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모든 순간은 이미 완성이다

강물은 성장하지 않는다

by soominC

인간은 끊임없이 '되어가는 중(Becoming)'이라는 자기 최면 속에 산다. 지금의 나는 아직 부족하며,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존재가 될 것이라는 믿음은 꽤나 성실한 신앙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형적 시간관은 현재를 단지 미래를 위한 연료로 소모하게 만들 뿐이다. Becoming은 존재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유예한다. 삶은 완성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다만 완성을 향해 간다는 믿음이 삶을 소진시킬 뿐이다.


집착은 대개 '더 나은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믿음에서 시작된다. 내가 지금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욕망은, 사실 지금의 나를 부정하는 폭력이다. 그러나 강물에는 우월한 물방울도, 열등한 물방울도 없다. 폭포로 떨어지는 물줄기나 고여 있는 웅덩이나, 수증기가 되어 날아가는 순간이나 모두 물이라는 본질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성장이란 어쩌면 결핍을 정당화하기 위해 고안된 형이상학적 기만일지도 모른다. 싯다르타가 강물에서 본 것은 어제의 강물보다 더 나아진 오늘의 강물이 아니었다. 강물은 그저 흐를 뿐이며, 그 흐름의 어느 지점을 잘라보아도 그것은 온전한 강이다. 상류의 격렬함이 하류의 평온함을 위해 희생되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우리가 추구하는 '완성된 미래'는 실존하지 않는 허상이다. 아이는 어른이 되기 위해 존재하는 과정이 아니며, 초보자는 숙련공이 되기 위한 미완성 단계가 아니다. 각각의 좌표는 그 자체로 우주의 필연적인 배치일 뿐이다. 과정을 긍정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시간에 쫓기지 않는 자유를 얻는다.


도달해야 할 정점이 없다는 사실은 우리를 허무가 아닌 해방으로 안내한다. 미래에 저당 잡혔던 현재를 되찾는 순간, 세상은 더 이상 완성을 위해 수정되는 상태가 아니다. 모든 찰나는 그 자체로 목적이며 종착지다. 이 세계는 매 순간순간 완성된 상태에 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