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에 쓰는 편지 Oct 05. 2022

내 작은 천사에게

10년 넘는 시간 동안 함께 하고 있는, 작고 여린 반려견에게.

아가.

너는 새근새근 곤히 코를 골며 자고 있을까. 아님 즐거운 꿈을 꾸며 귀여운 잠꼬대를 하는 중일까. 나는 네가 너무 많이 보고 싶어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어. 요새는 내가 너무 어렸던 날들을 후회해. 너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열두 살이었어. 너와 같은, 살아 움직이는 귀여운 친구들이 너무 사랑스러워 견디지 못했었지. 물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말이야. 원래 네 이름은 밀키였다는 걸 아니? 정말 별로지? 그대로 이름이 됐다면 큰일 날 뻔했어. 어린 게 잘못이었던 거지. 어린 내가 말이야.


너무 어렸던 내가 너의 어린 시절을 남기지 못한 게 원망스러워. 너무 몰랐던 내가 네게 더 잘해주지 못해서 한심해. 그렇지만, 어린 나였어도 이름을 바꾼 건 잘한 것 같지? 네 이름을 네가 마음에 들어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그 이름으로 9년을 살아왔으니 너무 싫어하지는 말아줘. 그 이름이 있는 9년은, 아니, 앞으로 조금 더 남은 15년 남짓의 네 시간들은 내게 그 무엇보다도 빛나는 순간일 거야.

그 후에 네 이름을 듣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아직은 상상하고 싶지 않네.




아가, 나는 준비 중이야.

언젠가 네가 세상 구경을 마치고 무지개다리를 건너 너의 별로 돌아갈 때, 나는 그날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 주변 사람들이 너의 생을 듣고 이제 늙었다, 보내줄 준비를 하라는 말을 들으면 사실 아직도 화가 나. 티는  내지 않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 다시 한번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하니까. 나는 너를 보내고 싶지 않은데. 당연스럽게도 너를  보내고 싶지 않지만,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아. 영원하지 않은, 끝이 있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지. 그렇지만 네가 너의 별로 돌아갈 때, 슬퍼하는 내가 걱정되어서 네가 내 시간이 다할 때까지 혼자 기다리지 않게 하고 싶어. 네가 돌아가는 길이 가볍도록 하고 싶어.


그런데  아가, 이건 아무리 연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별이라, 내가 너무 힘들어할 때는 내 꿈에 잠시만 나와주렴. 나는 그걸로  감사할게. 보고 싶을 때 네게 돌아가면 널 꼭 안아줄 수 있는 지금의 시간도 감사히 여길 테니, 꼭 그래 주렴. 네가 크게 아픈 줄 알고 널 잃을까 봐 많이도 울었던 그날이 잊히지 않아. 만약 네가 없을 때, 네가 이리도 보고픈 날이 찾아오면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 작은 천사야, 나는 지금도 앞으로도 네가 많이 보고 싶고, 보고 싶을 것 같아. 그러니 나와 앞으로 더, 조금 더 길게 시간을 걸어주렴. 나는 기꺼이 네 곁을 지킬 테니.

작가의 이전글 감정을 미워하는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