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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캉가루 Nov 14. 2023

56층 전망대에 누워서 생각한 것

싱가포르 여행가서 요가하고 온 이야기


나의 공식적인 첫 요가는 22년 7월, 싱가포르에서였다.


당시 코로나19로 닫혔던 국경이 하나 둘 씩 열리며, 코로나 3차 백신 접종 없이도 여행을 갈 수 있었던 파격적인 국가가 바로 싱가포르였다.


싱가포르 여행지를 찾아보던 도중,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전망대에서 아침 저녁으로 요가 클래스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요가의 ‘요’자도 몰랐지만 설레는 마음에 냅다 30불을 내고 수강 신청을 눌렀다.



아침 6시 30분에도 텅 비어있는 지하철역


깜깜한 새벽을 달려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전망대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해 예약자명을 확인하고 곧장 56층으로 올라갔다.


강사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헤드셋을 받고, 오른쪽 가생이에 자리를 잡았는데, 앞에 있는 분이 말을 걸었다.


한국 분이시죠?


싱가포르 현지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여자분이셨는데, 혼자 여행 온 나를 위해 일부러 사진도 엄청 많이 찍어주기도 하고, 상대방이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대화를 이끌어내는 데에 아주 능숙한 분인 것 같았다.





누워서 멍때리는게 아니라

‘사바아사나’였다.


60분 간의 요가 수업 동안 새천년 국민체조 하듯이 무작정 선생님의 동작만 따라했다. 나중에 요가를 정식으로 배우고 나서야 알았다. 그때 그 동작이 수리야 나마스카라였구나! 다운독이었구나!



수업이 끝날 무렵, 요가 매트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있었다. 하늘은 어느새 진한 파란색이 되어있었고, 눈이 부셔서 제대로 뜰 순 없었지만 이상한 환희? 안도감? 과 같은 감정에 이끌려 계속 눈물이 났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이 순간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걸 느꼈다. 살아있다는 게 이런 거구나.


1년이 지나서야 나는 매트 위에 벌러덩 누워 숨을 고르는 것도 ‘사바아사나’라는 요가 동작이라는 걸 알았다. 누워만 있어도 생각이 비워졌고, 지금 이 공간에서 숨을 쉬는 나만 있다는 감정을 느끼는 경험이 참 경이로웠다.




요가수업 후 뜻밖의 커피챗


요가수업이 끝나고, 아까 만난 한국인 분과 이야기를 하며 지하철역까지 걸어왔다. 당시 해외취업에도 관심이 많았던지라 싱가포르에서의 일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거의 커피챗 수준의 대화를 하면서, 내가 훗날 해외에서 일하기로 결심을 한다면 이날의 대화가 큰 영향을 줄 것임을 확신했다. 그 정도로 이분은 행복해보였다.




내가 요가를 다시 시작하고 사랑하게된 것도 이 싱가포르 아침요가의 기억이 정말 좋아서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 날의 요가는 완벽했다.


같이 요가하던 사람들의 아침을 여는 기운과 누워서 바라본 파란 하늘, 초면인데 몇 번은 본 것처럼 말이 잘 통했던 한국인 분까지, 요가로 맺어진 경험와 인연이 너무 좋았던지라 요가를 사랑할 수 밖에!


잘하고 싶어진 무언가가 생겼다는 것, 그게 요가라는 게 뿌듯하고, 하루하루 요가로 건강한 나를 만들어준 이 날의 경험에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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