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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아 May 18. 2024

나를 돌보는 한 끼

더운데, 추운 날이다. 분명 기온은 30도에 가까운데, 어딘가 으슬으슬한 느낌이 든다. 일교차가 큰 날씨 때문인지, 때 이른 에어컨 바람 때문인지, 몸에 한기가 들고 감기기운이 있는 것 같다. 몸살이 '몸이 살려고 신호를 주는 것이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 신호에 귀 기울이며 며칠 일찍 자고, 토요일인 오늘은 식구들 아침만 챙기고 오전 내내 잤다.

자고 일어나서는 친한 언니와 약속이 있어 잠시 다녀왔는데, 마침 직접 끓인 쌍화차를 팔아서 마셨더니 기운이 돌았다.  마치 여행지를 온 듯한 카페 분위기와 언니와의 즐거운 대화와 오가는 길의  따스한 햇살에도 몸마음이 충전되었다. 감기(感氣)는 한자어 뜻 그대로, '기운이 감해진다.'는 뜻인데, 덕분에 방전되어 가던 기운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다녀와서는 다시 잠시 눈을 붙였다가, 황태와 무와 콩나물을 손질한 뒤 황태해장국을 끓였다. 언제나 감기몸살이 있을 때 늘 특효약이 되어주었던 음식이라 생각이 났다. 아플 때는 몸이 끌리는 음식이 보약이라던데, 황태해장국은 만들기도 간단하다.

먼저 황태는 흐르는 물에 가볍게 씻은 뒤, 큰 냄비에 참기름을 두른 뒤 넣어, 물기를 말리듯 저어준 뒤, 적당히 썰은 무를 넣어 같이 살짝 볶듯이 저어준다. 그 뒤에는 물과 코인 육수를 넣고 센 불로 끓이다가, 물이 끓어오르면 다진 마늘 한 숟갈, 참치액젓(멸치액젓 가능), 맛간장을 한 숟갈 정도씩 넣는다.


그 뒤에 거품을 살짝 거둬내고, 콩나물을 넣어 한 번 더 팔팔 끓여 무와 콩나물이 푹 익었을 때 계란을 깨서 넣고 불을 끈 뒤 냄비뚜껑을 닫는다. 잠시 후 계란이 익은 뒤, 한 그릇 가득 황태해장국을 담는다. 황태가 진하게 우러난 뽀얀 국물을 마실 때마다 식은땀이 흐르며 몸 안에 쌓였던 피로와 노폐물이 빠져나가는 것만 같다.


소화를 도와주는 무와 해독작용에 도움이 된다는 콩나물도 가득 먹어서인지, 배도 든든하고, 다시 기운이 솟아난다. 돌아보니 이번 주엔 글쓰기 공모전도 두 개나 지원했고, 브런치의 글들도 쓰고, 스승의 날을 기념해 학교 방송도 제작했다. 여러 역할들 속에서 틈틈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해나가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나 자신이 대견하다.


그런 나를 더 잘 먹이고, 돌보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 내가 나를 아끼고, 돌보는 그 힘이 곧 나와 연결된 모두를 안아주는 품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를 위한 든든한 한 끼 요리가 나를 살리고, 내 가족을 살림을 느끼며, 나를 더 살뜰히 챙기고, 돌봐야겠다고 다짐하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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