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용하는 앱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다크 UX 라이팅들
본 글은 2023년 10월 디자인융복합연구에 게재된 <다크 UX 라이팅 유형이 사용자 경험에 미치는 영향 – 버티컬 커머스를 중심으로>를 작성했습니다.(논문 전문을 보고 싶으면 여기를 눌러주세요.)
본 글은 아래의 글의 다음 편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UX 라이팅이 작성되어 사용되고 있는 범위가 넓기 때문에 '버티컬 커머스'(모든 종류의 제품을 파는 오픈마켓과 달리 특정 분야에 집중해 상품을 판매하는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사례를 수집하였습니다.
여러 카테고리의 대표적인 버티컬 커머스 앱 13개에서 다크 UX 라이팅에 해당될 수 있는 사례를 수집하였고, 수집한 사례를 바탕으로 각 UX 라이팅의 목적과 성격을 내포하는 상위 개념을 선행연구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주 재밌는 이론들이 많았는데, 주로 소비자의 심리를 공략하는 이론 및 연구들이 있었습니다.
(한 이론 당 약 10~15개의 사례를 수집했으나 브런치 글에는 따로 업로드하지 않았습니다. 사례들이 궁금한 분들은 논문 전문을 참고해주세요.)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의 가치함수에 따르면 사람은 같은 크기의 이익과 손실이 발생할 때 손실의 가치를 더 크게 인지하기 때문에 더 큰 손실이 생길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전혀 손실을 보지 않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대안을 선택하는 손실 회피적 성향을 보입니다(Kahneman & Tversky, 1979).
이런 전망 이론은 메시지 프레이밍(message framing) 효과를 지지하는데, 메시지가 어떤 형태로 프레이밍 되는가에 따라 사람들이 인식하는 이익과 손실의 준거점이 달라지는 거에요(김성재, 2010). 메시지는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프레이밍될 수 있는데, 부정적 메시지 프레이밍은 권고안이 채택되지 않을 경우에 입게 되는 손실 또는 부정적 결과를 강조하여 불편한 감정을 유발함으로써 대안을 선택하게 유도하는 형식입니다 (Kahneman & Tversky, 1979: 이명천 외, 2006).
즉, 메시지가 부정적으로 프레이밍되어 대안을 채택하지 않음으로써 받게 될 손실을 강조한다면 사람들은 위험성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커진다(김성재, 2010)는 것이 결론이죠.
버티컬 커머스에서는 할인, 쿠폰 제공, 이벤트 혜택 등을 강조하면서 즉시 혜택을 취하지 않으면 ‘놓치고 있다’, ‘후회한다’, ‘기회가 사라진다’ 등의 문구를 사용함으로써 사용자의 불안감과 손실감을 자극하고 있었습니다.
심리적 소유감은 특정 대상이 자기 것이라는 기분 및 감정으로 정의됩니다(Pierce et al., 2003). 심리적 소유감은 소비자가 보유 효과를 느끼게 하고 의사 결정 과정에서 내 것을 포기한다는 손실의 맥락으로 사고하게 하므로 개인화 등의 접근성에 의해 경험한 심리적 소유감은 소비자의 제품구매의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동지윤, 허희진, 추호정, 2019).
또, 온라인 환경에서 개인화된 서비스는 소비 행동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소비자와 기업 간의 상호작용성을 높여 기업에 대한 충성도, 만족도, 제품 구매 의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마케팅 분야에서는 제품 소유 맥락에서 심리적 소유감을 연계시켜 활용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Pierce, at el., 2009).
버티컬 커머스에서는 위의 사례들처럼 특정 대상인 개인에게만 특별한 혜택이 당첨되어 제공되는 것처럼 문구를 작성했으나 실제로는 모든 대상에게 노출되고 있었습니다다. 따라서 은밀한 척 접근하여 사용자의 심리적 소유감을 확대함으로써 소비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희소성(scarcity)이란 상품의 공급 혹은 이용 가능한 시간이 부족함을 의미합니다(Lee et al., 2014). 선행 연구에서는 구매 의지를 증가시키는 소구의 한 방법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수량, 시간, 구매조건, 장소 등이 제한되어 있음을알려줌으로써 소비자의 심리적 압박감을 자극하는 메시지를 희소성 메시지라고 정의(Han, 2012)했습니다.
