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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도영 Jun 16. 2019

고요한 가운데 나는 환호 소리를 들었다

여행 소회 (18) - 영국 런던 01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만난 작은 방들. 섬세한 공예품과 고급 필기구로 가득 찬 공간은 홈즈의 집이었다. 양손의 손가락을 마주 닿은 채로 빠르게 추리를 읊조리고 있을 것 같은 홈즈와 그 옆에서 투덜대는 왓슨이 응접실의 카우치에 앉아 있을 것처럼 뮤지엄은 섬세한 독자의 취향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낮은 음성의 적당한 속도로 코난 도일과 셜록 홈즈, 그리고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을 설명하는 해설자의 영국 영어는 완벽하게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나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꼭꼭 붙잡아 내 귓가에 다시 던져 넣었다. 다른 방문객들과 우리 모두 말소리를 낮춰 조용히 뮤지엄을 구경했다. 그 고요함에 흥분이 묻어 있는 것을 느꼈다. 침묵 속에서도 나는 환호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고 생각한다.



해는 푸른 물감을 풀어 둔 생수를 하늘에 부어버리고는 일치감치 퇴근한 채였다. 런던의 첫날밤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설레는 공간을 많이도 만나 심장을 담은 근육이 기분 좋게 입을 씰룩댔다. 우리는 목적지를 딱히 정하지 않고 마음에 드는 골목으로 나아갔지만, 계속해서 치밀하게 계획된 아름다운 일루미네이션과 마주쳤다.



가로수는 가지마다 빼곡하게 매달린 별들을 자랑했고, 건물은 과감하게 보라색 조명을 밝혀 주목을 끌었다. 간판은 황금색으로 번쩍였다.



런던은 영상으로 본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어디선가에서 사람들은 계속해서 쏟아져 들어왔고, 도로엔 런던의 이층 버스가 유유히 헤엄쳐 나아갔다. 유명 브랜드의 로고, 반짝이는 건물의 외벽. 값비싼 파도에 몸을 쉽게 맡기고 소호 거리를 떠돌았다. 파도에 몸이 실려 하루 종일 걸은 발은 지친 기색도 없이 동동동 놀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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