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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메리 Jul 17. 2022

 행복은 인스타그램 밖에 있어요


너 아닌 거 같아서 팔로를 못하겠어


절친한 S가 어느 날 그렇게 말했다. 네 인스타그램(으로 추정되는 계정)을 발견했는데 네가 아닌 것 같아서 팔로우를 못하겠다고. 우리는 깔깔대고 웃었다. 그치? 내가 봐도 그래. 나 아닌 것 같아.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다. 지인과는 전혀 소통하지 않는 기록용 계정이다. 그곳에는 읽은 책을 주로 올리지만 가끔씩은 '있어 보이는' 경험들을 아카이브 한다. 위스키를 마시거나, 5성급 호텔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한다.


물론 내가 겪은 나의 실제 경험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않는다.


내 인스타그램의 일부… 내가 봐도 내 삶이 아닌것 같다;;



사진을 는다는  나에게 특별한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은 시기도  각각이다. 1년에   떠난 해외여행. 평생 가볼까 말까  스위트룸. 그런데 그것만 모아놨더니 '있어 보이는' 계정이 되었다. 그러니까 친구의 말은 적확하다. 얼마나 뼈를 때리는 사실인가. ' 아닌  같아정말이지 그렇다. 그것은  삶이 아니다. (그렇기에 지인과 교류하지 않는다. 그냥  그대로 '기록용'이다)



에어로빅 너무 재밌어요


인스타그램엔 한때 배웠던 테니스 사진을 올려둔 적이 있다. 하지만 내가 진짜 자주 하는 운동은 에어로빅이다. 요즘 나는 에어로빅에 푹 빠졌다. 동네의 생활체육회에서 하는 건데 그냥 아무나 가서 공짜로 배울 수 있다. 학창시절 늘 장기자랑을 해왔던 나로서는, 노래방이라면 환장하는 나로서는, 쿵짝쿵짝 신나는 노래를 틀어놓고 막춤 비슷하게 움직이는 에어로빅이 적성에 맞다.



역시 라디오는 '여성시대' 지


인스타그램엔 비싼 공연 사진이 있지만 내가 주로 귀 기울이는 대상은 mbc라디오 여성시대다. 주 청취자인 4-50대 여성들의 사는 이야기를 듣는 게 정겹다. 다들 어쩌면 저렇게 열심히 사는 걸까. 나도 저런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울고 웃고, 매일을 귀 기울인다. 여성시대의 캐치프라이즈인 '삶의 무게 앞에 당당한 사람들'을 응원하고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과 '우리는 한 가족'이라는 연대의식을 가지고 있다.



행복은 인스타그램 밖에 있어요


인스타그램 속 나도 나고, 인스타그램 바깥의 나도 나다. 하지만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단연 어쩌다 한번 마셔본 위스키가 아니라 친구랑 마시는 소주 한잔이다. 나를 건강하게 하는 것은 테니스가 아니라 에어로빅이다. 내가 매일 웃음 짓는 이유는 십수만 원을 내고 보는 공연이 아니고 라디오 속에 있다.


나도 인스타그램을 하지만 인스타그램 밖에도 삶이 있고 행복이 있다. ‘가끔은' 나도 화려한 삶을 산다. 하지만 누군가가 너는 언제 행복하니?라고 묻는다면 '매일매일 에어로빅   흘리고 집에  때요'라고 말할 것이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에 있어요' 라던 이동진의 말을 좋아한다. 인생의 특별한 경험은 인스타그램에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행복을 묻는다면? 조금 장난스럽게 웃으며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행복이요? 행복은 인스타그램 밖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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