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음 Jun 29. 2024

손바닥이 저려온다... 살아있다.

감정일기(5)

토요일 아침.

머리도 몸도 무겁다.. 꿈을 꿨을까.. 땀도 났다.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나는 그래도 가야 한다. 요가를 하러 가야 한다. 그래야 나는 힘이 난다. 재부팅..


하타 요가. 1시간. 어렵지 않다. 가볍게 몸을 푼다.

어쩌면 가장 단순한 동작들. 기다림. 호흡을 넣은 나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것.이. 나로선 다른 세상과의 연결.이다.

이 시간만큼은 나는 괜찮다.

충분하지 않아서. 마치고 헬스장에 간다.

러닝머신부터. 좋아하는 동영상을 플레이한다. 그게 루이바오후이바오일 때도. 영화 서머리일 때도. 어느 교수님의 강연일 때도. 그저 가볍고 발랄한 유튜버의 토크일 때도 있다. 나의 집중을 붙잡는다.

기구를 훑는다. 팔근육이 느껴진다. 오늘은 프리웨이트도. 한동안은 그게 참 어색해서. 다들 나만 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 참 어색했다. 오늘은 그냥 한다. 알게 뭐람. 나는 움직인다. 스티프 데드리프트, 스쿼트 등등..

고루고루. 움직이고 자극한다.

그렇게 두 시간. 땀이 뚝뚝. 나는 살아있다고 느낀다.

호흡을 느끼고. 호흡이 가빠진다. 땀이 난다. 근육의 자극을 느낀다. 독소를 보낸다. 생각의 찌꺼기도. 지금은 없다.


집에 온다. 당연하게도. 잘 칠링 된 화이트와인을 꺼낸다. 음음. 이러려고 운동했지.

안주는 가볍게 간단하게. 또띠아를 깔고. 토마토소스를 바르고. 닭가슴살 고구마 토핑에. 모짜렐라 치즈를 충분히 얹는다. 후추 톡톡 파슬리 톡톡. 올리브유 탈탈.. 꿀도 스을쩍... 굽는다. 이렇게 맛있는데 피자를 왜 사먹나.


충분한 와인과, 충분한 안주다. 맛있다. 영화를 플레이한다.

나는 살아 있다.


카페트를 세탁기에 넣는다. 미뤄뒀던 청소를 한다.

비구름이 몰려오는 중이다. 바람이 분다. 부드럽고 가볍다. 나는 살아있다. 


손바닥에. 저려옴이 느껴진다. 손바닥이 부드럽다.

나는 살아있다. 나는 살아있다. 나는 살아있다.


나는 살아있는데.

뭐가 문제람..

직장 스트레스도. 인간관계 문제도.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나이 듦에 대한 불안함.도 .. 외로움도.

무엇이 문제람.

나는 지금 살아있는데. 충분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누리고 있는데. .. 뭐가 문제람.


If you think it's real, then it is... (영화 '원더랜드' 중)


***사진은.. 여의도공원입니다. 잠시 여유가 있어서 들렀던. 아주 가까운 곳에도 이렇게. 여름의 생기가. 충분한. 반드시 신경쓰고 찾아보고. 돌아봐줘야. 찾을 수 있는. 삶의 생기가.

작가의 이전글 시절인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