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반이 지나갔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어
많은 사람이 7월이 되면 그런 말을 한다. 벌써 7월이네, 한 해의 반이 지나갔다고? 믿을 수가 없어! 나도 그랬다. 하지만 올해는 한 해의 반이 지나갔다는 것이 그다지 놀랍지 않다. 나에게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그러니 응당 한해의 반 정도는 지나가고도 남았으리라. 아직도 한해의 반이나 남아있다고? 조금 과장을 섞어 말하자면 그렇다. 내게는 오히려 그런 날들이 바로 2022년의 상반기였다.
올해는 이직이라는 큰 사건이 있었다. 작년 10월부터 살짝 마음에 품었고,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한 그 '이직'. 결과적으로는 마음먹은 지 꼭 1개월 만에 최종 합격했다. 이직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여러모로 '처음'의 타이틀을 붙일만한 일이 많았다. 첫 환승이직. 첫 헤드헌터를 끼고 한 이직. 첫 대기업 이직. 첫 평판조회. 첫 직무변경 이직 등등.
첫 이직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수많은 기업의 러브콜을 받았다. 물론 헤드헌터의 오퍼가 기업의 오퍼는 아니지만. 지원한다고 해서 다 합격하는 것도 아니지만. 몇 개월간 100개가 넘는 헤드헌터의 연락을 받으면서 내가 '잘하고 있구나' 하는 확신을 느꼈다. 그 자신감에 힘입어 원샷 원킬! 1개의 대기업에 지원해서 최종합격했다. 지금도 잘 다니고 있고, 다닐수록 마음에 든다. 이직은 그랬다. 올해 상반기의 가장 중요한 일. 그리고 내가 한 최고의 선택이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퇴사하는 마당에 여행 한번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부산과 고성에 다녀왔다. 봄 바다는 이렇구나. 내 생일 즈음을 전후로 해서 원없이 바다를 보고 왔다. 언감생심이었던 스위트룸도 가보고. 좋은 기억이었다. 함께 해서 더욱 행복한, 오래 기억할 시간들이었다.
올해는 독서루틴을 회복했다. 20대의 나는 1년에 100권씩은 우습게 읽어치우는 다독가였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한 이후로 그러지 못했다. 올해는 공부를 원동력 삼아 많은 책을 손에 쥐었다. 업무적으로 더 알고 싶어서. 새로운 직장에 잘 적응하고 싶어서.
태생이 먹물이라 일단 책을 사고 또 읽었다. 독서는 습관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가방에 책을 넣어다니고, 대중교통에 앉으면 책부터 펴고. 무엇보다도 최근에는 집무실이라는 공간의 회원등록을 하고 독서를 습관화하고 있다. 나는 굳이 따지자면 외향형 인간이지만 공부가 잘 맞는다. 잘해서는 아니고, 잘 못해서. 배움으로써 조금씩 '나아진' 인간이 되었다는 느낌이 나를 뿌듯하게 한다.
모처럼 큰돈의 소비를 했다. 퇴직금을 받았고, 수고한 나를 위해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내 선택은 안마의자. 엄마의 환갑을 맞아 안마의자를 선물한 적이 있다. 매일매일 너무나 만족하며 그 의자를 사용하는 부모님을 보며. 본가에 갈 때마다 30분씩은 꼭 누워있는 나를 보며. 언젠가는 나도 안마의자를 사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올해 그 다짐을 실행했다. 결론은 너무너무 너무 잘, 샀다! 는 것. 하루를 마치고 안마의자에 누워 20분씩 멍 때리는 그 기쁨을, 그 평화로움을, 그 안도감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다.
안마의자 뿐만이 아니다. 나는 벼르고 벼르던 물건들을 하나씩 장만했다. 다이슨 에어랩. 다이슨 슈퍼소닉. 그리고 조금 비싼 스팀 다리미. 결론은 다, 너무너무너무 잘 샀다! 가성비에 연연하며 싼 물건만 찾던 옛날이여 안녕- 싼 건 이유가 있다. 그리고 비싼 건, 반드시 비싼 이유가 있더라.
2022년의 반이 이렇게 지나갔다.
아쉬운 점이 왜 없겠냐마는, 이직이라는 큰 사건으로 인해 내 상반기가 풍성해진 느낌이다. 하반기에는 좀 더 건강하고, 좀 더 똑똑하고, 좀 더 반듯한 사람이 되어야지. 이렇게 지나간 상반기를 기쁘게 회고할 수 있어서 좋다. 나머지 반도 잘 채워야지. 넘치게 채워서 한 뼘 자란 모습으로. 올해를 돌아보며 '잘 살았다!'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