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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아 Jul 19. 2024

마음에 꽃을 피우는 대화법

'인간의 가장 큰 비극은 가장 이해받고 싶은 사람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것에 있다.'


극작가 안톤 체홉의 말처럼, 가까운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싶다고 하면서도 그 반대의 말과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서로 오해가 쌓이고 이해와 소통이 단절된 체 살아가게 된다. 나 역시 그 때문에 많은 상처도 받았고 그에서 벗어나고자 떠난 여정 중에 평화공동체인 프랑스 플럼빌리지에 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새롭게 시작하기(Beginning a new)’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는 깨여지고 상처 입은 관계를 회복하고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화법이고 실천법이었다.  

 ‘새롭게 시작하기’는 아래와 같은 4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1. 마음에 물 주기

  먼저 상대방에게 감사한 점을 표현한다. 상대방이 내게 잘해준 것을 구체적으로 말하며, 그의 장점, 힘, 용기 등 긍정적 자질에 대해서도 말한다.

 예) “네가 —를 해줘서/빌려줘서 참 고마웠어.”  

     “네가 건강하게 잘 커 주어서 참으로 감사하단다.”     


  2. 후회와 미안한 마음 나누기

  내가 과거에 했던 말이나, 생각, 행동에서 상대방에게 상처나 아픔을 준 것이 있는지 깊이 들여다보고 나누며 그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예) “네가 아끼던 물건을 망가뜨려서 미안해.”

     “상처를 주는 말로 네 마음을 아프게 해서 정말 미안하구나.”    

 

  3. 어려운 점이나 상처를 나누며 도움을 요청하기

  현재 자신의 마음에 짐이 되거나 힘든 어려운 상황 등을 나누며 도움을 요청한다. 상대방의 생각, 말, 행동 때문에 내 마음이 어떻게 다쳤는지 말한다.

 예) “네가 —게 말할 때/행동할 때 나는 너무 마음이 아파.”

    “엄마(아빠)가 제와 제 친구를 비교하실 때 마음이 많이 불안하고 힘들었어요.”     


  4. 포옹하기

  서로를 안고 함께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마음을 열고 진정한 사랑과 감사를 느끼고 서로에게 전하며 나눈다.

  첫 번째 숨을 쉬면서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내가 살아서 존재함을 느끼고 감사하기’

  두 번째 숨을 쉬면서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내가 사랑하는 이 사람이 살아서 존재함을 느끼고 감사하기’

  세 번째 숨을 쉬면서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우리와 함께 존재하는 주변과 세상의 모든 존재를 느끼고 감사하기’

‘새롭게 시작하기’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상대방을 통해 자신을 거울처럼 비추어 보며, 자신의 과거와 말과 생각을 깊이 들여다보는 과정을 통해 새로 태어날 기회를 얻는 것이다. 가족이나 친구, 주변 사람들 사이에 문제나 어려움이 생겼을 때는 원망으로 서로의 마음을 다치게 한다. 하지만 그 마음을 잘 들여다보면 이해받고 싶은 마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그 뿌리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서로의 진짜 마음을 보며 상처와 오해를 전환하여 진정한 사랑과 이해의 싹을 틔울 수 있다.


감사한 점을 처음 얘기하는 것은 우리가 서로의 본모습을 기억하고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 위해서이다. 우리 안에는 분명 이해와 사랑, 존중과 배려과 같은 좋은 씨앗들이 심겨 있다는 확신으로 그러한 씨앗에 물을 주고 함께 키워나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 다음 자신의 말과 행동을 먼저 돌아보고 사과를 하며 용서울 구하고, 상대에게 도움이 필요한 점을 나누며,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느끼며 포옹을 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서로의 다친 마음을 전환하는 치유의 여정이 된다.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는 우리의 상처받은 마음은 ‘미해결과제’가 되어 배경처럼 있다가 조건이나 상황에 따라 언제든 드러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미해결과제’는 그를 온전히 이해하고 알아주는 접촉 속에서 풀려날 수 있다는 것을 볼 때, 우리가 서로의 상처나 힘든 부분을 온전히 받아들여주었을 때 서로의 아픔과 고통이 녹여지고 풀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마치 겨울 내 얼어붙었던 땅을 녹이며, 새로운 생명을 자라날 수 있도록 물을 주는 것, 서로에게 봄과 같은 생기를 주고 꽃을 피우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대화법은 평소 교실에서 짝과 함께 시간을 정해 연습을 할 수 있고, 친구들 사이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선생님과 학생, 부모와 아이, 선생님과 학부모, 학부모 간에 대화를 할 때 적용해 보고 실천할 수 있다. 이를 연습할 때에는 상대에 대한 판단이나 평가를 내려놓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비추고 수용하고자 하는 ‘온전한 경청’의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귀뿐만 아니라 마음을 열고, 상대방이 진짜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말뿐 아니라 온 몸짓과 눈빛으로 무엇을 진정으로 전하고 싶은지를 듣는 것이다. 이러한 대화법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안전하게 전달하는 방법과 온전히 듣는 방법을 연습하고 익히며, 우리는 서로 안의 좋은 씨앗들을 깨우고 함께 기르며 꽃 피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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