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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Jul 04. 2024

어떤 날은 살 것도 같다..

일상공유(10)

비가 곧 쏟아질 것도 같은, 온통 하얗게 안개가 낀 새벽이다. 

어제는 푹 잤다. 인요가를 했고 헬스장도 다녀왔다. 

오늘 새벽엔 주섬주섬 요가원으로 향한다. 


마이솔 수련. 수리야나마스카라 A,B-스탠딩-싯팅.. 동작 몇 개 더 하고. 피니싱으로. 

예전엔 수리야나마스카라 각 5번씩에 초반부터 땀이 뻘뻘, 지치기도 했는데. 이제는 가볍다. 스탠딩도 후딱. 

빈야사가 중간중간, 좌우 각각 들어가는 싯팅 동작도 이제는 문제없다. 금방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몇 동작 안 남았네.. 싶어서 아쉽기도. 대략 쿠르마아사나 정도까지 하면. "우르드바"(피니싱 첫 동작)로 넘어가라는 원장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직 풀프라이머리 완성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괜찮다. 출근시간을 감안하면 지금 1시간 반 정도의 수련 시간은 딱 적당하다. 오늘은. 특히 원장님의 핸즈온이 잦다. 많이 신경 써주시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이제 거의 닿는다", "연말까지는 풀프라이머리 할 수 있겠어" 같은 조용한 격려도 주신다. 오늘은 뭔가 되게 희망적이다.  


사무실로 출근. 혼자다.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할 일을 한다. 오늘은 뭔가 집중도 잘된다. 

비가 온다고 예고된 꾸물꾸물한 날. 상쾌한 아침 수련에, 몸도 욱신욱신하며 가벼워서 그런지. 기분이 안정되어 있다. 불쑥불쑥 올라오던 외로움, 분노, 서운함도. 오늘은 없다. 나는 그냥 내 일을 한다. 

점심은 아침에 만들어온 도시락. 통밀또띠아에 그릭요거트와 바질페스토를 바르고. 닭가슴살, 아보카도, 오이, 파프리카, 치즈를 올리고 반을 접었다. 랩을 활용하니 절반씩 들고 먹는 게 나쁘지 않다. 가벼운 음식이다. 꽤 괜찮다. 


삶이 이렇다. 일정을 더하고 채우고 말을 늘리는 것보다. 이렇게 비우는 게 더 좋은 날도 있다.  

조급하지 말자, 판단하지 말자. 천천히 비우고 또 채워가다 보면 언젠가 이 일도 끝나겠지. 보람이라는 게 오겠지. 사람 사이에서도 행복한 날이 간간이 또 찾아오겠지. 


'하늘이 구멍 나는 것처럼' 쏟아질 거라는 오늘 저녁. 일찍 퇴근하고 오롯이 혼자 있을 시간에도 기대를 더한다. 

혼자라서. 충분한 날이다. 오늘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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