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는 없다

무모한 행위

by soominC

우주는 인간의 삶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별들은 그저 물리 법칙에 따라 타오르고 시간은 무심하게 흐를 뿐이다. 우리가 발버둥 치며 만들어내는 희로애락의 서사는 광활한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의미 있는 삶’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는 어쩌면 거대한 공허를 견디지 못한 인간들이 발명해낸 가장 정교한 자기기만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무의미라는 심연에 빠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주변에 이름표를 붙인다. 사랑, 성취, 예술 같은 단어들을 동원해 텅 빈 공간을 채우려 애쓴다. 하지만 그 허구성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본질이다. 아무것도 없는 진공 상태에서 기어이 무언가를 길어 올리려는 그 고집스러운 상상력, 그 결핍이 만들어낸 환상이 우리의 하루를 지탱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를, 우리는 굳이 ‘괜찮은 하루’라고 부르면서.


시시포스의 돌은 객관적으로 보면 그저 굴러떨어질 운명의 무거운 바위일 뿐이며, 아무런 가치가 없다. 그러나 그가 그 돌에 자신의 온 생애를 투영하고 어깨를 맞대는 순간, 돌은 단순한 바위가 아니라 그의 우주가 된다. 의미란 길가에 떨어진 보물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무색무취한 세상에 우리가 억지로 덧칠하는 물감과 같다.


차갑고 침묵하는 우주를 향해 “그래도 나는 이것이 중요하다”고 외치는 행위는 지독하게 오만하다. 그러나 그 오만함이야말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사치이며 실존의 증거다. 세상이 아무런 대답을 주지 않을 때, 스스로 답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인간이 허무에 대항하는 방식이다.


결국 삶은 하나의 거대한 연극이고, 우리는 각자의 무대에서 의미라는 각본을 직접 써 내려가는 중이다. 근거 없는 허구라는 사실이 그 각본을 무효로 만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완벽한 가짜임을 알기에 우리는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의미가 없다는 진실 위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얹는 것, 그 무모한 행위 외에는,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것이 없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