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음 Aug 26. 2024

매트 위의 안락

요가와 명상(6)

열대야는 계속이라. 간밤에 자다 깨다 했다. 에어컨을 시간 맞춰놓고 잤는데. 다시 더워서 깨고. 선풍기를 틀었다가. 껐다가. 뭔가 잔꿈들을 꾸었던 거 같다. 새벽녘에는 늦잠이 밀려오려 했지만. 아침 명상을 틀어놓고 잠을 떨쳤다. 월요일 새벽. 나는 가야만 했다. 새벽 5시 반. 오늘은 제법 어둡다. 긴 밤이 시작되는 계절인가, 안개가 낀 듯도, 구름이 낀 듯도 하고. 요가원 가는 길에는 음악도 명상도 듣지 않는다. 나름의 걷기 명상 같은 거라. 이 고요한 세상, 대지를 딛는 내 발바닥에 집중해 본다. 목적지로 가는 길. 근심도 불안도 몰려올 이유가 없다. 


나의 월요일은 이렇게 또 마이솔로 시작했다. 고요한 요가원, 매트 위에 앉아 호흡 수련을 먼저 이어간다. 나디 쇼다나. 까발라바티. 정화호흡이다. 몸을 깨우고 정신을 깨우고. 두개골까지 순환이 이어진다. 이 좋은 새벽 기운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매트 위에 서서 시작되는 시퀀스. 땀은 금세 뚝뚝 떨어진다. 흐름대로 몸을 움직이는데.. 오늘은 갑작스런 업무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생각이 떠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 떠올랐구나, 그냥 흘려버리면 되는데. 이 생각을 지금 하든 안 하든 달라질 건 없는데. 오늘은 꼬리를 문 생각이 한동안 머물렀다. 그래도 내 호흡과 선생님의 핸즈온으로. 다시 매트 위로 돌아온다. 매트 위에서 지금 나는 안전하다. 힘이 난다. 에너지를 채운다. 나를 방해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치 한 호흡에 달려온 것처럼. 피니싱 동작 단계에 이르면. 시간을 접어서 도착한 기분이 든다. 여기까지 이어온 나 자신이 너무 뿌듯하다.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나는 충분히 비웠고 가득 채웠다. 


오늘 새벽 마이솔을 다녀온 것만으로도. 나의 하루는 이미 완결된 기분이 든다. 감사하다. 뿌듯하다. 


지난 주말에도 나는 요가.요가로 달렸다. 토요일은 하타 수업을 듣고 오랜만에 헬스장도 다녀왔다. 몸을 쓰는 것이 마음이 건강해지는 길임을 알기에. 그냥 계속 움직였다. 일요일도 하타 심화 수업을 들으며 어려운 자세에 도전했다. 후굴후굴. 나는 후굴이 약한 편인데, 그래도 수련하면서 조금씩, 한 마디씩이라도 더 나아가는 기분이 든다. 수련의 최종 목적은 멋있는 동작의 완성이 아니다. 나는 나아가고 성장한다. 아사나의 완성은 자연스러운 흐름 가운데 이뤄지는, 보여지는 부분일 뿐이다. 나는 점점 더 수련인의 몸과 마음으로 진행중이다. 진행 자체가 완성형이다. 


요즘 요가와 명상을 몰아치는 중인데. 나의 불안이, 비집고 들어오는 틈을 주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래도 행복할 수 있는 일, 평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요가 매트 위에서 만큼은, 매트를 가득 채우는 행복감이, 내 전부를 채울 수 있을 것만 같아. 참 감사하다.  

작가의 이전글 행복하고 싶다...비 오는 날 쓰는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