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리아스쿨 Jul 12. 2024

연결의 회복 :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

며칠 전 둘째가 자다 깨서 엉엉 울었다. 둘째를 안고 토닥이다 보니, 아이 배에 가스 찬 게 느껴져서 속이 더부룩해지고, 답답해졌다. 아이의 등을 쓸어주고, 합곡혈을 눌러주다, 나도 같이 트림이 나오며 답답함이 느껴졌다. 10개월 동안 한 몸이었던 존재의 아픔이나 불편함은 본능적이고, 직관적으로 느껴진다. 모유 수유를 하던 때엔 아이가 울 때마다 젖이 돌고, 가슴이 찌릿해졌다. 아이가 아프면 나도 같이 아프고, 아이가 웃으면 나도 덩달아 웃게 된다. 아이들을 키우며, 나는 우리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유기체라는 것을 더 생생하게 느끼게 된다.     

우리가 발가락만 다쳐도 온몸이 함께 아프고 불편하듯, 전체를 이루는 어떤 작은 부분의 고통은 모든 이어진 존재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아주 정교하게 짜인 그물망처럼, 씨실과 날실처럼 우리의 존재는, 우리의 고통은 서로 이어져 있다. 미세플라스틱과 방사능은 돌고 돌아 우리의 몸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으며, 기후 위기는 피부로 느껴지고, 건강하지 못한 사회 구조는 끊임없는 불안과 분노와 두려움을 양산하며 내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생태계의 고리가 끊어지고, 관계가 단절되고, 신뢰가 무너진 세상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들이다. 그를 마주할 때마다 나는      


‘내가 살아가는 이 땅의 고통을 등진 채 홀로 행복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과 함께 결코 그럴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끝없는 욕망을 원동력으로 종말을 향해 폭주하는 세상 속에서 내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을 때면 비통한 마음이 든다. 동시에 좌절감에 너무 오래 머물지 않고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나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게 된다.     


나는 우리가 교실에서부터 우리가 얼마나 깊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배울 수 있다면 세상의 많은 문제들이 사라질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 느낄수록 다른 존재들을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왔다.     

@픽사베이

아이들과 수업을 할 때에는 쌀을 한 톨씩 나누어주고, 쌀 한 톨의 무게가 얼마나 될지 추측해 보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보통 아이들을 몇 ‘g’이라고 무게를 재는 단위를 써서 대답을 한다. 우리는 보통 모든 존재를 수치화하고 비교하는 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대답을 들은 뒤에는 홍순관 님의 ‘쌀 한 톨의 무게’라는 노래를 듣거나 뮤직비디오를 보며 쌀 한 톨의 무게를 새롭게 느껴본다.         

쌀 한 톨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무게를 잰다/바람과 천둥과 비와 햇살과/외로운 별빛도 그 안에 스몄네/농부의 새벽도 그 안에 숨었네/나락 한 알 속에 우주가 들었네          

노랫말에서 우주의 무게로까지 비유되는 쌀 한 톨 안에 깃들어 있는 수많은 존재들을 느껴보는 것이다. 쌀 이외에도 견과류, 귤, 종이 등 다양한 대상 안에 공존하는 여러 존재들을 떠올려 보는 활동을 할 수도 있다.           

만일 당신이 시인이라면
당신은 이 한 장의 종이 안에서
구름이 흐르고 있음을 분명히 보게 될 것입니다.

구름이 없이는 비가 없으며,
비 없이는 나무가 자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나무가 없이
우리는 종이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종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구름이 필수적입니다.
만일 구름이 이곳에 없으면 이 종이도 여기에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구름과 종이가 서로 공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틱낫한, <반야심경> 중

이처럼 한 가지 대상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활동을 통한 관찰과 발견을 바탕으로 ‘나’라는 사람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깊이 들여다보며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활동을 이어서 할 수도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상호 연결과 상호 의존 속에서 존재하는 나를 인식하게 된다. 그런 연결의 회복 속에서 아이들은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이 외에도 원의 형태로 서서 둥글게 원을 만든 상태로 두 팔을 교차하여 오른쪽 손으로는 왼쪽 사람의 손을 잡고, 왼쪽 손으로는 오른쪽 사람의 손을 잡고 섰다가 몸을 돌려 바깥으로 모두 돌아섰다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사슬 풀기 활동이나 양손에 붉은 실을 잡고 이동하거나 서서 서로의 연결성을 느껴보는 활동도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이런 활동을 통해 타인의 존재가 그리고 다른 존재의 고통과 행복이 나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이처럼 서로 간의 깊은 연결성을 느끼며 보다 큰 전체 안에서의 나를 바라볼 수 있을 때, 우리는 찢어지고 있는 생명의 그물을 다시 엮어내며 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믿음으로 나는 오늘도 아이들에게로, 학교로 향한다.


이전 16화 공정함을 가르치다 눈물이 터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