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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Oct 27. 2024

... 그냥 걷자

일상공유(16)

평화로운 일요일이다. 오늘은 하루가 그냥 비어있는 날. 

습관처럼 새벽엔 일찍 일어났고 

오전엔 요가원에 갔다. 아쉬탕가 마이솔 수련 90분.. 후 

도서관에 갔다. 예약도서를 받고 읽은 책을 반납하고. 추가로 도서 하나를 더 빌렸다. 

아직 한참 낮이다. 할 일을 다 한 기분이라. 

점심에 화이트와인을 곁들였다. 

오늘은 요리를 하러 사부작 할 기운도 의욕도 별로 없어서. 그냥 있는 거 주워 먹는 정도. 


쇼파에 누워 책을 읽었다.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한두 시간쯤 잤을까. 주말의 낮잠에. 의미 없는 꿈까지 곁들였다. 

조용하고 평화롭지만. 뭔가 모를 꿉꿉한 기분이랄까.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세상 갑자기 혼자 있는 기분이 든다. 

아 안된다.. 침잠하면 안 된다. 

이 무드를 깨러 옷가지를 주워 입었다. 


오늘은 좀 흐린 날이다. 석양이 보이지 않는다. 

이 뭉클한 날씨도 좋다. 덥지도 춥지도 않다. 

사람들이 달린다. 요즘 부쩍 달리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빠르게 스쳐간다. 숨소리가 크게 다가왔다 작게 멀어진다.

중년 부부가 손을 잡고 걷는다. 

젊은 커플이 재잘거리며 지나간다. 

누군가 그냥 멍하니 한강을 바라본다. 

누군가의 사색이. 철학이 만들어지는 공간.

나도 흘깃흘깃 강 쪽을 바라보며 걷는다. 

맞은편엔 행사 중인지 큰 음악소리가 들린다. 

저기 앉아 있는 사람들은 이 주말의 축제에 한껏 들떠있겠지.

그러고 보니, 음악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이대로. 사람소리 차 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다 좋다. 

'생의 감각'을 자극한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더 걷는다. 

물이 있고 나무가 같이 우거진 이 길이 참 평화롭다. 


지금 이 세상을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기가 느껴진다. 

혹은 나처럼 주말 오후의 숨 막히는 공허함을 떨치려 나왔을지 모를 마음에. 공감한다. 

한없이 끝도 없이 가라앉을 뻔했는데. 나오길 잘했다. 

풍경 사진 몇 장을 찍어 가족에게 공유한다. 그냥 이 생기를 나눠주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도 빨라진다. 씻고 싶다. 

그 개운함만으로도 나는 살만해질 테니. 

... 그냥. 나오길 잘했다. 걷길 잘했다. 

오늘 푹 자고. 내일 새롭게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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