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을 보니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와 있었다.
약속이 있는 토요일이라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집에 가서 전화를 드리겠다고 회신해 놓은 상황이라 전화를 드렸다.
코엑스에서 열리는 2024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참가하시게 되었는데, 조단을 보디가드 겸 보조직원으로 파트타임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해 주시는 것이었다. 행사는 총 5일 동안 진행이 되고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였다. 하지만 남편은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베이커리에서 일을 하기에 가능한 날짜는 금, 토, 일 3일이었는데 하루는 쉬어야 하기에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만 해도 되면 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월요일에 직원들과 확인 후 회신을 주시겠다고 하셨다.
전화를 끊고 남편에게 상황 설명을 했더니, 본인의 예전 직업 중 하나인 보디가드라는 말에 얼굴이 활짝 피더니 금, 토, 일 3일 동안 일하는 데 문제없다고 하였다. 남편의 확답으로 지인께 3일 동안 가능하다고 카톡을 보내 드렸더니, 기쁨의 회신을 곧바로 보내주셨다.
쿠바에 있을 때에 남편은 분노의 질주 쿠바편을 찍을 때에 영화배우 빈디젤의 쿠바 사설 경호원팀에서 일하였고, 롤링스톤즈가 공연하러 왔을 때에도 일을 했더랬다. 미국인들과 일을 하면 돈을 많이 벌었기에 경호업무는 남편에게 어쩌면 '희망'과도 같은 일이었을 테다.
결국 3일간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게 되었고, 얼떨결에 나도 함께 도와주게 되었다. 나는 모임의 언니, 동생들과 코엑스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기에 좀 도와주다가 만나 점심도 먹고 수다도 떨며 릴랙스 한 시간을 가진 후 다시 돌아가 일을 하였다.
나와 둘이 있을 때에는 애교도 많고 코미디언 저리가라로 웃기고 귀여워서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울 정도인데(오죽하면 남편을 '엘귀여워'라고 부른다), 외부로 나오면 숫기도 없어지고 진지한 모습에 숨겨진 재능이 발휘되지 못해 속상한 마음이 있지만, 본인에게 일을 주신 분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뿌듯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였다.
집돌이인 남편은 혼자서 새로운 곳을 탐험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아, 새로운 길에는 내가 동행을 해야 하기에 금요일에는 함께 가서 함께 오며 길을 알려주었더니,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혼자가 가고 오는 것을 실수 없이 잘 해내었다.
행사장이 너무 바빠서 모두들 김밥만 대충 먹고 하루종일 일하였는데, 함께 일하는 분들이 좋으셔서 힘들어도 재미있었다고 했다. 키가 큰 사람이라고 다 그러지는 않겠지만, 남편의 경우 몸을 구부리게 되면 통증이 발생하는 일이 잦아서, 단순한 업무였지만 몸을 구부려서 물건을 담고 포장하는 일이 조금 힘들었던지 토요일에 돌아와서는 파스를 가져와 붙여달라고 내밀기에 허리 가운데에 잘 붙여주었다.
마지막날 오후 늦게 행사장에 가서 남편과 바통터치를 하여 오후 5시에 남편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마무리 정리하는 것은 내가 도와주었다. 다음 날 새벽 3시 50분에 일어나서 베이커리에 일하러 가야 하기에 8시에 취침하는 남편이 마무리까지 하게 되면 무리가 되는 것을 자기 전에 내내 고민하길래 내가 가서 마무리 도와주겠다고 했더니 그제야 마음 편이 잠을 자는 엘귀여워씨.
원래는 4시에 간다고 했는데, 본인도 아쉬웠던지 5시에나 되어서 모두에게 인사를 드리고 3일간의 파트타임을 마무리하였다.
새로운 곳에서 또 다른 사람들과 색다른 경험을 하며 조금씩 시야를 넓혀가고 있는 엘귀여워씨는 조금이라도 우리 가정에 도움을 주려고 주말에도 쉬지 않고 파트타임을 하고 있다. 이것뿐만 아니라 주말에 다른 파트타임 일도 하고 있는데, 이런 그의 모습을 보면 무엇보다 고마우면서 든든하다.
어제는 파트타임을 다녀와서 씨앗을 뿌렸다.
청상추, 적상추, 오이, 방울토마토, 부추, 해바라기를 새로 구입한 비료 섞은 흙을 재활용 용기에 담아 싹을 틔운 후 화분에 옮겨 심을 것이다.
씨앗을 심으니 봄이 왔구나 하는 마음에 설레는 월요일 아침을 맞이해 본다.
여러분의 마음에도 봄꽃을 피우시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