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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아스쿨 Jul 05. 2024

공정함을 가르치다 눈물이 터졌다.

연예인의 부동산 관련 뉴스를 보았다. 상가와 고급 아파트 매매로 수십억의 차익을 얻었다는 뉴스였다. 뉴스의 댓글에는 ‘허무하다’, ‘비참하다’ 등의 반응이 남겨져 있었다. 그 돈은 대부분의 근로자나 자영업자들이 평생을 모아도 모으기 힘든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한 편에 수 억을 받는 연예인들의 기사도 나온다. 물론 여러 노력 끝에 이룬 결과이겠지만 너무 심한 보상의 차이는 분노와 무기력을 낳는다. 연예인이라는 직업 속에서도 소수의 인기 스타들이 받는 금액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차이는 엄청나다.


보상에 대한 본능적인 반응은 아래의 불평등에 관한 원숭이 실험에서도 볼 수 있다. 투명한 우리에 갇힌 두 마리의 원숭이들이 과제를 수행할 때, 한 원숭이에게는 원숭이들이 좋아하는 포도를, 한 원숭이에게는 오이를 계속 주는 실험이다. 오이만 계속 받은 원숭이는 결국 오이를 던지며 화를 내고, 나중에는 아예 과제를 수행하지 않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최근 상담이나 교육 현장에서 마주했던 무기력하고 우울했던 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불평등에 관한 원숭이 실험 - YouTube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에는 대학생 때 교육사회학 수업이 자주 떠올랐다. 교수님께서는 어느 날 강의 시간에 칠판에 선을 몇 개 그으신 뒤 그것이 달리기 트랙이라고 상상해 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우리의 삶이 100m 달리기라고 할 때 경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운동화, 고무신, 샌들, 맨발 등 다른 조건을 가지고 뛸 때 결과를 생각해 보라고 하셨다. 당연히 운동화를 신은 사람이 유리한 경기가 아닐 수 없다. 아예 출발선상이 다르면 그것은 더 불공정한 결과를 낳는다. 교육 현장에서도 경제적 소득에 따라 학력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기득권층에 유리한 입학전형들이 자꾸 생겨난다.

@픽사베이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세상 속에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룰처럼 승자독식의 구조 속에서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나 역시 버거운 순간들이 있다. 이미 가진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것들을 넘치게 누리지만, 굶주리는 사람들은 더 늘어나는 구조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때때로 혼란스럽다. 그래서인지 6학년 도덕 교과 수업 중 공정한 생활이라는 단원에서 아이들에게 공정함을 가르치는 게 쉽지 않았다.


어느 날엔 아이들 앞에서 공정함에 대해 얘기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졌다. 공정하지 않은 사회에서 공정함을 가르친다는 모순과 이렇게 공정하지 않은 세상을 만든 어른 중 한 명으로 부끄러움과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였다. 나는 숨을 고르며 아이들에게 솔직한 나의 심정을 그대로 전하였다.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흘렀고, 아이들은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그런 나의 말과 행동에 집중을 하였다. 나는 잠시 마음을 가다듬은 뒤, 어른들이 이렇게 불공정한 사회를 만들었지만, 그것을 변화시킬 힘과 능력을 기르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진짜 공부는 나만의 이익이 아니라 나와 연결된 모두와 더불어 행복하기 위한 길과 방법을 찾고 실천하는 것과 이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픽사베이

그 뒤 이어지는 수업에서 나는 아이들과 세상의 불공정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라는 책과 영상을 보여주었다. 책과 영상 속에는 같은 또래지만 학교를 못 가는 아이들과 노동 현장에서 일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나온다. 그런 차별과 불공정을 직접 체험해 보기 위해서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수업자료를 활용하여 ‘한 발 앞으로’라는 역할 놀이를 진행하였다.


아이들은 제비 뽑기로 ‘아프리카 초콜릿 농장에서 일하는 11세 소년/소녀’, ‘외교관 자녀인 15살 청소년’ 등 각자 다른 인종, 나이, 직업 등을 정한 뒤 출발선에 서게 한다. 그 후 아래와 같은 질문을 듣고 해당되는 사람은 한 발 앞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이다.


1. 비가 새지 않는 안전한 집이 있다.

2.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쓸 수 있다.

3.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있다.

4. 몸이 아프면 언제든 병원에 가서 치료받을 수 있다.

5.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다.

6.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졸업할 것이다.

7.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있다.

8. 가족 때문에 놀림을 당하지 않는다.

...    

이 외에도 여러 질문들을 던질 수 있고, 모든 질문이 끝난 뒤에는 앞으로 나아갔을 때와 남아있을 때의 감정 등을 인터뷰 형식으로 여러 아이들에게 물어본 뒤, 몇 번 역할을 바꾸어서 다른 사람들의 입장과 마음 등을 느껴본다. 이런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 제비 뽑기처럼 우연히 정해진 나의 가정환경과 조건 등이 나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체험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개인의 노력 등으로 넘어서기 어려운 한계나 걸림돌 등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

  

마이클 샌델은 아래의 인용구와 같은 말들로, 성공이나 실패가 개인의 능력에 달렸다고 생각하는 능력주의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얼마나 더 불공정하게 만드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능력주의는 승자에게는 “나는 나 스스로 해냈다.” 라는 잘못된 승리감을 안겨 주고,
실패한 사람에게는 “누구의 잘못도 아닌 나 자신의 잘못”이라는 패배감을 심어 줍니다.
실제로는 유전적 요인이나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 등이 성공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데도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세상 속에서의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같은 질문에 장 지글러는 이렇게 대답한다.  

   

  희망은 서서히 변화하는 공공의식에 있다.
변화된 의식은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고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를 원한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의 의식 변화에 희망이 있다.     


교사로 서 있는 나의 역할이 있다면, 우리의 고통과 행복이, 우리의 존재 자체가 얼마나 깊고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려주며 희망을 키우며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일이 아닐까 한다. 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의 진실을 나누며, 우리가 서로의 고통을 덜어주며 자신만이 아닌 모두를 위해 살아갈 수 있는 길을 계속 찾아가고 싶다. 아이들 앞에 서서 가르치는 것이 더 이상 부끄럽고 미안하지 않은 일이 될 수 있도록,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중심을 잘 잡고 나아가고 싶은 날들이다.     


*

표지사진 : 픽사베이


* 참고문헌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갈라파고스

<10대를 위한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아이세움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데이빗 J. 스미스, 푸른숲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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