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가 되고 싶은 소심한 자
나 노트북 사도 될까?
스마트 워치도 가지고 싶은데...
나를 위해 구입한 노트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래도 되나 싶어 몇일을 고민하고 전전긍긍하다가 내친김에 구입을 완료했다. 근데 핑계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했다.
바로 생일.
집에서는 음력을 사용하니 주민등록상 생년월일은 9월이고, 음력으로 나오는 생일은 10월이다. 양력으로 생일을 한다면 11월 1일이다. 다른 이들도 생일이 이렇게 복잡할까?
집에서는 음력으로, 밖에서는 양력생일을 쓴다.
경상도 방언으로 웅개라는 표현이 있다. 무슨뜻인지도 모른 채 어른들이 그렇게 표현하니 그닥 좋은 느낌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출생의 비밀쯤으로 생각했던 단어다.
사전을 찾아보니 "덤"이라는 뜻이구나. 딱 맞네 덤.
의도하지 않게 생긴 막내. 이왕 생겼고 지우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시기여서 "에라 아들 둘이 연이어서 태어났으니 이 놈도 아들이겠지?"라는 근거없는 희망을 안고 생명을 연장시킨 조물주님 아빠의 의견으로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어린시절 엄마는 늘 사람들에게 나를 웅개라고 말했다.
의도하지 않았던 자식이란 말도 상처가 되었지만, 사람들 앞에서 이 표현을 거리낌 없이 쓰는 엄마의 어투는 무의식 속에 자리 잡혔나 보다. 심지어 사전적 의미가 덤이라니, 나의 태생에는 뭔가 인연이 있긴 한가보다.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도 늘 나의 위치는 깍두기였다. 고무줄을 잘하지도, 공기놀이도 잘하지도, 딱지치기를 잘하지도 못했다. 그런 나는 깍두기였고, 덤이었다. 맞네 지금 생각하니 맞네...
그래서 내가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꽤 강하고, 능력밖의 짓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지금 내가 황새가 되겠다고 펄쩍 뛰는 것이 결국 뱁새 가랑이 찢어지는 것과 같은 형국이구나 라는 깨달음이 생겼다. 그래서 내가 힘이 들었구나. MBTI도 IIFF일 것 같은 극소심 A+++ 같은 B형이다.
도서관으로 향하던 도중 문득 떠오른 생각하나가 있다.
중딩 시절부터 지금까지 공통적으로 나를 힘들게 한 그것의 이유를 알았다. 그리고 해답도 찾았다.
어차피 나는 웅개(아싸)였는데, 왜 인싸가 되려고 했던 거지?
그대로를 받아들였다면 웅개안에서 인싸가 될 수 있을텐데 말이다.
또 하나 더!.
TV프로그램 티쳐서에 출연한 공부방법을 모르는 IQ136 중딩의 모습에서 나를 보게 되었다. 그 아이는 문제의 답을 바로 파악하고 즉시 반응하는 천재성을 가진 아이다. 다만 좋아하는 것에만 한정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에만 자신의 에너지를 쓴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무의식중 공부방식은 본능의 의한 것이다. 체계적인 자기 학습이 잡혀있지 않았다. 이것은 훌륭한 선생님으로 부터 코칭을 받고, 신뢰와 칭찬을 주는 부모님의 지지로 차츰 개선되어 가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다.
나도 그런 솔루션을 받아보고 싶다. 휴... 방법은 알 수 있겠지?
혼자서 자기 성찰 중에 쓰는 글입니다. 다소 거칠고, 문맥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