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상담하러 갑니다 no. 1
"저게 다 회사란 말이지? 저 많은 사람들이 다 무슨 일을 하는 거지?"
초등학교 6년, 중고등 6년, 대학 4년, (중간에 어쩌다 1년), 대학원 3년, 박사 8년.
학생으로 28년, 상담하고 가르치는 선생으로 약 13년.
어느새 저는 학교에 최적화된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학교란 두 학기 지나면 한 살을 먹는 곳입니다.
1학기를 내달리면 여름방학이 오고 2학기를 내달리면 겨울방학이 옵니다.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학기 중 삶과 방학의 삶을 철저히 분리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학교 라이프의 자기 관리는 겨울방학부터 시작하는데 겨울잠을 자는 동물처럼 충분히 자고, 충분히 먹고, 충분히 놀아야 봄학기를 무사히 견딜 수 있습니다. 이는 학생이던 선생이던 똑같습니다.
그런 제가,
(학교 라이프 노하우가 전혀 먹히지 않는) 회사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회사로 출근을 한 지 벌써 3년이 되어 갑니다. 그동안 제 삶에는 소소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방학이 없어지고 연차가 생겼습니다.
주 5일 9am to 6pm을 같은 장소로 가는 회사 라이프를 잘 살기 위해서 '방학 중 컨디션 관리' 스킬을 '주말 컨디션 관리' 스킬로 바꾸었습니다.
자료가 회사 PC에 있는지, 내 방 PC에 있는지 맨날 헷갈립니다. 이젠 아예 하드를 들고 다닙니다.
전 날 저녁부터 다음 날 점심메뉴를 고민합니다.
월요병이 생겼습니다.
출퇴근 막히는 길 운전으로 오른쪽 무릎 통증이 심해졌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저는 회사 상담실로 출근을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복작거리는 서울,
강남의 작은 스타트업에서 기업 상담자로 일하는 일상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이 글을 시작합니다.
루틴을 깨는 모든 것에는 두려움이 따릅니다.
학교에서 회사로 옮길 때 두려웠습니다.
선배도 상담자, 후배도 상담자, 동료도 상담자, 선생님도 상담자, 학생도 상담자인 자리에서
역할과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자리로의 이동은 떨리는 일이었죠.
지금도 떨리네요.
나 혼자 쓰고 읽는 글에서
함께 쓰고 읽는 브런치 북으로 옮깁니다.
앞으로 16주간 떨리는 도전을 이어가려고요.
지금, 생소한 자리에 있는 저와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