 것이 정상이다.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비정상이나 나약함으로 취급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무너지지 않으려는 내면의 몸부림을 스스로 억누르며 살아간다.
불안은 사실 나를 보호하려는 내면의 자이로스코프(gyroscope)가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빠르게 회전하는 팽이가 쓰러지지 않기 위해 온몸을 떨며 바닥을 버티는 것처럼, 우리 마음의 불안 또한 급격한 삶의 변화 속에서 자아를 복구하려는 자발적인 진동이다. 흔들림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나를 밀어내려는 외부의 압력이 거세다는 뜻이며, 더 거센 것과 맞서고 있다는 뜻이다. 저항하는 자만이 흔들린다.
중심을 잡으려는 자만이 흔들림의 감각을 선명하게 느낀다. 삶의 방향성을 잃고 방황하는 듯한 그 불쾌한 떨림은, 사실 내면의 나침반이 자신의 북극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회전하며 내는 정직한 진동이다. 내가 지금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나를 바로 세우고 싶다는 뜨거운 욕망이 여전히 맥박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눕거나 쓰러진 자는 결코 흔들림을 고민하지 않는 법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흔들림을 멈추려 애쓰기보다, 그 흔들림이 가리키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응시해야 한다. 무엇 때문에 마음이 일렁이는지를 알면 내가 진정으로 지키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비로소 보인다. 균형은 멈춤이 아니라 흔들림의 총합이다. 나는 오늘도 기꺼이 흔들린다. 이 소란스러운 떨림들의 합이야말로 내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수평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