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중국인가 일본인가 ( 3 )
뉴욕에서 대만 친구들을 만나기 전엔
사실 대만이 중국인 줄 알았다
우리나라가 이념이니 사상 때문에 남북으로 나누어져 있듯이
공산당 혁명 때문에 섬으로 쫓겨 들어간 국민당이
세운 나라지만, 이러든 저러든 중국이라 생각했었다
세계사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이과생이란...
그런데 사실 놀랐던 건 대만인들이 일본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왜냐고 물으니 대만이 일본의 식민지여서 그렇다고 답했다
응???? 우리는 그래서 일본 싫어하는데???
얘네들 뭐임;;;;;;;
대만의 느낌도 비슷했다
한 시간 정도 줄을 서서 먹었던 푸항또우장의 또우장과 요우티아오
전형적인 중국의 아침 식사이지 않은가?
시먼딩의 인기 메뉴
아종선 곱창 국수
미끄덩미끄덩한 국물의 식감은 중국스럽다 해도
가쓰오부시 향 가득한 베이스는 일본스럽네
삼미 식당의 대왕연어초밥은 특별함은 없었지만
관자는 한 입 베어 물자 촉촉함이 촤악 터져서
바로 푸위엔을 불러서 "쩌거 이거" 를 외치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관자 한 개?”라고 되묻는 대만 언니.....
중국 본토에선 고깃국은 특유의 고기 냄새가 나서
입도 안 댔는데
타이베이 역전의 뒷골목 현지인들만 가득한 집에서
먹은 뉴로우미엔은 툭툭 끊어지는 중국면 느낌이지만
누린내 없이 먹을 만했다
대만인들에게 딘타이펑은 비싸기만 하고
크게 맛있지 않다고 하지만
본점병이 있는 내가 여기까지 와서
딘타이펑 본점을 아니 갈 순 없었다
1인 찬스를 써서 오래 걸리지 않고 들어가
일본인들과 합석하고 샤오롱바오를 시켰다
샤오롱바오는 얇으면 육즙이 터지기 쉽고
두꺼운 면 육즙이 흡수되기 쉬워서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딘타이펑의 샤오롱바오는 얇으면서
육즙을 충분히 감싸고 있었지만
뭐랄까 너무 맑은 느낌이라
샤오롱바오 특유의 느끼하고 고기고기한
느낌은 별로 나지 않았다
더구나 다 식어서 나와서....컹
일본식 철판구이 집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여긴 닝샤 야시장의 어느 식당이다
늘 위장의 눈치를 보며 살고 있는 나는
화장실이 없는 곳에선 먹거나 마실 수가 없는데
여긴 화장실이 있으면 들어가려고
화장실이 있니 중국어로 물으니
흔쾌히 쓰라고 해서
씨에씨에를 외치며 들어가서
출혈 정도는 아니지만
생존 여행에선 조금 멀어질 정도로
무리해서 먹었다
역시 대만에서 관자는 진리이구나!!
중국에서 반년 정도 살았고
칭다오와 상하이를 여행 갔다 왔고
뉴욕의 차이나타운을 헤집고 다니던 나에게는
대만 음식들의 전반적인 느낌이
이 맛도 저 맛도 아니었다
사천 음식 전문점이라고 가도 마라 맛이 아니라 마라향 맛?
걸쭉한 마라샹궈를 주문했는데
거기에 가쓰오부시 우동 국물을 넣은 느낌?
나는 중국이라고 갔는데 일본이었던 느낌?
이럴 거면 중국을 갔지
누가 크래커나 펑리수도 맛은 있었지만
굳이 이 돈으로 이걸 먹을 필요가 있나?
케이크나 아이스크림 같은 달달구리한 것들 싫어해서
대만의 미식 여행이 별로였을 수도 있다
다음에는 일본이라고 생각하고 가면 좀 나으려나.....
하지만 이 여행의 가장 큰 문제는.....
다음 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