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에서 임산부가 되면 겪는 과정을 현 임산부인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노르웨이의 의료시스템과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매우 다른데요.
1. 임신테스트기로 임신 확인
우선, 한국이든 노르웨이든 어디서든 첫 임신 사실을 임신테스트기로 확인하는 것은 국룰이겠죠?
얼리 임테기, 일반 임테기가 있는데 저는 일반 스트립 타입의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해 확인했습니다. 첫
번째 임신 테스트 결과는 확연한 두줄이었는 데 실감이 나지 않았고 2,3일 뒤에 다시 한번 동일한 임신테스트기와 약국에서 디지털 임신 테스트기를 사서 두 기기 모두 두 줄이 뜬 것을 확인했고 임신했다는 사실을 몸소 느낄 수 있었어요. 노르웨이에서 임신테스트기로 임신 사실을 확인했다면 해야 할 일은 주치의(Fastlege)에게 연락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주치의가 진료 예약을 잡아주는 데 저는 피검사로 임신 수치를 확인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노르웨이는 대체적으로 '기다림'을 택하는 편입니다. 피검사를 요청하는 저에게 별도로 피검사로 확인할 필요는 없고 12주, 즉 첫 초음파를 보기 전까지 기다리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노르웨이에서 차갑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12주 안에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경우에는 대부분 배아 상태가 건강하지 않아 배출되는 것으로 해석하며 임신한 여성이 겪을 심리적인 상실감을 공감해주지는 않는 뉘앙스입니다. 특히 한국처럼 유산방지 주사 등의 도움을 주진 않습니다. 의사와 상담 후, 헤모글로빈 수치, 혈액형 타입 등 피검사를 진행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검사 결과는 그다음 날 안내해 줍니다. 임신한 여성의 경우 진료는 모두 무료이므로 지불해야 할 돈은 없었습니다.
12주 전까지 초음파를 보고 싶다면 돈을 지불하고 사설 병원을 가서 초음파를 보면 되지만 저는 초반에 너무 큰 기대감, 조바심을 갖고 싶지 않아서 기다림을 택했습니다. 물론 중간에 아기집은 잘 자리 잡았는지, 애기 심장은 잘 뛰는지 등 전혀 알 수 없고 배에 불편감이 느껴지기라도 하면 불안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덤덤하게 마음을 먹기로 하고 1차 초음파 검사 날까지 기다렸습니다.
2. 1차 초음파 검사
임신 사실 확인 후 주치의와 첫 진료 시, 주치의가 12주-14주 사이에 1차 초음파가 가능하다고 안내를 해줬는데요. 이 또한 불과 2-3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하며 그전에는 임신 기간 중 20주 차에 딱 한번 초음파를 봤다고 합니다.
1차 초음파 또한 자발적 선택으로 산모가 원치 않은 경우에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내하여, 저는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의사가 초음파 검사 진료 예약 리스트에 저의 정보를 올려주고 이후 초음파 검사를 보는 병원 즉, 한국으로 치면 대학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 예약 일자를 안내해 줍니다.
그렇게 저는 13주 차에 첫 초음파를 보러 갔는데요. 이때 목 투명대 체크 및 장기가 잘 자리 잡고 있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확인해 줬습니다. 그리고 이후 2차 초음파 검사 안내도 해주고, 예약일자는 언제가 대략 괜찮은지 논의 가능합니다.
특히 12주~14주에 초음파 검사를 하는 이유가 다운 증후군과 같은 염색체 이상 유무를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요. 14주 이후에는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을 들었습니다. 다행히 목 투명대가 두께를 잴 필요도 없는 정상이라고 했고 현재 이상 없다는 검사 결과지를 전달해 줬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니프티 검사는 고령, 고위험군의 산모가 아닌 경우 사설 기관에서 유료로 검사를 진행해야 하며 비용은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대략 6, 70만 원 선이었습니다. 니프티 검사를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주변 출산 경험이 있는 지인, 친구들에게 해당 검사를 진행했는지 물었는데 대부분 진행하지 않아 저도 아이를 믿기로 결정하고 별도로 진행하진 않았습니다.
약 세 달간의 기다림 끝에 아기가 활발하고 건강하고 심장박동수, 목 투명대, 장기 등 다 정상이라는 소견을 들어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3. 산파(Jormor)와의 만남
1차 초음파 검사 전 피검사를 위해 주치의와 한번 더 진료를 봤는데요. 그날 저에게 이제 산파에게 연락하여 임신 중기, 말기 과정을 산파와 함께 진행하면 된다고 안내해 줬습니다. 산파는 한국에 없는 개념이지만 노르웨이에서는 산부인과 의사가 아닌 산파와 임신 과정, 출산 과정을 함께 하며 산파와의 진료 또한 무료입니다.
산파의 경우,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에 있는 센터에 전화를 하면 됩니다. 인적 사항을 확인한 뒤 예약 날짜와 시간이 담긴 메시지를 받게 됩니다. 저는 산파와 지난주 금요일에 만나고 왔는데요. 생각했던 것과 달리 굉장히 편안한 분위기였고 오롯이 저의 편에서 이해해 주고 상담해주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몸무게, 혈압, 소변 검사 등을 한 뒤 저의 임신 초기 증상들을 묻고 또 현재 상태가 어떤지 등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고 또 출산에 대한 정보를 살짝 안내를 해주더라고요.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고요.
산파와 만날 때 남편과 함께 동행할 수 있으니 함께 가는 것을 추천드려요. 종종 산파가 남편에게도 여자가 임신 중일 때 겪을 만한 감정들을 설명해 주고 또 임신 과정을 부부가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조언해주셨어요. 그리고 임신과 출산이 단지 여성의 몫이 아닌 남자 또한 한 팀으로 같이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줘서 좋았습니다.
사실 여성으로서 몸의 변화, 출산의 고통을 다 겪어 애를 낳은 후 모유수유, 몸 회복 등 숙제들이 줄지어 나열되어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불공평하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산파가 이런저런 고충들을 알아주는 것 같아 심적으로 안정이 됐습니다. 그리고 산파와는 한 달에 한번 만나며 출산을 앞두고서는 2주에 한 번씩 만난다고 합니다.
이후 앞으로 임당 검사 등이 남았지만 벌써 18주 차가 된 걸 보니 시간이 참 빠르다고 느껴지더라고요. 곧 아기용품, 출산용품들도 알아보고 준비해야 할 때가 오겠죠? 앞으로의 임신 과정들도 기록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