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주위 친구들은 나에게 전화를 걸어 묻는다. '뭐하냐?' 나는 전화기 넘어에서 무신경하게 던져지는 물음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다.
내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 일부러 나에게 던지는 질책같은 물음일까? 고민하다, 고달픈 나에게 건네는 한마디의 위로 일까? 싶기도 하지만, 그들이 무신경하게 건네는 그런 위로조차 나에게는 기만이었다.
땀이 찌들어 치덕거리는 얼굴 주위로 먼지떼가 윙윙거리며 달려든다. 손을 들어 허공을 휘저어 본다. 손가락 사이에는 아무것도 걸리지 않는다. 철학자 파르메니데스는 말했다. '세상에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 허공은 없다. 하지만, 허공은 있다. 성공은 있다. 하지만 나에게 성공은 없다.
나는 조금만 일해도 돈은 많이 벌고 싶고, 아무것도 안했는데 얼떨결에 성공하고 싶은 사람. 언제나 가마니처럼 가만히 있으며 내일의 대책도 없이 지금의 하루가 가기만을 바랐다. 아침이 오면 어제의 내가 사라져있지 않을까, 혹시 어제와 다른 내가 되어 있지 않을까. 오늘이 오기 전 꿈에서 보았던 소원이 이제는 이루어져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속에 살았다. 세상에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으니, 지금 내가 걸고 있는 기대도 있는 것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