희소성 메시지는 시간 한정 메시지와 수량 한정 메시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김재휘 & 부수현, 2007), 수량 한정 메시지는 구매할 수 있는 수량이 제한되어 있음을 알리는 것이고 시간 한정 메시지는 구매할 수 있는 시간을 한정하는 메시지입니다(김희재 & 김은실, 2021). 이러한 희소성 메시지가 전달되면 소비자는 구매하지 않았을 때 입는 손실을 인지하여 구매 욕구가높아질 수 있고(김미경 외, 2017), 특히 모바일 쇼핑에서 패션 제품의 희소성 메시지는 구매의 제한성을 알려줌으로써 심리적인 압박을 자극하고 빠른 의사 결정을 촉구하여 구매 의도를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김일 & 손민주, 2013).
즉, 희소성 메시지 전략은 제품 구매의 기회가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제시함으로써 소비자가 제품에 느끼는 가치를 증가시키고 구매 행동까지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어요(Lynn & Josefine, 2020).
버티컬 커머스에서도 명확한 사실 정보가 없는 수량 한정 메시지와 시간 한정 메시지를 사용하여 더 많은 사용자가 메시지를 통해 제품을 확인하도록 유도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서두르세요’, ‘놓치면 끝’, ‘망설이면 사라져요’ 등의 문구를 덧붙임으로써 심리적 압박감을 자극하여 구매를 재촉하고 있습니다.
‘과장(誇張)’은 사전적 의미로 평소보다 크게 부풀려서 사물이나 상황이 사실보다 지나치게 표현된 것을 뜻합니다. 과장된 메시지는 특정 사실이나 객관적 근 거에 근거하지만, 내용이 어느 정도 과장되어 있는 주장(조재영, 2015)인데요, 이는 모호한 주관적 표현, 은유적 표현, 최상급 표현 등을 사용하여 소비자의 구매와 이용 의사를 끌어낼 수 있지만, 소비자에게 착각을 일으켜 올바른 선택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석신신(2022)의 연구에서는 정보의 과장성이 지각된 위험에 영향을 미치며 소비자의 행위와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지각된 위험은 결국 소비자들의 지속사용의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버티컬 커머스에서는 쉽다, 빠르다는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초 만에’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주로 회원 가입을 유도하는 단계에서 사용되고 있었지만, 개인마다 소요되는 회원 가입 시간은 다를 수 있죠. 따라서 1~3초 만에 가입이 가능하다는 문구는 주관적인 표현이며 과장된 정보라고 볼 수 있습니다.
Harry Bringnull(2011)이 정의한 다크패턴(dark patterns) 디자인의 유형 중 하나인 ‘미끼와 바꿔치기(bait and switch)’는 사용자가 특정한 한 가지 일을 시작(명령)했을 때, 본래 의도하지 않은 다른 일(광고 등)이 대신 일어나는 경우입니다.
Gray et al.(2018)이 5가지로 재분류한 다크패턴 유형 중 ‘규정은닉형(sneaking)’은 미끼와 바꿔치기가 포함된 유형이에요. 이는 서비스 입장에서 불리 한 규정을 의도적으로 숨겨놓고 초기 사용자에게 드러나지 않도록 하여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범위의 개인정보 제공, 추가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절차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강하영 & 윤재영, 2020).
버티컬 커머스에서는 초기 사용자에게 쿠폰 및 포인트 제공, 제품 할인 등의 혜택을 미끼로 내세워 회원 가입과 이벤트 참여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가입 후에 혜택을 받기 위해선 마케팅 알람 수신에 동의해야 하는 경우가 있으며 미리 알려주지 않은 혜택 사용 조건(일정 금액 이상 일부 할인, 짧은 쿠폰 사용 기간 등)을 나중에 제시하는 경우가 다수 발견되었습니다.
저는 위와 같이 UX 라이팅의 정의 및 유형과 버티컬 커머스 개념 및 특징을 살펴보고, 다양한 버티컬 커머스에서 사 용되고 있는 다크 UX 라이팅 사례를 수집하였습니다. 생각보다 지금의 우리에게 많이 노출되고 있는 UX라이팅이라고 느끼지 않으셨나요? 이런 라이팅들이 그냥 쓴다고 썼던 문구들이 아니라 사용자의 심리를 움직일 수 있는 이론과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더라구요.
본 연구의 목적이 다크 UX 라이팅의 유형을 도출하고 그에 따른 사용자 경험을 조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음번에는 수집한 사례를 바탕으로 제작한 실험물과 그에 따른 결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